[포포투=Ed McCambridge]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인 팀 플라워스는 과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1996 최종 명단에 포함돼 동아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1990년대 영국에는 일명 ‘진탕 마시는’ 술자리 문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유로 1996 잉글랜드 대표팀 역시 해당 문화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들은 홍콩 전지훈련을 소화하는 동안 나이트클럽에서 취한 채 발견되며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이에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테리 베너블스는 공개적으로 선수들을 변호해야 했다.

그 가운데 ‘치과 의자’라는 악명 높은 술 게임이 화제가 됐다. ‘치과 의자’란 한 선수가 의자에 묶여 있고 동료들이 그의 입에 술을 쏟아붓는 폭탄주 세례다. 이는 유로 1996 A조 조별리그 스코틀랜드전에서 폴 개스코인의 골 세레머니로 유명해졌다.

이러한 과음 문화는 중요한 토너먼트 대회를 앞두고 개최국인 잉글랜드의 선수들을 결속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팀 플라워스 골키퍼와 레전드 공격수인 앨런 시어러는 광란의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의 불참 사유는 다름 아닌 왕성한 식욕이었다.

‘플레이어 라운지’ 시리즈를 통해 포포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플라워스는 “우리는 유로 1996이 시작되기 전 중국에서 친선경기를 치르고 문제의 그날 밤이 되기 전에 홍콩으로 이동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베너블스 감독은 우리를 위해 맛있는 중국 요리를 준비했다. 메뉴가 15개 정도 나오는 코스 요리였다. 그러나 몇몇 젊은 선수들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나와 시어러를 포함한 몇몇은 음식을 마저 다 먹어 치우기 위해 머물렀다. 그다음 날 논란이 대서특필됐고 우리는 팬들의 외면을 받은 채 토너먼트에 참가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전 국민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준결승에 올랐다. 이들의 선전에 날선 비난은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180도 바뀌었다. 4강에서 독일을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배했지만 잉글랜드 전역은 문제아로 취급하던 ‘파티광’들과 사랑에 빠졌다.

플라워스는 “토너먼트가 진행될수록 국민들은 대표팀의 성과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내가 경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이 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 정말 좋았다. 훌륭한 선수단의 일원이 될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 선수이기에 앞서 나도 한 사람의 축구 팬이었기 때문에 신기한 경험이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2년 후 1998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잊지 못할 경험은 이어졌다. 조국을 대표해 월드컵에 나가는 것은 모든 축구 선수의 꿈과 같다. 심지어 나는 1997년 투르누아 드 프랑스(1998 FIFA 월드컵 개최를 앞둔 프랑스가 브라질, 이탈리아, 잉글랜드를 초청해 개최한 소규모의 예비 월드컵)에도 참가했다. 당시 잉글랜드가 우승했고 아직도 그 메달이 우리 집에 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번역=유다현 에디터
사진=포포투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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