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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유럽 축구 리그는 겨울에 휴식기를 갖는다. 하지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예외였다. 오히려 더욱더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잉글랜드만의 전매특허였다.

EPL에는 ‘박싱데이’로 불리는 12월 26일에 경기를 치르는 유구한 전통이 있다. 이들과 달리 유럽의 주요 리그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다.

덕분에 축구 팬들은 박싱데이와 새해 첫날에도 EPL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이에 매년 12월 26일 무렵인 연말부터 연초까지 매우 짧은 간격으로 경기가 몰렸고 EPL 팀들은 강행군에 시달려야 했다.

이른바 ‘지옥의 일정’은 그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선수단의 체력 부담과 부상 위험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부진이 겨울 휴식기 없이 진행되는 리그 스케줄 탓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EPL 특유의 강한 압박과 빠른 템포를 고려하면 부상 방지는 주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에 많은 감독이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19일 동안 6경기를 치르는 것은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주장했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선수를 죽이는 일”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부족한 휴식이 EPL의 유럽대항전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2019-20시즌을 앞두고 ‘윈터 브레이크’의 시행을 승인했다. 이어 2020년 2월 초부터 모든 팀이 최소 13일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약 2주에 걸친 휴식기를 도입했다.

그러나 곧바로 무용지물이 됐다. 리버풀, 토트넘 훗스퍼, 사우샘프턴 등이 겨울 휴식기 동안 FA컵 재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당초 FA의 취지대로 모든 팀이 휴식기를 보장받지 못한 것이다.

유명무실한 휴식기에 반발한 위르겐 클롭 감독은 초강수를 뒀다. 클롭 감독은 1군 선수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리버풀과 슈루즈버리 타운의 FA컵 재경기는 U23 선수들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또 U23팀을 지도하는 닐 크리칠리 코치가 자신을 대신해 경기를 지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상대팀을 존중하지 않는 무례한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클롭 감독은 “나는 이미 2주 전에 선수들에게 겨울 휴식을 약속했다”라며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FA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휴식기를 존중하지 않는 한 내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그 경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2020-21시즌에는 리그가 5주 정도 단축되며 겨울 휴식기가 사라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윈터 브레이크는 한 시즌 만에 옛말이 됐다.

그러나 이번 시즌 마침내 리그 일정이 정상화됐고 겨울 휴식이 돌아왔다. 현재 EPL의 겨울 휴식기는 1월 23일에서 2월 7일 사이로 예정돼 있으며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네이션스컵 기간과 일부 겹친다.

번역=유다현 에디터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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