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김아인]
이영표는 손흥민을 응원하면서도, 친정팀 벤쿠버 화이트캡스의 승리를 기원했다.
LAFC는 23일 오전 11시 30분(한국시간) 미국 벤쿠버에 위치한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5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준결승전에서 벤쿠버 화이트캡스와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승부차기 접전 끝에 LAFC가 3-4로 패했고,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우승이 결정되는 단판 승부인 만큼 경기는 치열했다. 벤쿠버가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며 격차를 벌렸지만, 손흥민이 후반 15분 추격골을 넣었다. 후반 종료 직전엔 벤쿠버에 퇴장자가 발생해 프리킥 기회를 얻었고, 손흥민이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끝내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가 시작됐는데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실축했다. 결과는 3-4가 되면서 LAFC의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손흥민에게 뼈아픈 날이었다. 멀티골을 넣으면서 극적으로 결승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승부차기에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결정적인 활약을 하고도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한 손흥민은 경기 후 “연장 후반전 막판에 근육 경련이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 슈팅을 하려는 순간 경련을 다시 느꼈다. 그래서 정확하게 차지 못했다. 어쨌든 모두 나의 책임이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과의 맞대결을 치르는 만큼 벤쿠버는 경기 직전 구단과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벤쿠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벤쿠버 한인 사회에서도 이번 경기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벤쿠버는 이영표와 황인범 등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약했던 팀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한국 축구 레전드 이영표는 직접 영상 메시지까지 남겼다. 경기가 열리기 전 벤쿠버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영표는 “안녕하세요, 저는 벤쿠버에서 뛰었던 전 선수 이영표입니다. 오늘 경기 즐겨 주시고, 벤쿠버를 응원해 주세요”라고 한국어로 입을 열었다.
이어 영어로 “손흥민은 내 친구다. 내가 벤쿠버에서 뛰었기 때문에 벤쿠버를 응원하지만 손흥민이 잘하길 바란다. 하지만 벤쿠버가 당연히 이길 거라고 예상한다”고 손흥민의 선전과 벤쿠버의 승리를 동시에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표에게 이 경기는 특별했다. 손흥민이 있기 전 그는 프리미어리그(PL)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한 최초의 한국인이었다. 이영표는 2005-06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토트넘에서 주전급 활약을 했고, 이후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알 힐랄을 거쳐 2012시즌 벤쿠버에서 뛰다가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국가대표팀과 토트넘 후배 손흥민과 친정팀 벤쿠버가 우승을 걸고 8강전을 치르면서 둘 모두를 응원했다.
이영표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손흥민은 비록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팀을 승부차기까지 이끌 수 있었던 중요한 두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승리의 몫은 벤쿠버에 돌아갔다. 과거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경기 결과나 우승팀 예측 적중률이 뛰어났던 '문어 영표'의 명성이 빛난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