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김아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내년 월드컵 첫 경기에 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포르투갈은 14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아비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F조 5차전에서 아일랜드에 0-2로 완패했다. 이로써 포르투갈은 이번 예선 첫 패배를 당했고, 2위 헝가리에 승점 2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포르투갈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낳았다. 전반 17분 트로이 패럿에게 첫 실점을 허용한 뒤, 전반 추가시간 또 다시 패럿에게 두 번째 골까지 내주며 일찌감치 끌려갔다. 점유율 77%, 총 27개의 슈팅에도 불구하고, 골문 안으로 향한 유효슈팅은 고작 5개뿐이었다.
끝내 득점을 만들지 못한 포르투갈은 0-2로 무너졌다. 이날 승리했다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현재 포르투갈은 3승 1무 1패(승점 10)로 선두를 지키고 있으나, 2위 헝가리에 승점 2점 차, 3위 아일랜드와의 승점 차는 3점으로 줄어들며 불필요한 부담을 안게 됐다.

후반전엔 호날두가 분위기를 더 악화시켰다. 후반 16분 수비수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한 것. VAR 확인 결과 다이렉트 레드카드가 내려졌고, 포르투갈은 남은 시간을 10명으로 싸워야 했다.
문제는 이후 행동이었다. 호날두는 VAR 판독이 이뤄지는 동안 관중석을 향해 ‘계속 울어라’는 의미로 보이는 제스처를 하며 조롱했고, 퇴장 판정 후에도 박수를 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여유를 부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경기장을 떠나며 아일랜드 팬들의 동일한 조롱 세리머니를 단체로 맞받아야 했다.
대표팀 커리어 첫 퇴장을 당한 호날두는 포르투갈에도 피해를 입히게 됐다. 글로벌 매체 'ESPN'은 “호날두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부터 출전 정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레드카드 누적으로 자동 부과되는 1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이 징계는 오는 일요일 아르메니아와의 홈경기에서 적용되며, 포르투갈은 승리 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FIFA 규정에 따르면 심각한 위험을 일으킨 반칙은 최소 2경기, 폭행(엘보 포함)의 경우 최소 3경기 이상의 출전 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또한 FIFA 징계는 경쟁 경기(공식전)에만 적용되며, 친선 경기로 대체할 수 없다. 이에 호날두가 내년 월드컵 첫 경기에 출전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포르투갈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호날두를 두둔했다. 그는 경기 후 “226경기를 뛰는 동안 한 번도 퇴장당한 적 없던 선수다. 그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오늘 판정은 다소 가혹했다고 본다. 그는 계속 잡히고 밀리고 당하면서 60분 가까이 싸웠다. 몸을 떼려다 과하게 보인 것일 뿐, 화면상으로만 팔꿈치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일 기자회견에서 상대 감독이 ‘호날두에게 심판이 휘둘릴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이 떠오른다. 그러고 나서 큰 체구의 수비수가 호날두 몸짓 하나에 극적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호날두가 퇴장당하면서 아일랜드의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감독에게도 한 마디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하들그림손 감독은 “내가 심판에게 압박을 넣은 걸 칭찬하더라”고 호날두에게 들은 이야기를 말했다. 그는 이어 “퇴장은 전적으로 그가 그 상황에서 보인 행동 때문이지, 나와는 아무 관계 없다. 굳이 영향을 주었다면, 그게 그의 머릿속에서 자꾸 떠올랐던 건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