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 ‘풋볼(Fútbol)’은 축구를, ‘까르따(Carta)’는 편지를 뜻한다. ‘풋볼 까르따’는 스페인에서 날아온 한 장의 축구 편지다.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선수들의 이야기와 축구가 스며든 거리와 문화, 그리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순간의 설렘을 담아 한국 독자들에게 전한다. [편집자주]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9월 A매치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른 한국·독일 혼혈의 옌스 카스트로프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를 둔 옌스는 독일 무대에서 활약하며 성장했다. 그리고 9월 A매치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대표팀 데뷔 경기를 치렀고,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월드컵까지 함께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까지 불러일으켰다.
옌스와 같은 혼혈·이중국적 선수들이 국가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유럽이나 남미, 아프리카 무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최근에는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 역시 점차 이 흐름에 합류하며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대표팀 전력 보강의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지금,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또 다른 한국 축구의 미래 자원이 자라고 있다. 한국·스페인·캐나다 세 나라의 가능성을 품은 14살 유망주 아론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축구를 배우고 아버지의 나라 스페인에서 축구 선수로 성장 중인 아론은 태극마크를 꿈꾼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보면서 꿈을 키우고, 언젠가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대표해 월드컵에 출전할 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마요르카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포포투>가 마요르카에서 아론윤 선수를 만나고 왔다.

442: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아론윤: 안녕하세요. 저는 마요르카 페냐 아라발 팀에서 뛰고 있는 14살 축구 선수 아론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스페인·캐나다 이중국적자이시고, 어머니는 한국분입니다. 저는 마요르카에서 태어났고, 7살 때 한국에 가서 5년 동안 살다가 12살에 다시 마요르카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부산아이파크 유스팀에서 뛰었는데, 당시 제 경기 영상을 본 스페인의 ‘마요르카, 레알 베티스, 비야레알’ 세 팀이 관심을 보였어요. 저는 가족이 있는 마요르카를 선택해 이곳에 왔습니다.
442: 소속팀 페냐 아라발과 아론 선수 포지션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아론윤: 페냐 아라발은 마요르카의 형제 구단으로 운영되는 팀이에요. 두 팀은 필요에 따라 선수 이동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친선전도 자주 가져요. 제 포지션은 왼쪽 윙어·스트라이커·세컨드 스트라이커입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뛸 때부터 골 넣는 것을 좋아했어요. 기회가 오면 본능적으로 넣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 포지션이 손흥민 선수랑 같아요. 손흥민 선수처럼 드리블해서 골 넣는 것을 좋아해요.
*페냐 아라발은 마요르카 유스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팀으로, 유망주들이 경기 출전 기회를 골고루 얻으면서 성장해 마요르카 또는 다른 스페인 클럽으로 진출한다. 아론은 이 팀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경험을 쌓고 있으며, 2년 전에는 24경기에서 무려 74골을 기록하며 경이로운 골 결정력을 뽐냈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마무리 능력을 지닌 공격수로, “기회가 왔을 때 본능적으로 골을 넣게 된다”며 이 기록은 평범한 일이라고 전했다.
# 부산에서의 5년, ‘살고 싶은 나라’ 한국
아론이 7살 때, 온 가족이 어머니의 고향 한국으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한국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처음 계획은 1년이었지만, 아론을 비롯한 어머니, 아버지, 아론의 쌍둥이 동생까지 한국을 너무 사랑하게 되어서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을 한국, 부산에서 보냈다.
442: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특별했을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나 인상 깊었던 경험을 들려줄 수 있을까요?
아론윤: 한국에서의 경험은 다 좋았어요. 사람들, 음식, 친구들, 가족들 다 좋았어요. 처음에는 모든 게 새로웠지만 친구들이 친절해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한국은 살고 싶은 나라예요. 사람들도 너무 친절하고 좋아요. 좋은 기억만 남아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한국 급식이에요. 스페인 급식은 무료가 아니고 선택하면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데 맛있지도 않아요. 한국은 메뉴도 엄청 다양하고 다 맛있었어요. 그리고 급식판에 음식 담는 것도 재밌었어요. 아! ‘흔들 도시락’, 정말 다시 먹고 싶어요. 계란, 햄, 밥 등 재료 넣고 흔들어서 먹는 도시락이요! 너무 맛있어요. 또 먹고 싶어요.
아론은 스페인과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 어머니의 나라를 모두 경험했다. 아론은 “한국은 살고 싶은 나라, 스페인은 축구 선수로서 일하고 싶은 나라”로 표현한다. 아론의 아버지 로베르토씨는 스페인과 캐나다 이중국적자로 아론은 캐나다 국적도 취득 가능하다. 현재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올해 말 캐나다 국적도 취득 예정이다. 유럽 축구 팀에는 아론과 같은 다중 국적자가 많다. 예를 들면, 메시(아르헨티나, 스페인, 이탈리아), 음바페(프랑스, 카메룬, 알제리) 등이 있다.

그렇다면, 아론이 생각하는 3중 국적자로서 축구 선수 생활은 어떨까?
442: 3중 국적자로서 축구 선수 생활에 어떤 장점과 어려움이 있나요?
아론윤: 어려운 점은 전혀 없어요. 유럽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럽, 특히 라리가에서 뛰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한국어, 스페인어, 영어 3개 국어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유럽 문화를 어렸을 때부터 익혀서 처음 보는 친구와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는 어떤 선수도 혼자 있게끔 두지 않아요. 먼저 다가가서 “어디서 왔니?, 이름이 뭐니?” 등등 말을 걸고 친해져요. 저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데에 장점이 있는데, 스페인에서 축구를 하면서 이런 성격적인 장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 라리가는 Non-EU 선수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각 팀에 유럽 국적이 아닌 선수는 3명까지만 허용된다. 클럽당 최대 5명의 비EU 선수 등록이 가능하고, 경기당 출전 명단에는 최대 3명까지 허용된다.
# ‘한국, 스페인, 캐나다’ 아론에게 열려있는 대표팀 선택의 폭
442: 현재 아론 선수는 스페인,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올해 캐나다 국적까지 취득한다고 들었어요. 3개의 국적을 가지게 되면, 대표팀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데요. 국가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아론윤: 국가대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건 13살 때부터였어요. 발레아레스 대표팀이 저를 불러줬거든요. 국가대표팀처럼 함께 훈련하고 친선 경기도 치렀어요. 클럽 경기와는 다르게, 감독님도 처음이고 선수들도 처음 만나다 보니까 플레이스타일이 다 다른데 맞춰가는 재미가 있었고, 모든 게 새로웠어요. 이때 대표팀을 경험해보고, 처음으로 미래에 어떤 국가대표팀의 선수가 될지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 발레아레스 자치 축구 대표팀: 축구 연맹인 FFIB(Federació de Futbol de les Illes Balears)가 운영하는 지역 대표팀으로 공식 국제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친선 경기만을 치른다.
442: 최근 한국과 캐나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모두 소집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경로로 연락이 왔는지, 또 그 뒤 과정은 어떻게 이어졌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론윤: 한국과 캐나다 축구협회에서 연령별 국가대표팀 소집 요청이 있었어요. 얼마 전(올해 7월), 한국 U-17 대표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 나이는 14세이지만, U-17에서 어떻게 경기하는지 보고 싶다고 했어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고, 좋은 기회이기에 더 잘 준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들어가서 소집을 앞두고 개인 훈련을 하다가 작은 부상을 입었고, 결국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어요... 너무 아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캐나다 축구협회에서는 CONCACAF U‑15 대회 토너먼트에 함께하자는 연락이 왔었어요. 그런데 제가 연락을 받았을 당시에는 캐나다 국적이 없었어요. 결국 이번엔 함께하지 못했죠. 현재 캐나다 국적 취득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고, 올해 마무리되면 캐나다 국적을 얻게 돼요.
* CONCACAF U‑15 (Concacaf Boys’ Under‑15 Championship)은 짝수 해마다 개최되는 북중미·카리브 지역 남자 U‑15 대표팀 간의 유소년 축구 국제 대회이다.

# 태극마크를 향한 꿈... 그리고 롤모델 손흥민의 발자취를 따르기 위한 노력
442: 현재 한국과 캐나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스페인 무대에서 활약을 이어간다면, 스페인 대표팀의 가능성도 열려있는데요. 만약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한국·스페인·캐나다 중 어디를 택하고 싶나요?
아론윤: 어떤 국가든 저를 불러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만약 모든 국가에서 저를 불러준다면, 스페인이나 한국을 선택할 것 같아요. 스페인 축구 수준은 정말 높고, 아버지의 나라이자 제 나라이기도 해요. 현재 여기서 축구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국 축구 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한국 대표팀에 가게 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한국은 제가 살았던 나라이자 어머니의 나라예요. 제가 한국 국가대표가 되면 친구들도 좋아할 것 같고 어머니도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아요.
442: 한국 대표팀을 선택하게 되면 병역 의무가 따르는데, 군복무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나요?
아론윤: 군대는 아직 먼 얘기라서 기회가 왔을 때 생각하려고 해요. 그리고 손흥민, 이강인 선수처럼 금메달(아시안게임) 따면 병역 혜택도 얻을 수 있는 걸로 알아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군대를 가야한다면 갈 수 있어요.
* 현재 축구 선수의 경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금, 은, 동 모두 포함)하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병역 면제 대상이 된다.
442: 한국 대표팀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에 들어가서 애국가를 들으면 어떨 것 같아요?
아론윤: 소름이 돋을 것 같아요. 정말 행복하고, 꿈을 이룬 느낌이 들 것 같아요. 특히 어머니가 엄청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아요. 저는 한국 대표팀 선수로 월드컵을 뛰는 게 꿈이에요. 아시안컵이나 다른 토너먼트 대회에도 한국 선수로 나가보고 싶어요.
아론이 한국 대표팀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손흥민 선수다. 아론은 손흥민을 보며 태극마크의 꿈과 월드클래스 공격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442: 손흥민 선수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아론윤: 손흥민 선수는 제 롤모델이에요. 저는 현재 왼쪽 윙, 스트라이커,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뛰고 있는데 손흥민 선수랑 같은 자리예요. 저도 손흥민 선수처럼 드리블해서 골 넣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손흥민 선수는 멀리 있어도 슈팅을 시도해요. 그런 모습과 빠르게 치고 달리는 플레이 등을 보고 늘 배우려고 해요. 아! 그리고 푸스카스 골 봤을 때는 정말 감동이었고 멋있었어요. 언젠가는 꼭 그렇게 골을 넣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유로파리그 우승했을 때도 감동이었어요. 토트넘 경기 다 챙겨봤는데, 이번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완전한 레전드가 됐어요. 손흥민 선수는 우승컵을 들어 올릴 만한 선수였다고 생각해요. 플레이뿐만 아니라 손흥민 선수는 항상 겸손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멋있는데, 그런 성격도 본받아서 좋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442: 한국 축구팬들에게 메시지 부탁해요.
아론윤: 손흥민 선수처럼 겸손하고 포기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될 겁니다.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인터뷰=이하영 에디터
사진=이하영 에디터, 아론 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