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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인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팀의 부동의 에이스임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통계에서도 브루노는 키 패스 관련 지표에서 자주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맨유 공격의 ‘키’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팀은 최악의 부진을 찍었음에도 브루노 개인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이달의 선수상, PFA 이달의 선수상, 구단 공식 올해의 선수상 등을 수상하였다.

기존의 브루노는 맨유에서 2선 중앙에 위치한 10번 스타일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해 왔다. 그의 빠른 볼 방출을 통한 찬스 메이킹과 직접 득점을 노리는 박스 타격은 그가 공격수 못지않은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기에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브루노는 지난 2020년 겨울에 맨유에 합류하고 6시즌 동안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득점을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맨유가 후벵 아모림 체제로 들어서고 브루노는 기존보다 후방에 위치하는 3선 미드필더로서도 출전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그의 역할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물론 3선에 뛰면서도 브루노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그렇기에 이번 글에서는 왜 브루노가 3선에서 뛰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2선, 혹은 3선 위치에서의 브루노 활용 전망에 대해서 ‘아모림볼’과 연관 지어 알아보고자 한다.

# 아모림볼의 3-4-2-1, 2선에서의 브루노

아모림 감독은 기본적으로 3-4-2-1 포메이션을 운영한다. 이 중 ‘2’에 해당하는 2선의 선수들은 측면에서 직선적으로 움직임, 혹은 중앙 안쪽으로의 움직임을 통한 볼 운반 능력이 요구된다. 즉 중앙 미드필더보다는 윙어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력 포지션인 브루노가 2선에서는 역할이 애매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지난 시즌 브루노는 아모림 체제에서 2선으로 출전했을 때 주로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며 최대한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여전히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긴 했다. 하지만 결국 아모림볼을 위한 측면 플레이에서는 볼 운반과 탈압박에서 약점을 지닌 브루노가 장점을 완전히 발휘하기엔 제한이 붙게 된다.

사실 브루노는 아모림 체제 이전에 윙어 소화 경험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볼의 운반보다는 킥 능력을 통한 박스 안쪽으로의 볼 배급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아모림의 전술 속 2선은 볼 운반을 위해 상대 수비와의 잦은 대치와 접촉이 불가피하다. 거기에 브루노는 볼을 오래 소유하는 타입도, 경합에 능한 타입도 아니다. 그렇기에 측면에서의 플레이는 잦은 몸싸움과 볼 소유 시간 증가에 따른 근육 피로로 인해 오히려 그의 또 하나의 장점이기도 한 부상이 거의 없는 튼튼한 몸 상태에도 리스크가 생길 수도 있다.

# 쿠냐+음뵈모 영입을 통한 2선 보강, 그리고 마운트의 존재

 

여기에 맨유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울버햄튼, 브렌트포드로부터 각각 마테우스 쿠냐와 브라이언 음뵈모를 영입했다. 이들은 지난 시즌 각각 리그 15골, 20골을 기록했던 PL 탑급의 선수들이다. 또한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온더볼 스타일 윙어 소화에 능한 선수들이다. 즉 상술한 ‘아모림볼’에 어울리는 2선 자원들로 볼 수 있기에 이들을 주전으로 쓰기 위해서라도 브루노 2선 기용 횟수는 지난 시즌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아모림은 오히려 메이슨 마운트를 브루노보다도 2선 기용에 우선 순위로 두는 것으로 보인다. 아모림은 마운트 특유의 활동량 기반의 오프더볼 움직임과 상대 선수를 등지고도 간결하게 볼을 잡고 뒤로 돌아서는 탈압박 능력을 살리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시즌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마운트를 적극 활용했고 마운트도 이런 기대에 다소 부흥하는 윤활유가 되어주었다. 브루노와 마운트가 동시에 출전했을 때도 브루노는 3선, 마운트는 2선에 배치됐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브루노가 ‘아모림볼’의 2선에선 완전히 후순위라고 보는 것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물론 아모림 체제의 브루노 기용 우선 순위는 2선이 아닐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2선 이적생들과 마운트의 활약 정도에 따라, 그리고 아모림의 지향 전술이 한계를 보인다면 브루노 맞춤의 2선 기용 옵션 역시 아직은 유효할 수 있다. 누군가는 실패한다 해도 브루노는 어디에서든 1인분 이상의 클래스를 보여왔던 선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아모림볼의 3-4-2-1, 중앙 미드필더 브루노

 

브루노의 3선 배치에는 사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일단 2선 윙어 역할이 더 자연스러운 선수들을 우선 순위로 둠이 그 이유 중 하나고, 또 다른 이유로는 3선에서 빌드업을 주도할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세미루는 발밑이 투박한 것은 아니나 첫 시즌 이후로는 전체적인 경기력에 기복이 심해졌다. 에릭센의 경우는 기동력과 탈압박 단점이 치명적이고 노쇠화도 진행되었기에 주전 기용이 어려웠다. 마이누, 우가르테의 경우엔 패스에 장점이 있다고 보긴 어려운 선수들이다. 결국 에릭센 정도를 제외하면 패스 능력을 살려 빌드업을 주도할 수 있는 선수는 브루노밖에 없었다. 이는 동시에 맨유의 3선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브루노는 상술했듯 현재 ‘아모림볼’에서의 2선 역할로는 애매하기에 그의 중앙 지향적이고 킥 능력을 살리기 위해서 3선에 배치되고 있다. 초기에는 그가 전문적으로 빌드업을 다루는 선수는 아니기에 재능 낭비라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킥 능력은 키 패스뿐만이 아닌 공격 작업의 기초가 되는 볼 배급에도 효과적인 노련미를 갖추게 되었다. 여기에 원래부터 왕성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수비 가담도 준수하기에 현재 아모림 체제에선 3선이 조금 더 어울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 3선 기용이 장기적으로도 계속 맞는 옷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찬반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3선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성장 고점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결국 기존의 자리보다는 후방에 위치하기에 그의 최고 장점인 직접적으로 득점에 관여하는 공격력이 반감된다는 단점이 남는다. 이는 선수 개인의 가장 빛날 수 있는 능력의 억제와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 맞춤 사이에서 기로에 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공격력이 3선 위치라고 빛바래는 것은 아니다.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마크트’ 기준으로 지난 시즌 브루노는 3선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31경기에 출전해 8골을 기록하는 준수한 공격 스탯을 보였다. 이는 정확히 따지자면 브루노가 3선과 2선 사이의 2.5선 역할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3선에서 브루노에게 기대했던 건 클래식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에서의 플레이 메이킹 역할이었다.

# 그렇다면 3선 브루노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은?

일단 아모림의 3-4-2-1에서 미드필더 역할은 ‘4’의 두 명의 미드필더가 맡는다. 그렇기에 현재 맨유는 이런 상황에서 브루노와 짝을 맞출 미드필더 영입이 중요한 관건이다. 다수의 팀이 세 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것에 비해 두 명의 미드필더는 숫적 열세를 가져가는 데다가, 현재 맨유의 전문 3선 자원에는 수비력, 압박 대처, 빌드업 중 두 가지 이상의 능력을 골고루 갖춘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맨유가 브라이튼의 미드필더 카를로스 발레바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 한 것이기도 하다. 발레바는 볼 탈취에 장점을 보이는 선수이자 에너지 레벨도 좋아 마당쇠 역할은 물론 유연한 탈압박을 통한 전진성도 갖춘 선수다. 발레바와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다면 브루노도 수비 커버 부담을 줄이고 조금 더 공격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 비록 브라이튼이 NFS를 선언함에 따라 이번 여름엔 영입에 실패했지만, 이후로도 맨유가 이번 여름 3선 보강에 실패한다면 내년에 다시 한 번 발레바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발레바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수비진 역할에 능한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을 노릴 것이다. 최근엔 이미 스포르팅의 수비형 미드필더 모르텐 히울만과의 링크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혹은 발상을 조금 바꾸어 오히려 전진성이 높은 박스 투 박스 유형의 미드필더의 영입도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브루노가 훗날 다시 한 번 재계약을 한다는 가정 하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해볼 수도 있는 방법이다. 브루노도 이제 30줄을 넘은 선수다. 그렇기에 훗날에는 후방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변화도 고려해볼 만하다. 2선, 혹은 3선의 미드필더가 나이가 들어섬에 따라 기존의 포지션보다 후방으로 옮기는 사례는 종종 있다. 당장 맨유 선배인 폴 스콜스도 전성기 때는 ‘미들라이커’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미드필더였지만 30대 중반에 가까워지면서는 후방에서 볼 배급을 맡는 딥라잉 플레이 메이커의 역할을 소화했다. 브루노 역시 3선에 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빌드업도 완숙하게 주도할 수 있는 선수가 되었기에 그의 후진 양성도 같이 고려해보면 검토해볼 만한 사항이다.

결국 브루노의 3선 활용 전망은 브루노 본인의 역량보다는 그와 함께 뛰는 파트너 미드필더가 누구냐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브루노는 사실 맨유에서 뛰는 동안 부족한 포지션의 대체 역할도 많이 해왔고 그 역할마저 일정 수준 이상의 활약을 뽑는 클래스를 선보였다. 이쯤 되면 브루노가 팀의 전술에 어울릴 수 있는지 여부를 고민하기보다는 브루노에 맞춰 줄 수 있는 선수가 누가 있을지 물색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인 전략일 수 있다.

 

글=‘IF 기자단’ 5기 최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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