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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토트넘 홋스퍼의 10년 동행이 종료됐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454경기 동안 173골 94도움을 기록하며 푸스카스상,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등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그리고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토트넘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후 발표된 손흥민의 새로운 소속팀은 꽤 의외의 구단이었다. 다른 유럽 구단, 사우디 리그 등 손흥민의 다음 행선지에 대한 많은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최종 선택은 미국 MLS(메이저리그사커) 소속 LAFC였다.
2014년에 창단한 LAFC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MLS 데뷔 시즌에 신생팀 역대 최다 승점 및 득점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 기세를 이어 2019년에는 서포터즈 실드 우승, 2022년에는 서포터즈 실드와 MLS컵을 동시에 석권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이렇듯 LAFC는 MLS 최고의 클럽 중 하나지만, 손흥민의 다음 행선지로는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손흥민의 LAFC 이적은 서로에게 ‘완벽한 선택’으로 보인다. 경기장 안팎에서 말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겠다.
# 우승이 목표인 LAFC, 손흥민이 필요하다!
LAFC는 구단의 과감한 투자와 함께 매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 각종 대회에서 5번의 준우승을 경험했으며, 이번 시즌은 서부 컨퍼런스에서 6위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흥민 영입은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 손흥민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승부에서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유럽에서 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시즌도 부진과 부상 속에서 결국 11골 12도움을 기록했다.
여기에손흥민의 플레이스타일은 현재 LAFC의 전술과도 잘 부합한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의 전술은 강한 전방 압박과 공 탈취 시 빠른 역습 전개가 핵심이다. 지난 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올리비에지루는 이러한 전술과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 시즌만에 팀을 떠났다.
손흥민은 다르다. 빠른 역습과 속공은 손흥민에게 매우 익숙한 환경이며, 전성기 플레이스타일과 부합하는 부분이 많다. 그만큼 LAFC에서 손흥민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확률도 높은 것이다.또한 국가대표와 토트넘에서 주장을 맡으며 증명된 리더십을 통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손흥민 영입은 LAFC에게 최고의 선택이다.
LAFC는 이미 2022년 베일과 키엘리니를 영입하고 해당 시즌 더블을 달성한 경험이 있다. 키엘리니는 정규 시즌 내내 뛰어난 수비 리더십을 보여줬으며, 베일은 MLS컵 결승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하며 LAFC의 우승에 직접적인 기여를 했다. 또 다른 스타플레이어인 손흥민의 영입 역시 팀을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 LA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LAFC의 야망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스타인 손흥민의 영입은 당연히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유니폼 판매량, 관중 수 증가 등 손흥민 영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여기에 글로벌 미디어 노출 가능성도 확대되면서 LAFC의 세계적 인지도와 명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LA 갤럭시와의 라이벌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해준다. LAFC와 LA갤럭시의 더비 경기인 ‘엘 트라피코’는 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다. LA갤럭시는 MLS 창설때부터 함께한‘전통 구단’, LAFC는 새롭게 떠오르는 ‘뉴페이스’로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두 구단은 경기장 내에서도 라이벌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LA를 대표하는 축구 구단이 되기 위한 브랜드 경쟁이다. 세계적으로도 거대한 ‘LA’라는 시장에서 어떤 구단이 지배권을 가졌는지는 수익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팬을 유입시켜 구단의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LAFC는 이미 ‘멕시코 축구스타’ 카를로스 벨라를 구단 최초의 지정 선수로 영입하면서 많은 멕시코 이민자 팬들을 불러모았다. 벨라는 2019년 34골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이는 LA의 수많은 중남미 출신 거주자들이 LAFC를 응원하게 했다. 이후 벨라는 구단 역대 최다 출장과 득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전설로 남게 되었다.
손흥민의 영입도 마찬가지다. LA는 미국 내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이 가장많이사는도시다. 손흥민의 영입은 수많은 잠재적 아시아 팬들을 모두 끌어모을 수 있다. 여기에 해외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도 LAFC를 응원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아시아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한다면 LAFC는 LA의 패권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손흥민의 입단식에서 베넷로젠탈 LAFC 구단주는 “손흥민 영입은 수년 간의 꿈이었으며, 구단의 야망을 보여주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기장에서의 단순 승리를 넘어, LAFC를 글로벌 메가 클럽으로 자리잡게 하려는 야망이다. 그리고 손흥민의 영입은 이를 이루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다.
# LAFC, ‘손흥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선택
LAFC 합류는 손흥민에게도 ‘완벽한 이적’이다. 이번 이적을 통해 손흥민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여러 부담에서 벗어나 선수 생활의 후반기를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LAFC가 손흥민에게 최고의 선택인 더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손흥민이 더 높은 명성의 유럽 구단과 더 많은 돈을 지급하는 사우디 리그 대신미국의 LAFC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손흥민은분명 당장의 돈과 명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끝까지 떠나지 않은 이유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다른 동료들이 다 우승을 위해 팀을 떠날 때, 손흥민은 토트넘의 리더로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뤄내면서 스스로를 ‘토트넘 레전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결국 손흥민은 ‘본인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사람이다. 손흥민언제나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왔다. 그리고 LAFC는 이러한 손흥민의 야망을 펼치기에 최고의 구단이다.MLS는 데이비드 베컴,리오넬 메시 등 대형 스포츠스타들의 종착지로 잘 알려져 있다. 손흥민도 이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글로벌 슈퍼스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
LAFC와 로스앤젤레스시에서도 손흥민을 충분히 대우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손흥민의 이적료는 최대 2,650만달러(약 368억원)로, 이는 MLS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여기에 연봉은 메시 다음으로 높은 MLS 2위 수준인 870만달러(약 1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손흥민의 입단식에는 캐런배스 LA 시장이 직접 참석하여 손흥민을 ‘엔젤리노(LA 시민)’로 선언하고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LAFC 입단과 함께 앞으로 손흥민이 가져갈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짐작해볼 수 있다. 손흥민은 한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를 넘어서, 한 리그와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아이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곧 미국에서 펼쳐질 월드컵과 2028년 하계 올림픽에서 손흥민이 마케팅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또한 LA다저스의 오타니쇼헤이, LA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 등 LA 연고팀 소속 스포츠 스타들과의 다양한 콜라보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손흥민의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는 점점 올라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LAFC 이적을 통해 손흥민은 선수 생활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보냄과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장기적인 야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손흥민의 LAFC 이적이 ‘완벽한 이적’인 이유다.

글=’IF 기자단’ 5기 김태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