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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구단에게 홈구장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다. 팬심이 모이고 선수단이 힘을 얻는 곳이며 구단의 상징적인 장소다.

내년 강원FC는 K리그와 코리아컵 홈경기를 강릉에서만 치른다. 춘천시가 홈경기 지원 공모에 불참하며 수년간 이어져 온 분산 개최 체제는 막을 내렸다. 최종 결정까지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구단과 지자체 간의 갈등, 정치적 공방, 여론의 분열이 뒤섞이며 팬들까지 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명확하다. 한 마디로 엎질러진 물이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결정을 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냉정하게 축구의 관점에서 효과를 따져볼 것인가.

무엇보다 팬들은 정치가 아닌 축구 그 자체를 사랑한다. 강원FC 공식 서포터즈는 성명문을 통해 "최근 강원FC를 둘러싼 여러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외부의 논란이 아닌, 오직 '강원FC'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모였다"며 변함없는 지지를 드러냈다.

정치적인 ‘네 탓 공방’은 여전히 시끄럽다. 하지만 이 글에서 다루려는 주제는 그와는 다르다. 축구의 본질적 측면에서 강릉 단독 개최를 바라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강릉 단독 개최가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축구적 관점에서 보자면 강릉 단독 개최는 결코 나쁜 결과가 아니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와 기록으로 확인된다. 선수단의 이동 거리, 관중의 열기, 그리고 실제 경기 성적에서 강릉은 분명한 강점을 보인다.

강원FC의 클럽하우스는 강릉에 있다. 이곳에서 강릉하이원아레나까지의 거리는 약 6km, 차로 20분이면 충분하다. 선수단은 익숙한 공간에서 훈련과 회복 루틴을 이어간 뒤 여유 있게 경기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강릉 홈경기에 대해 정경호 감독 역시 “(강릉 경기일 경우) 클럽하우스에서 여유 있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컨디션 같은 홈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대로 춘천은 사실상 원정에 가깝다. 클럽하우스에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까지는 약 165km, 두 시간이 넘는 이동이 필요하다. 선수단은 경기 전날부터 숙소에 머물러야 하고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며 집중력 관리에도 부담이 따른다.

팬들의 열기도 강릉에서 더욱 뜨겁다. 실제로 올 시즌 강릉의 평균 관중 수는 약 9,500명으로, 춘천의 평균 관중 수인 약 5,700명보다 훨씬 많았다. 지난 시즌 역시 강릉에서의 1경기 평균 관중은 춘천보다 약 71% 더 높았다.

이러한 홈 팬의 응원은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강원의 공격수 김건희는 “강릉 홈경기만의 분위기가 뭔가 있는 것 같다. 지고 있을 때도 팬들이 이름도 많이 외쳐 줬고, 끝까지 하자고 하는 말도 해준다. 이러한 응원 덕분에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다”며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이러한 효과들 덕분일까. 강원은 강릉에서 춘천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22년 춘천에서는 3승 2무 4패였지만 강릉에서는 5승 1무3패였다. 2023년에는 춘천에서 1승 2무 6패의 부진을 겪었지만 강릉에서는 3승 6무 2패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024년에는 이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 강릉에서 7승 2무 1패, 승률 70%라는 확실한 성과를 내며 홈 강세를 이어갔다. 춘천에서도 5승 3무 1패로 준수했지만 강릉만큼의 압도적 분위기는 아니었다.

올 시즌 역시 강릉은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춘천에서 2승 3무 4패였지만, 강릉에서는 2승 3무로 여전히 패배가 없다. 강릉에서만14경기 연속 무패 기록이다.

이처럼 이동 거리, 관중 수, 성적에서 드러나듯 강릉은 강원이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무대다. 이 글은 정치적 논란을 확대하거나 편을 드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핵심은 구단이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그리고 팬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가다.

무엇보다 축구의 본질은 성적과 성취에 있다. 강릉을 중심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게 된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의 이익을 넘어 강원도민 전체가 함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요인이다.

따라서 강릉 단독 개최는 분열의 씨앗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성적과 응원이 선순환을 이룬다면 강원FC는 도민 전체가 공유하는 자산으로 성장할 것이다. 결국 정치적 공방이 아닌 좋은 성적을 통한 즐거움이 진정한 화합의 길이다.

글=‘IF 기자단’ 5기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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