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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한민국 남자 국가 대표팀에서 복수국적 선수를 볼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시각으로 2025년 8월 11일 국제축구연맹(FIFA) 협회 변경 플랫폼에 따르면 옌스 카스트로프는 독일축구협회(DFB) 소속에서 대한축구협회(KFA) 소속으로 변경했음을 공개했다. 이로써 카스트로프는 한국 대표팀이 될 수 있어 많은 이목을 끄는 중이다.

지금까지 남자 A대표팀에 혼혈 선수는 있었지만, 복수국적 선수는 없었다. 빠르면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릴 평가전에서 A대표팀 역사상 첫 복수국적 선수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주인공으로 가장 유력한 옌스 카스트로프에 대해 그리고 대표팀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아보고자 한다.

# ‘한국계 독일인’ 옌스 카스트로프, 독일의 주목을 받다

 

옌스 카스트로프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독일과 한국의 이중 국적자다. 2003년 7월 29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나 그곳에 연고지를 둔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에서 축구도 시작했다.

카스트로프는 뒤셀도르프에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줬다. 그래서 지역 라이벌 구단인 1. FC 쾰른의 이적 제안을 받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적한 쾰른에서도 단계적으로 성장해 2018-19시즌 U-17 팀 승격에 이어 2020-21시즌 U-19 팀으로 승격했다. 그러면서 현재 리버풀의 플로리안 비르츠와 함께 쾰른의 분데스리가 U-17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2022년 1월 카스트로프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1. FC 뉘른베르크 프로와 리저브를 오가면서 프로 무대의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존재를 키우기 시작했다. 특히, 리저브에서 보여준 경기장 전체를 가로지르는 질주 끝에 기록한 득점은 독일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활약으로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선정한 ‘2022-23시즌 분데스리가2에서 주목할 U-21 선수 10명’에 이름을 올리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뉘른베르크는 그런 카스트로프를 놓칠 리 없었다. 계약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구단은 2023년 6월 그를 완전 영입했다.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며 보여준 인상적인 모습은 점차 분데스리가 1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침내 2025-26시즌부터 분데스리가의 유서 깊은 명문구단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에 합류해 1부 무대에서 설 수 있게 됐다.

구단에서 보여준 활약에 힘입어 독일 연령별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U-16부터 U-21까지 모든 독일 연령별 대표팀 소속으로 22경기에서 2득점으로 국제 경험을 쌓았다. 이것은 카스트로프가 독일 A대표팀 선발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유망주임을 보여줬다.

# 클린스만과 홍명보 감독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이러한 카스트로프의 대표팀 ‘차출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2월 한국 축구 대표팀의 감독으로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먼저 카스트로프에게 접촉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대표팀을 맡은 시절에도 독일과 미국의 이중국적을 가진 선수들을 국가대표팀에 합류시킨 바가 있었다. 파비안 존슨, 대니 윌리엄스, 줄리언 그린 심지어 본인의 아들인 조너선 클린스만도 미국 대표팀을 선택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직후 골키퍼 코치인 안드레아스 쾨프케를 독일로 보내서 카스트로프와 대화를 시도했다. 당시 카스트로프의 어머니가 SNS를 통해 쾨프케 코치와 카스트로프가 만난 사진을 게재했고, 이후 댓글로도 "아들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려고 한다"라는 답글을 달며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며 추진력을 잃으며 소문은 다시 잠잠해졌다.

이후에 부임한 홍명보 감독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올해 1월 유럽파 선수를 관찰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카스트로프와 접촉했다. 다만, 홍명보 감독은 “경기적인 측면만 생각하기엔 복잡한 것들이 많다. 지금 당장 훈련을 하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데 대표팀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라며 당장 발탁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어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마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7~8월 다시 선수 관찰을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이번에도 아로소 코치가 묀헨글라트바흐 경기를 관전하면서 카스트로프를 점검하는 일정이 포함됐다. 지난 인터뷰에서 홍명보 감독은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 변경을 마친 오는 9월 평가전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한국 대표팀 발탁의 가장 큰 고비 ‘군대’

그러나 카스트로프의 대표팀 승선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바로 병역의무다. 카스트로프는 어머니가 한국인이기에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해당한다. 그래서 한국 국적을 보유한 그는 헌법 제39조 및 병역법 제3조에 따라 병역의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즉, 병역의무에 예외가 없는 것이다. 만약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신청했다면 병역의무가 소멸하지만, 한국 국적 또한 없어져 대표팀이 될 수 없다.

다행인 점은 ‘선천적 복수국적자 병역의무 연기’를 신청할 수 있다. 외국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아버지와 3년 이상 국외에 거주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37세까지 국외이주 사유로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국외에 거주할 수 있다. 또한 38세가 되는 해 1월 1일부터 전시근로역에 편입되어 현역병 입영 등 의무가 면제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경우 국외여행허가가 취소되고 병역의무가 부가된다. 이 항목이 카스트로프의 발목을 가장 잡는 점이다. 대표팀으로 경기에 출전하면 수당을 받기 때문에 가장 까다로운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아직 판단한 전례가 없어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했다. 대신 이 점만 해소된다면 카스트로프의 대표팀 승선도 이전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설령 병역의무를 이행하더라도 대표팀으로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노스포츠 대표이자 그의 국내 대리인 마쿠스한은 “한국 대표팀을 택했을 때 따라올 문제들에 대해 카스트로프가 잘 알고 있다. 잘 안 믿기겠지만 옌스는 병역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 ‘멀티자원+태클+스피드’를 겸비한 새로운 유형의 미드필더

그렇다면 대표팀에서 카스트로프가 보여줄 능력은 무엇인가? 국내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대표팀에서 원하는 역할, 모두 할 수 있습니다. 풀백, 미드필더, 그리고 공을 적극적으로 따내는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포부를 말했다.

실제 소속팀에서 소화한 포지션을 살펴보면 충분히 검증된다. 축구 이적 및 정보 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 중앙 미드필더 52경기 6득점 3도움 △ 우측 미드필더 23경기 1득점 1도움 △ 공격형 미드필더 15경기 1득점 3도움 △ 라이트백 11경기 2득점 2도움 △ 수비형 미드필더 5경기 △ 좌측 미드필더 1경기를 소화한 것으로 나왔다.

현재 대표팀은 측면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준수한 실력을 보여준 선수는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떨어졌고, 젊은 선수 중 만족스러운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설영우, 황재원, 이태석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한시름 덜었으나 더 많은 선수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독일에서 풀백으로 활약한 카스트로프가 기대된다. 대표팀 풀백의 한 자리를 맡을 수 있고, 간접적으로 특히나 부족한 좌측 풀백 부재를 해소할 수 있다. 설영우가 건재한 대표팀의 우측 풀백 자리지만, 설영우는 우측과 좌측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카스트로프가 우측, 설영우가 좌측에서 뛰면 부족한 자리를 채울 수 있어 대표팀 풀백의 고민을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수비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178㎝ 76㎏의 큰 체격은 아니지만, 과감하게 공을 탈취한다. 2024-25시즌 분데스리가2에서 296회의 경합 승리로 리그 전체 28위,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90분당 태클 성공 1.6회로 리그 32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카스트로프는 뉘른베르크 동료들에게 ‘아르투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다만, 장점만으로 볼 수 없는 점은 그가 2024-25시즌 리그에서 11장의 경고를 받은 것이다. 이는 분데스리가2 전체에서 5위의 기록으로 조금은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또한 상당한 준족으로 알려졌다. 2024-25시즌 분데스리가2에서 옌스 카스트로프의 최고속도는 34.64㎞/h를 기록했다. 분데스리가2에서 전체 44위이자 독일에서 뛰는 정우영(33.94㎞/h), 김민재(33.75㎞/h)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우영, 김민재도 빠른 주력으로 유명한 선수라는 점에서 카스트로프도 좋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대표팀 중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대표팀의 중원에는 황인범, 정우영, 백승호, 박용우가 있으나 각자의 장단점이 뚜렷하다. 카스트로프는 이들과 달리 경합과 기동력에 강점이 있는 다른 선수기 때문에 홍명보호의 전술 다양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한국계 선수의 발탁, ‘대표팀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되길…

대표팀의 복수국적 선수 발탁은 이미 열려있다. U-20 대표팀에서 ‘최민수(독일명 : 케빈 하르)’가 먼저 이름을 올렸었다.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 비록 출전하지 못했으나 준우승의 조연으로 대표팀의 위상을 높였다. 여자 A대표팀도 ‘케이시 유진 페어’가 꾸준히 발탁되고 있다. 대표팀 상위권의 178㎝ 신장과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쉽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역동적인 미국과 기술적, 이타적, 창의적인 한국 축구 스타일의 조화로 동료와 연계도 능통하다. 이러한 이유로 케이시는 여자 대표팀의 미래로 꼽히고 있다.

같은 아시아에 속한 인도네시아는 이미 귀화 선수를 많이 불렀다. 오랜 기간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많은 인도네시아계 네덜란드인이 있다. 그들 중 유럽 축구를 경험한 선수를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로 데려오고 있다. 덕분에 인도네시아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토너먼트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예선에 역사상 처음 진출했다. 또한, 라파엘 스트라위크는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의 주연이다. 카타르에서 열린 2024 U-23 아시안컵 8강에서 멀티골을 터뜨려 한국의 올림픽 본선행을 좌절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의 귀화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역량이 뛰어난 선수가 유입되어 대표팀 전력 강화를 이룰 수 있지만,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애국심이 문제가 된다. 일례로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을 준우승으로 이끈 정정용 감독은 “최민수는 문화적으로 달랐지만, 본인이 한국을 좋아하니까 뽑을 수 있었다. 한국어도 할 줄 안다. 하지만 마빈 박은 아예 연고도 없고, 다른 케이스다”라며 선수 선발 과정을 회상했다.

이런 점에서 카스트로프의 발탁은 희망적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는 대표팀 차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한국어 공부에 대한 점 모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앞서 제기한 절차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지만, 본인도 해결할 의지가 있다. 그렇다면 복수국적 선수가 태극마크가 정말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국계 선수가 한국 대표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대표팀 전력 또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글=‘IF 기자단’ 5기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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