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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롭이 남긴 유산은 분명하다. 그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아르네 슬롯 감독은 클롭이 구축한 스쿼드를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르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축구는 멈춰 있는 게임이 아니다.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프리미어리그의 상위권 팀들은 빠르게 세대교체와 전력 보강을 단행하고 있다. 리버풀도 예외는 아니다. 슬롯 감독의 두 번째 시즌, 클롭의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리버풀의 색깔을 찾기 위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변화의 핵심 조각으로 지목된 선수가 바로, 레버쿠젠의 에이스 플로리안 비르츠다.
리버풀이 비르츠 영입에 투자한 금액은 1억 5,000만 유로가 넘는다. 나이와 경험을 감안하면 이적료는 다소 과감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영입은 단순히 ‘미래 가능성’에 기대는 도박이 아니다.
비르츠는 이미 공식전에서 197경기 57골 65도움을 기록한 검증된 자원이다. 그가 기록한 숫자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경기 내에서 보여주는 공간 인지력, 빠른 전환, 압박 가담, 그리고 경기 전체를 읽고 조율하는 능력이다. 이는 현대적 ‘10번’에게 요구되는 요소들이며, 비르츠는 이를 고르게 갖춘 미드필더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리버풀이 그를 영입한 결정적 배경은 전술적 변화의 중심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클롭 체제에서 리버풀은 풀백을 기점으로 한 폭발적인 트랜지션 중심의 팀이었다. 하지만 현재 슬롯 감독은 보다 중앙에서 창의성을 확보하고 경기를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는 게임 모델을 준비 중이다. 이미 4-2-2-2와 4-2-3-1 전형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 체제에서 10번 역할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르츠는 이 포지션에서 이미 레버쿠젠의 전술 중심축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비르츠는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주는 동시에 필요에 따라 좌측으로 이동해 크로스를 유도하거나 박스 안으로 침투하여 마무리까지 책임질 수 있는 전술적으로 유연한 공격형 미드필더다. 이러한 플레이는 살라, 디아즈, 각포 등과의 조합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이는 리버풀이 다채로운 공격 패턴을 구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비르츠의 합류는 기존 중원 구조를 흔드는 혼란이 아니라, 오히려 그 구조를 정교하게 보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가 경기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율하고 도미닉 소보슬라이가 다이내믹한 8번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비르츠는 그 사이에서 공격의 리듬을 창조하고 결정적인 연결을 만들어내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비르츠의 존재는 리버풀 중원진의 운용 방식에 유연성을 불어넣는다. 맥알리스터–비르츠–소보슬러이로 구성된 공격적인 삼각 편성은 내려 앉는 버스 수비를 하는 상대로 전방에서부터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한다.
반대로 안정된 수비적인 운영이 필요한 경기에서는 흐라번베르흐나 존스가 중원을 단단히 다지며 비르츠가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부여할 수 있다. 경기 성격과 상대 전술에 맞춰 ‘맞춤형 미드필드 조합’이 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르츠는 단순히 기존 전력을 보완하는 선수를 넘어 팀 전체의 전술 운용 폭을 넓히는 핵심 기제로 기능할 것이다.
또한 비르츠는 단순히 공격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오른발잡이지만 양발 모두 능숙하게 활용하며 드리블 이후 방향 전환이나 컷인 플레이 역시 능란하다. 2024–25 시즌,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드리블을 시도하고 성공했으며 전진 볼 운반 횟수도549회에 달했다.
수비적 기여도 역시 돋보인다. 최근 두 시즌 동안 그는 상대 진영에서 가장 많은 볼을 탈취했으며, 경기당 1.25회의 압박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그가 공수 전환 구간에서도 팀 압박 구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활동량과 태도를 갖췄다는 증거다.
단순히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아닌, 공수 전환 구간에서 팀의 압박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활동량과 헌신적 태도까지 갖춘 선수라는 점은 전술적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큰 자산이다. 게다가 레버쿠젠에서 함께 뛰던 프림퐁과의 유기적인 연결은 리버풀이 구축하려는 측면 연계 구조 안에서도 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이다.
또한 비르츠는 단순히 독일 무대에서만 두각을 드러낸 선수가 아니다. 그는 유럽 최고 무대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2024–2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9경기 6골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활약했고 경기당 찬스 창출과 압박 횟수에서도 최상위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UEFA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를 다섯 차례나 수상한 것은 그가 단지 리그에서만 통하는 선수가 아닌 유럽무대서도 통하는 클래스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가 맨체스터 시티,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의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의 관심 속에서도 리버풀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슬롯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명확한 포지션과 역할을 부여받았고 팀 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그는 “경기를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상대를 읽고 먼저 움직이는 것이 내 방식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비르츠가 단순한 기술자에 머무르지 않고 전술과 상황을 해석하며 경기를 설계할 줄 아는 미드필더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르츠의 합류는 단기적인 전력 보강을 넘어 팀 구조 자체의 재정립을 시사한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이적으로 인한 창의성 이탈을 걱정하는 목소리 속에서 비르츠는 새로운 전술 중심축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팀이 단순히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를 선도하려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영입은 전략적 의의를 지닌다.
비르츠는 리버풀이 새로운 영광의 장을 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임 체인저’다.
글=‘IF 기자단’ 5기 김호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