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IF 기자단>'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IF 기자단>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권용현 선수는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달수네 라이브’를 비롯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화려한 입담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아카데미 수업과 개인 레슨을 진행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천 TNT FC’ 소속 선수로서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자신만의 활로를 개척해 온 권용현 선수를 만나봤다.

1편에서는 권용현 선수의 파란만장했던 인생과 선수 시절에 대해 들어봤다. 그리고 2편에서는 그의 은퇴 후 새로운 삶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선수 시절 권용현을 지탱해 준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도전 정신은 은퇴 후에도 그를 밝게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축구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후배들을 위한 권용현 선수의 진심 어린 조언까지 알차게 담아 2편을 시작하겠다.

# 은퇴 후 권용현의 삶

선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권용현은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권용현 선수를 직접 만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아보았다.

-현재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소개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은 두 가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달수네 라이브’ 구독자분들을 모아 아카데미 수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그 아카데미의 감독을 맡아 직접 축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TNT FC 활동도 병행하고 있어요. 여기서 개인 레슨도 하고, 선수로 뛰기도 하죠. 그래서 요즘 제 일상은 주로 레슨과 방송, 이 두 가지가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역 시절에도 이른바 ‘끼’가 많으셨는데 이것이 현재 방송 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그게 방송을 시작한 계기였어요. 예전에 ‘풋볼매거진 골’ 제주에 있을 때, 제가 혼자 카메라를 들고 영상 촬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1인칭 시점으로 감독님과 선수들을 찍는 콘텐츠였는데, 그때 PD였던 재민이 형이 지금 ‘달수네 라이브’의 PD입니다.(웃음)

재민이 형 결혼식에서도 제가 축가 무대를 했고, 이후에 재민이 형이 밥 한번 먹자고 부르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K리그 입중계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잘 맞았고, 원래부터 해설의 꿈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됐어요. 아직 정식 해설위원은 아니지만 러브콜이 오면 언제든지 도전할 준비가 되어있고, 해보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향후 지도자의 길을 걸을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지도자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하는 일이 아카데미 운영이나 개인 레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수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저의 노하우를 다른 선수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습니다. 지도자 자격증도 따고, 만약 좋은 기회가 온다면 누군가를 가르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외에도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요즘 제2 외국어, 특히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여러 선수들을 계속 만나면서 해외 선수들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는 스카우트 역할까지 해보고 싶어요. 저는 한 곳에만 계속 있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스카우트를 하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선수도 보고, 축구도 볼 수 있잖아요. 현역 출신 스카우트로 직접 영어로 대화하고, 더 나아가 에이전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도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너무 어렵네요.(웃음)

# 기회의 땅, 양천 TNT FC

권용현 선수는 현재 독립 구단인 ‘양천 TNT FC’에서 선수이자 아카데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TNT FC에서의 활동은 그에게 ‘제일 재미있게 놀았던 10년’을 연장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TNT FC의 매력과 구단에 대한 권용현 선수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TNT FC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아마 TNT FC처럼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실력 있는 선수들이 많은 독립구단은 없을 거예요. 저도 함께 운동하면서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요즘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이유가 다양하잖아요. 감독과의 불화, 팀 컬러와의 불일치 등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런 상황을 겪는 선수들에게 저는 TNT FC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TNT에 와서 운동하면 실력은 확실히 늘 거다. 그리고 새로운 팀을 찾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도 많다”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권용현 선수를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이 TNT FC를 선택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본인들도 운동이 되고, 무엇보다 진짜 ‘팀’ 같아요. 독립구단 중에서도 단연 1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대전이랑 연습 경기를 했는데 경기 끝나고 황선홍 감독님이 “너네는 그냥 팀이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 선수들이 모여드는 거죠. 베테랑 선수들도 와서 운동하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하기 전에도 TNT FC에 잠깐 계셨는데 이 기간이 도움이 됐나요?

엄청 도움이 됐어요. 제가 말레이시아에 가기 직전이 딱 제 커리어에서 변곡점이었거든요. 그동안은 스피드를 활용한 플레이가 강점이었는데, 조금씩 그 부분이 떨어지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그러다 보니 “운동장에서 내 스타일을 어떻게 바꿔야 하지?”라는 딜레마가 왔죠. 그런데 TNT FC에 오니까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편하게 축구할 수 있게 해줬어요. 덕분에 제2의 스타일을 잡을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말레이시아에 갈 수 있었습니다. 가서도 잘 풀렸고, 정말 좋았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렇다면 TNT FC 소속 선수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만의 축구는 확실히 개성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자신도 있어요. 저는 누구보다 양발을 잘 쓸 수 있거든요. 저는 코너킥을 올려도 한쪽에서는 왼발, 다른 쪽에서는 오른발로 올려요. 이러한 제 장점을 후배들이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메시, 네이마르 같은 선수들은 드리블을 워낙 잘해서 저는 범접할 수도 없죠. 한국에서도 저보다 빠른 선수는 많아요. 하지만 빠르지 않아도 자기만의 개성과 노력을 통해 하나의 무기를 가질 수 있다면 프로선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해요. 궁금한 점 있으면 다 물어보고 제 모든 것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뼈만 남아도 됩니다. 어차피 살 많아서 다 가져가지도 못해요.(웃음)

# ‘축구’를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선수로서도 방송인으로서도 굵직한 성과를 낸 권용현 선수.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었다. 권용현 선수의 이야기를 통해 “고민하지 말고 일단 도전하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모토나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겁먹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새로운 일은 주변에 널려 있잖아요. “굳이 겁먹을 필요 없다. 만약 안 되면 어떻게든 버틸 테니까, 재미있는 걸 찾아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요즘 젊은 분들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걱정이나 고민을 한다면, 저는 그냥 일단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시작하면 “앗싸, 반 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말 그대로 절반 온 걸로 생각하고 바로 뛰어드는 거죠. 중간에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두면 됩니다. 그리고 다른 걸 시작하면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아요. 이틀 이상 고민하는 법이 없습니다. 큰 고민이라도 하루 넘기고, 다음 날까지 생각했는데 여전히 하고 싶으면 그냥 합니다. 모든 리스크는 제가 안고 가고, 욕도 제가 먹으면 되니까요.

물론 사람마다 성격이 달라서 고민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솔직히 사람이 고민해서 바꿀 수 있는 게 몇 개나 되겠어요? 제 생각에는 100개 중 99개는 못 바꾸고, 바꿀 수 있는 건 하나 정도예요. 그래서 저는 굳이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시작하고, 반 먼저 가는 게 제 스타일입니다.

-최근 방송 등 축구 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위한 팁이나 조언이 있을까요?

본인의 PR을 스스로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즘은 스스로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어요. SNS, 유튜브 등 많은 방법이 있죠. 만약 본인의 PR을 단 한 명이라도 알아준다면 이게 나중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항상 도전하면서 자신을 홍보하는 것도 괜찮다고 봐요.

 

-축구 선수로서 프로 진출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도 많은데, 이들을 위한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축구를 잘해라, 기본기를 다져라, 시야를 넓혀라. 이런 건 프로에 가려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를 꼭 덧붙이고 싶어요. 바로 ‘포커페이스’입니다.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분이 나쁘거나 상황이 좋지 않아도 표정 관리와 행동, 말투,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해요.

저도 그게 잘 안됐던 케이스예요. 저는 표현을 많이 하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주변에서 “그거 조금만 참았으면 피해 안 봤을 거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저는 그걸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감독님이나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거라고 봤거든요. 다만 그게 프로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일단 프로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그 이후에는 경기를 뛰든 안 뛰든 태도가 한결같아야 해요. 저는 포커페이스만 유지할 수 있다면 최소 5년은 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출난 실력이 있든 없든 마찬가지예요.

-축구 선수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아무래도 부상일 것 같습니다. 권용현 선수도 장기 부상에서 회복한 경험이 있으신데, 부상 문제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본인을 믿고 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번 다친 선수들이 또 다치는 이유는 급해서예요. 음식도 빨리 먹으면 체합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은 누구보다 지루하게 갔으면 좋겠어요. 거북이처럼요. 그게 제일 힘든 부분이긴 합니다. 근데 누구보다 지루하게 가면 나중에 토끼처럼 뛸 수 있어요. 그런데 거북이인데 토끼처럼 뛰려니까 탈이 나는 거예요.

부상은 무조건 천천히 가야 됩니다. 아프면 억지로 하지 말고 쉬었다가 다시 가야 돼요. 그래야 나중에 상승 곡선을 탈 때 쭉 올라가죠. 천천히 달려야 하는데 빠르게 달리면 부러집니다. 절대 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곧 은퇴를 앞둔 후배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그냥 후련해졌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할 게 얼마나 많은데, 굳이 스트레스 받으면서 붙잡을 필요는 없잖아요. 은퇴가 다가왔다고 느껴진다면, 저는 오히려 속이 시원했으면 합니다.

저도 사실 ‘은퇴’라는 단어가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늘 쿨한 척했지만 저도 사람인데 모든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순 없었죠. 10년 동안 제일 재밌게 놀았다고 했잖아요. 그 즐거웠던 걸 내려놓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 6개월은 “괜찮아”하다가도, 2~3주 만에 “다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마음이 정리됐습니다. 그냥 후련하게 내려놓자고 마음먹은 후부터는 즐기게 되더라고요. 은퇴가 다가온다면 “아, 이제 또 다른 걸 해볼 수 있겠네. 드디어 축구를 내려놓을 수 있겠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가치는 내가 판단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알아주고, 응원했던 팬들이 기억해 주는 거죠. 그걸로 충분해요. 굳이 힘들어하지 말고, 후련하게 내려놓고 박수 받을 때 물러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권용현 선수의 제2의 삶은 ‘멈추지 않는 도전’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선수 생활 이후, 오히려 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얻는 그의 경험은 앞으로 축구 선수들의 제2의 진로 개발 인프라를 새로이 구축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러한 개성 넘치는 다양한 도전 정신이 한국 축구 산업 자체에도 이바지하게 되면서 더욱 컬러풀하게 빛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콘텐츠 제작='IF 기자단' 5기

글=김태현, 최태령, 김동환, 김호진

사진=이병일

현장 취재=김호진, 최태령, 김동환, 김태현, 이병일

자료조사=김동환, 김태현, 김호진, 이병일, 최태령

저작권자 © 포포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