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평범한 축구 동호회에서 시작하게 된 양천 TNT FC. 그 중심에는 축구보다 ‘사람’을 이야기하는 남자가 있다. 축구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와 해설가를 거쳐 현재는 TNT 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륭이다. 자신을 한국 축구계의 비주류라고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전하며 성장했다.

그는 양천 TNT FC라는 작지만 차별화된 팀을 통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축구’를 실현 중이다. 축구로 단순히 승패가 아닌, 성장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는 신념. 그 철학을 실천해 가는 김태륭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Q.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요즘에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건 주로 더에프, TNT, 기타 겸직과 관련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평소에는 9시 반부터 10시 사이, 영등포구에 있는 구단 사무실 8층에 출근한다. 본가와 훈련장이 가까워 여기서 일을 보고, 10시 훈련 이후 코칭스태프와 만난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3건의 업무 미팅이 있다.

특히 작년을 기점으로 TNT 업무 비중이 커졌다. 양천구와의 연고 협약이 기점이 됐다.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에 지역 축구계에서 인지도와 호감을 쌓는 것이 가능했지만, 아직 TNT에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더에프가 나의 삶이자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사업이라면, TNT는 돈을 쓰는 분야이자 남을 위한 사업이다.

Q. ‘양천 TNT FC’라는 팀의 성장 과정이 궁금하다

TNT는 2000년 4월에 만들어졌다. 나는 사실 창단 멤버가 아니고, 2001년 여름에 합류했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일찌감치 대학 입학이 정해져서 여름 동안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모습을 본 아버지께서 나가서 뭐라도 하라고 하셨다. 결국 일요일마다 집 앞 동네 축구 동호회에 나갔고, 그 팀이 현재의 TNT였다

TNT는 12명 정도로 구성된, 강남구 역삼동 근처 초등학교에서 맨땅에 축구하던 팀이었다. 내가 유일한 선출이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선수 겸 감독 역할을 맡게 되었다.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는 신입생이라 경기 출전도 못 하고 빨래 등 잡무가 많아서 힘들었다. 하지만 TNT에서는 게임 ‘Football Manager(FM)’처럼 내가 구단을 키워가는 재미가 있었다. 강남구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동호회가 되자는 목표를 추구하면서 사람을 모으고, 전국 대회로 목표를 키워 나가던 것이 이렇게 커졌다.

이후 2017년 대한축구협회가 문체부 예산을 받아서 디비전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K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었던 TNT에게 시기적절했다. 이때 기회를 잡아서 7부 리그에서 곧바로 6부 리그로 승격했다. 현재는 5부 리그 까지 왔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의 가능성을 봤다. 한국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어렵지, 막상 도입되면 속도가 붙는다. 20년은 걸릴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Q. 팀 이름이 TNT인 이유가 있는지?

솔직히 왜 팀 명칭이 TNT인지도 몰랐다. 언제 한 번은 부끄러워서 팀명을 변경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TNT는 고유 명사가 되었다. 우리는 밑에서부터 출발한 소위 ‘풀뿌리’ 팀이지만, 비주류들이 모여 한국 축구에 폭발이나 붐을 일으키자는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과거만 하더라도 그것을 왜 하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그들은 후에 그것을 어떻게 하냐고 질문했다. ‘WHY’가 ‘HOW’로 바뀌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TNT는 처음부터 로드맵을 짜거나 의도를 가지고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Q. 팀 구성은 어떻게 되나?

TNT의 모토는 바로 ‘연결고리‘다. 특히 ‘프로-아마추어’, ‘학원 축구-성인 축구’, ‘축구-생활’의 세 카테고리로 나뉜다. 이러한 요소들이 팀 구성에 반영되어 있다.

A팀은 프로 진출을 노리는 K5 리그 전업 선수들인 반면에 B팀은 나이대가 높은 축구인 출신들(60%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B팀은 동호회처럼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일요일에만 축구를 한다. 앞으로 TNT가 4부 리그로 승격한다면 A팀을 K4, B팀을 K5 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리저브 팀은 B팀보다 젊은 20대 초중반 선수들도 있다. 이들 중 선출은 많이 없지만, 축구 산업 쪽으로 진지하게 진출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고, 심지어 대학생도 있다. 이들은 평일 저녁 주 3회 진행한다.

앞으로 B팀 및 리저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서 A팀으로 넘어가는 선수들이 생길 것이다. 반면에 A팀에서 당장의 모습이 아쉽지만, 젊고 유망한 선수들은 리저브 팀에서 발전해 A팀에 도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일례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축구를 하던 선수가 졸업 후 리저브 팀에 들어왔다. 리저브 팀에서 축구를 하면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재수해서 일반 체육대학생으로 경희대에 입학했다. 어느 날 갑자기 대학 축구부에 들어가 다시 선수에 도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 결국 축구부 테스트를 받고 합격해서 추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까지 이뤘다. 프로 진출을 목표로 하는 A팀 이외에 다른 카테고리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스토리가 또 만들어질 수 있다.

만약 한국 축구가 저변이 넓어지고 디비전이 활성화될 경우, 고등학생 때 비선출인 사람들 중 지역의 디비전을 거쳐 선수가 되는 사례들도 나올 수 있다. TNT가 바로 이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Q. 2023년 10월, 양천구와 연고 협약을 맺은 게 큰 화제가 되었다. 연고 협약을 맺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김포 FC 구단주인 김병수 김포시장님이 이기재 양천구청장님에게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정말 재밌고 보람 있다”며 이야기를 건넸고 이에 자극받은 구청장님이 대한축구협회에 문의했다. ‘TNT라는 준비가 잘 된 팀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구청장님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오며 인연이 시작됐다. 원래 난 더 준비를 갖추고 연고 협약할 자치구를 찾을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오퍼가 몇 번 왔다. 그러나 우리는 K리그 진출이 최종 목표이다. 2031년에는 서울 이랜드 FC가 목동종합운동장을 비우게 되기 때문에 그 시점을 기회로 보고 있었다. 따라서 서울에 남는 것이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해 모두 거절했다.

 

Q. 양천구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유스 팀은 있지만 U-18 팀이 없다고 들었다. TNT가 어떻게 연결고리가 되어주고자 하는지?

현재 TNT가 가장 우선으로 목표하는 것은 K4 리그 진출이다. K4 진출 이후에는 유소년 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양천구에는 목동중학교라는 축구 명문 학교가 있음에도, 고등부 축구부가 존재하지 않기에 양천의 유소년 축구 인재들은 타 지역으로 많이 빠져나간다. 우리가 양천구와 협업해 U18 팀을 만든다면 양천구 출신 축구 유망주를 지킬 수 있다. 예를 들어 10명의 선수를 배출하면, 제일 잘 활약하는 1명은 K리그로 진출하고, 2~5명은 A팀이 있는 K4 리그로 진출, 그리고 남은 선수들은 B팀이 있는 K5로 진출할 것이다. 나머지 한두 명에게는 교육을 통해 축구 행정 쪽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양천구 출신 유망주들이 모두 취업과 사회 진출을 이룰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관내 학교와 협업하여 학교들을 기반으로 유소년 팀을 운영할 계획이 있다. 특히 TNT 18세 팀의 목표는 대학 진학이 아닌 해외 프로 축구에 선수들이 진출하는 것이다. 나는 핏투게더에서의 경험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했다. 핏투게더의 제휴 구단들은 대부분 한국 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즉, 선수들이 해외 진출에 도전하기 적합한 환경이다. 또한 만약 선수가 해외에서 실패할 경우, K4에 있는 TNT팀으로 돌아오면 된다. TNT가 안전장치인 셈이다. 양천에서 시작한 선수인 만큼 다시 TNT에서 프로든 대학이든 해외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면 된다. 중요한 건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복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Q. 실제로 해외에 ‘TNT 출신’ 코리안리거가 많은데, K5리그의 TNT가 해외 구단과 어떻게 협력을 맺었는지 궁금하다

비법은 없다. 내가 더 바쁘고 열심히 살면 된다(웃음). 결국에는 발로 뛰며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에만 한정하지 않고, 해외와의 인적 교류까지 연결해 글로벌로 판을 넓히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다양한 인적 교류를 통해 이벤트를 유치하면 해외로 나갈 수 있다.

앞서 말했듯, 핏투게더 재직 당시 해외 기관, 협회, 구단 등 여러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하부 리그 구단이라고 이러한 기회들을 살리지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 및 클럽 간 교류 (지도자, 교육, 마케팅, 콘텐츠) 같은 국제 교류 시도가 언제든지 가능하다.

TNT는 한국 축구 산업 확장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2022년부터 글로벌 하부 리그 구단의 교류 프로젝트인 ‘Grassroot United’를 기획했다. 최근 강하게 연결된 팀은 캄보디아를 연고지로 한 라이프 FC이다.

라이프 FC와는 캄보디아에서 뛴 적 있는 TNT 출신 박이영 선수와의 인연으로 컨택하게 됐다. 마침 운 좋게도 사무국장이 TNT와 한국 선수들에 관심이 있었고, 사무국장 아버지가 라이프 FC의 구단주여서 원활하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라이프 FC와 협력을 체결하면서 40살의 젊은 허재원 감독이 선임되어 캄보디아로 갔다. 허재원 감독은 출중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핏투게더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전 세계 어디에나 포르투갈 및 스페인 출신의 감독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베리아반도 국가 출신들의 포스트 무리뉴와 과르디올라가 모두 고국을 빠져나와 성장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지도자들은 출중한 역량과 언어 능력이 있기에, 이들이 해외에 나가서 성장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성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Q. 해외 구단 외에도, TNT는 ‘고알레’, ‘동네축구고수’ 등 다양한 미디어 파트너들과 협업했다. 축구와 미디어 콘텐츠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은 구단에서 콘텐츠 채널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원래 TNT는 유튜브의 보편화 이후에도 미디어 협업에 부정적이었고, 실제로 광고 제의도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방송에 출연한 다른 팀 선수가 겉멋이 들고, 훈련을 게을리 하는 경우를 본 적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

실제로 작년 SNS에 몇몇 선수들이 술자리 사진을 올리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행동은 프로 레벨에서 발생했을 경우 선수 생활에 치명적이거나 자칫하면 끝날 수도 있는 일이다. TNT는 선수들에게 프로로 가기 위한 습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세 번까지는 봐주되 이를 넘어갈 경우 방출시킨다.

하지만 현재 프로 축구와 미디어 환경은 서로 공존하는 환경 자체가 현실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선수들은 미디어 매체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세대다. 이제는 이 또한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면서, 선수로서 성장하는 과정으로 본다.

Q. TNT의 행보를 보고 ‘제2의 TNT’를 꿈꾸는 독립 구단들이 많다. 이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떤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보는지?

일단 독립 구단을 벗어나 프로 구단과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TNT가 최근 화제가 되며 후발 주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중요한 요소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선수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다수의 독립 구단은 선수들의 회비로 운영되기에, 선수가 갑인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거부하거나 불참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TNT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팀 내 분위기는 프로 구단과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선수가 훈련 시간에 늦으면 선수들이 질책하거나 늦은 선수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이와 같이 독립구단들이 ‘제2의 TNT’가 되고 싶다면 선수들이 프로의 자세로 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Q. 그렇다면 TNT라는 팀의 매력은 무엇인가?

‘성장’이라는 우리 팀만의 브랜드다. 바르셀로나 하면 ‘티키타카’, 전북 현대를 생각하면 ‘닥공’이 떠오르지 않나. TNT는 확고하게 ‘성장하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1,2부 팀들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TNT만의 고유의 가치와 스토리를 만드는 데 25년이 걸렸다. K3나 K4에 진출했을 때 우리 팀이 TNT의 ‘성장하는 팀’이라는 고유의 가치를 잊는 순간 끝난다. 우승, 성적, 트로피도 좋지만, 실제로 TNT 선수, 프런트 몇 명이 상위 리그로 올라가는가가 더 중요하다. 현시점 1부 리그부터 4부 리그까지 총 64명의 TNT 출신 선수들이 뛰고 있다. 이러한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무너진다면 TNT는 평범한 5부 리그 팀으로 전락할 것이다.

Q. 앞으로는 어떤 비전을 꿈꾸고 있나?

5~6년을 잘 준비해서 양천구 주변 서울 서쪽 팬덤을 구성할 계획이다. 선수들이 행복하고 축구가 재미있으면 팬덤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 과정을 충족시키고 이후에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을 추가하면 된다. 축구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전제하에, K리그 구단이 못하는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 시도를 우리 TNT는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기대해 주면 좋겠다.

 

IF 기자단의 말: 김태륭 대표의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콘텐츠 제작='IF 기자단' 2기-5기

글/인터뷰=김현수, 강유찬, 서예원, 김은성

사진=강유찬

현장 취재=김현수, 서예원, 김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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