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정지훈(천안)]
팀의 부진에 스스로 주장 완장을 내려놓을 정도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베테랑 수비수 이웅희다. 그가 천안의 2연승을 이끈 후, “이 팀은 꼴찌에 있을 팀이 아니다. 말보다는 행동과 결과로 증명하겠다”며 확실한 반전을 약속했다.
천안시티 FC는 지난 21일 오후 7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7라운드에서 서울 이랜드 FC를 4-2로 격파했다. 이날 승리로 천안은 시즌 첫 2연승에 성공했고, 서울 이랜드는 4경기 무승(1무 3패)의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경기 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천안은 극심한 부진에서 탈출하며 직전 라운드에서 ‘라이벌’ 충남아산을 제압했고, 서울 이랜드는 최근 리그 3경기에서 1무 2패로 부진한 상황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유력한 승격 후보로 평가받았던 서울 이랜드이기에 천안 원정에서 반드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했다.
그러나 축구는 기세였다. 천안이 김성준의 선제골로 앞서갔고, 이후 두 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에 들어온 이정협이 2골에 관여하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여기에 이상준의 쐐기골까지 터지면서 천안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정협, 이상준 등 공격진들이 주목을 받았지만, 천안의 최후방에서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준 선수가 있었다. 바로 베테랑 수비수 이웅희다. 그는 지난 충남아산전에서 환상적인 패스로 이상준의 결승골을 도왔고, 이날 서울 이랜드전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2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웅희는 “2로빈 와서 흐름을 잘 타고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했던 부분이 좋게 오고 있는 것 같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1로빈 때는 뭘 해도 안 되는 시기가 있었다. ‘왜 지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까지 안됐던 시기는 축구하고 처음이었다. 그래도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했기 때문에 그나마 연승을 할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2골에 관여한 이정협에 대해서는 “정협이와는 식사도 자주하고, 이야기도 많이 한다. 이제 정협이도 나이를 먹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밖에 없는 선수다. 기특하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공격수는 공격 포인트가 중요한데, 스스로 맞서 싸워 이겨냈다. 올 시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더 잘하라고 응원하고 있다. 어려운 시간을 스스로 잘 이겨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충남아산전 ‘인생 패스’에 대해서도 답했다. 이웅희는 “사실 처음에는 볼을 끊었을 때, 옆에 툰가라에게 빨리 주려고 했다. 뭔가 적극적으로 받고 싶어 하는 느낌이 아니어서, 한 번 더 치고 나갔다. 이때 상준이가 침투하는 길이 보였다. 제가 볼을 화려하게 차는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패스 하나를 주더라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15년간의 습관들이 한 순간에 나왔다. 정말 모든 것을 집중해서 패스를 했다. 운도 좋았고, 상준이도 잘 빠져 들어갔다”며 밝게 웃었다.
천안은 1로빈에서 단 1승만 거두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고, 4라운드부터 무려 8연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이에 천안의 김태완 감독은 ‘선두’ 인천을 상대로 3백으로 전술을 바꾸며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했고, 당시 이정협이 2골을 기록하며 3-3 무승부를 거뒀다. 독주를 구축하고 있는 인천을 상대로 값진 승점을 따냈고, 이후 반전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이웅희는 “전술도 바뀌었다. 감독님께서 4백에서 3백으로 변화를 주셨다. 공격이나, 미드필드 선수들에게 들어보면, 후방에서 안정감이 생겼다는 말을 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수비를 할 때, 불안함이 있었다. 이제는 지키는 힘이 생겼고, 끈끈함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있다. 선수들이 준비를 잘했다”고 답했다.
이어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다. 2로빈 와서는 1패밖에 없다. 하지만 팀에 베테랑들이 많기 때문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들뜨지 않고, 흔들리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후배들도 잘 따라 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웅희는 팀이 부진하자, 스스로 주장 완장을 내려놓았다. 강한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에, 서운한 마음보다는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는 “아쉬운 것보다는 팀이 워낙 좋지 않아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감독님과 미팅도 했고, 주장을 내려놓기로 했다. 분위기가 바뀌었으니 잘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은사’ 김태완 감독에 대해서는 “김태완 감독님의 말씀처럼 말하지 않아도 통하고, 믿음이 있다. 감독님께서 말씀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하다보니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천안에 와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묵묵히 희생하다보니 믿음을 주시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선수는 감독님의 믿음에 더 뛰게 된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제부터 진짜 반전이 시작된다. 이웅희는 “목표는 설정하고 있지 않다. 1로빈 때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한 경기만 집중하고 있다. 미친 듯이 준비하고 있다. 한 경기씩 잘 하다보면 좋은 상황이 올 것 같다. 숫자적인 목표는 없다. 사실 천안이 꼴찌에 있을 팀은 아니다. 가야할 길이 멀다. 말보다는 운동장에서 행동과 결과로 증명하겠다. 힘든 상황이 오겠지만 잘 극복하겠다. 1로빈 때처럼 허무하게 장기간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며 확실한 반전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