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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는 한동안 길을 잃었다. 리오넬 메시가 떠난 뒤, 팀은 더 이상 '바르셀로나답지' 않았다. 라리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흐린 날 스쳐간 한 줄기 햇살 같았다. 유럽 무대에서의 성적은 참담했고, '공을 지배하며 상대를 압도하던 바르사'는 사라졌다. 익숙했던 아름다움 대신, 혼란만이 남았다.
그런 바르셀로나가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었다. 주인공은 한지 플릭. 그리고 2024-25시즌 그 선택은 영광을 향한 시작이었다. 독일 대표팀에서의 실패로 ‘물음표’가 붙었던 플릭 감독은 다시 클럽 무대로 돌아와 ‘느낌표’로 응답했다. 잊고 있던 바르셀로나의 빛을 되살렸다.
# 다시 클럽 감독으로 돌아온 플릭,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플릭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트레블’을 달성한 명장이다. 2020년, 플릭의 바이에른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8-2로 무너뜨리며 뼈아픈 기억을 안겼다. 이후 플릭은 독일 대표팀 감독직을 맡았지만,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유로2024를 앞둔 경질로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클럽 무대에서는 검증된 지도자였다. 사비 감독 경질 후 바르셀로나는 그를 새로운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유럽 대항전 조별리그 탈락, 2023-24시즌 무관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재정 상황까지. 플릭은 제한된 자원으로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물음표를 단숨에 느낌표로 바꿨다. 바르셀로나는 60경기에서 170골을 터뜨리며 유럽 5대 리그 중 최다 득점팀이 되었고, 라리가, 코파 델 레이, 수페르코파를 모두 휩쓸며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강 진출에 성공하며, ‘우리가 알던 바르셀로나’가 돌아왔음을 알렸다.

# ‘계륵’에서 ‘핵심’으로, 하피냐의 반전 드라마
야말, 레반도프스키가 중심에 있었지만, 가장 극적인 반등을 이뤄낸 선수는 하피냐였다. 사비 체제에서 계륵처럼 여겨졌던 그는 2023-24시즌 종료 후 이적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플릭 감독은 직접 전화해 자신의 전술 핵심으로 그를 구상하고 있음을 전했고, 하피냐는 바르셀로나에 남기로 결심했다.
결과는 감동적이었다. 53경기, 34골 23도움. 챔피언스리그 단일 시즌 22개의 공격포인트는 호날두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플릭의 신뢰에 완벽히 응답한 하피냐는 새로운 바르셀로나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 점유율의 바르사에서 압박의 바르사로, 전술의 진화
전통적으로 바르셀로나는 4-3-3 포메이션과 점유율 축구로 상징되었다. 그러나 점유율에만 집착한 나머지 실리를 놓쳤다는 비판도 있었다. ‘축구 2’라는 조롱이 따라붙기도 했다.
플릭은 바르셀로나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축구 방식을 입혔다. 4-2-3-1 포메이션과 전방 압박, 빠른 역습 그리고 강도 높은 수비 전환. 특히 오프사이드 트랩은 그의 전술에서 가장 독창적인 부분이었다. 마르티네스와 쿠바르시로 구성된 센터백 듀오는 하프라인 위까지 전진하며 무려 164회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하며 5대리그에서 1위에 올랐다.
공격에선 좌측의 발데-하피냐, 우측의 야말-쿤데 조합이 균형을 이뤘다. 발데의 부족한 수비력을 하피냐의 활동량으로 채웠고 야말이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게 쿤데가 우측면의 수비를 담당했다. 바르셀로나는 점유율이라는 상징을 유지하면서도, ‘능동적인 축구’로 변화에 성공했다.
# ‘문제아’ 래쉬포드, 바르셀로나의 퍼즐 조각이 될까?
바르셀로나는 여름 이적 시장을 앞두고 안수 파티를 포함한 8명 방출을 준비 중이며, 주안 가르시아 등 젊은 피를 물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팬들의 관심을 끄는 소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쉬포드 이적설이다.
플릭은 래쉬포드와 비슷한 유형의 하피냐를 성공적으로 활용해냈고, 이 점이 래쉬포드 영입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래쉬포드는 활동량과 멘탈 문제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우스만 뎀벨레도 바르셀로나에선 부침을 겪었으나, 파리 생제르맹에서 만개하며 발롱도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환경’은 종종 선수의 재능을 피우는 열쇠가 된다.
플릭의 손에 쥐어진 래쉬포드, 그것이 실패일지 혹은 대성공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그 가능성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캄프 누의 귀환과 함께, 바르사의 목표는 유럽의 왕좌
다가오는 시즌, 바르셀로나는 유럽 정상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말, 페드리, 가비, 쿠바르시 등 젊은 라마시아 출신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고, 이들의 성장은 구단의 미래를 밝힌다.
노장 레반도프스키, 이니고 마르티네스의 하락세는 변수지만, 이적 시장을 통해 세대교체와 보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도 가능하다.
그리고 2025년 10월, 리모델링을 마친 캄프 누가 다시 문을 연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창단 125주년을 맞는 해에 맞춰 개장을 계획했지만 다소 지연되었고, 2025년 10월 바르셀로나는 다시 캄프 누에서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가오는 2025-26시즌, 바르셀로나는 알론소가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라리가 왕좌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1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새 단장한 캄프 누로 다시 들여올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이제 시작이다.

글=‘IF 기자단’ 5기 윤효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