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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5시즌은 이강인에게 다사다난한 시즌이었다. 리그 개막골을 득점하며 최고의 출발을 한 이강인은 전반기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출전하며 나름의 입지를 다지는 듯했다. 전반기에만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의 리그 공격 포인트를 넘어섰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을 바탕으로 한 엔리케 감독의 전술은 볼을 점유한 상황에서 경기를 조율하는데 강점을 보이는 이강인과 맞지 않았다. 이강인이 주춤한 사이,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데지레 두에가 측면에 자리 잡았고, 파비안 루이스-비티냐-주앙 네베스의 중원 조합이 굳어졌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마지막 교체 카드로 이강인 대신 06년생 유망주 세니 마율루를 선택한 장면은 더 이상 PSG에 이강인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강인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PSG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강인은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PSG의 흔적을 지웠고, PSG 역시 이강인을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트레블을 달성한 PSG의 스쿼드에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이적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 여전히 매력적인 이강인, 나폴리로 향하나?

이강인은 여전히 뛰어난 재능과 전술적 가치를 지닌 선수다. 정교한 왼발 킥을 바탕으로 한 전진 패스와 슈팅은 이강인의 강력한 무기다. 탈압박과 개인기를 이용하여 좁은 공간에서도 볼을 소유하는 능력과 좌우 전환을 통해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이강인은 팀에 창의성을 불어넣으면서 많은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선수다.

특히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강인의 전술적 가치를 더욱 높인다. 이번 시즌 이강인은 주 포지션인 오른쪽 윙 외에도 제로톱의 폴스 나인, 메짤라로도 기용되며 전술적 가치를 입증했다. 이러한 이강인의 다재다능함은 여러 대회를 병행해야 하는 빅클럽 입장에서 매력적인 옵션이다. 스쿼드의 양적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 때문일까, 이강인을 원하는 여러 팀과의 이적설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스널, 맨유, 크리스탈 팰리스 등이 이강인에게 관심 있다는 소식이 있다. 여기에 나폴리, AC 밀란, 유벤투스와의 링크도 나오고 있다.

이중 현시점 가장 유력한 행선지는 이번 시즌 ‘세리에 챔피언’ SSC 나폴리다. 시즌 종료 후 나폴리가 이강인을 원한다는 각종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나폴리 지역지 ‘스파지오 나폴리’에서 “나폴리의 데 라우렌티스 회장이 이강인 영입을 강하게 원하고 있으며, 이강인도 나폴리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힐 만큼 이강인과 나폴리는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강인에게 나폴리 이적은 좋은 선택일까? 주전 자리를 위해 PSG를 떠나는 상황에서 나폴리는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현재 나폴리의 스쿼드 구성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전술을 고려했을 때 말이다.

# ‘우승 스쿼드’를 뚫어야 하는 이강인

 

2023-24시즌 부진을 거듭하며 리그 10위에 그친 나폴리는 콘테 감독 부임과 함께 승승장구하며 2년 만에 세리에A 우승에 성공했다. 즉, 현재 나폴리는 우승할 정도로 스쿼드 구성이 탄탄하게 이루어진 상태다. 이강인이 나폴리로 이적하게 된다면 우승 멤버와 경쟁해야 하는 험난한 과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중 이강인의 실질적 경쟁 포지션인 오른쪽 윙과 미드필더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미드필더 자리부터 살펴보자. 나폴리의 잠보 앙귀사-스타니슬라브 로보트카-스콧 맥토미니 ‘삼각편대’는 이번 시즌 나폴리 우승의 주역이었다. 앙귀사의 왕성한 활동량과 볼 운반 능력을 바탕으로 로보트카가 패스를 뿌려주고, 맥토미니가 공격적으로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 선수의 유기적인 조합은 나폴리 전술의 핵심이었다.

여기에 ‘전설’ 케빈 더 브라위너의 합류까지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특히 더 브라위너는 이강인과 비슷한 포지션에서 중용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앙귀사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있지만, 이강인과 수행하는 역할이 다른 선수다. 앙귀사가 피지컬과 활동량을 통해 팀에 기여한다면 이강인은 정반대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강인이 나폴리의 미드필더진에서 주전으로 올라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오른쪽 윙은 어떨까? 현재 나폴리의 주전 오른쪽 윙은 마테오 폴리타노다. 폴리타노는 왕성한 활동량과 전술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팀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왜소한 피지컬과 왼발에 의존한다는 약점도 뚜렷하기 때문에 이강인 입장에서 미드필더진보다는 경쟁이 수월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이강인과 폴리타노의 플레이스타일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이강인은 폴리타노와 달리 스피드가 빠르지 않고 수비 가담도 적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강인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술적 변화가 필요한데, 이미 우승을 한 시점에서 콘테가 이러한 변화를 가져갈지는 미지수다. 자칫 잘못하면 PSG에서의 아픔을 다시 한번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 활동량과 체력을 요구하는 콘테의 전술

 

부임과 동시에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끈 콘테는 다음 시즌에도 팀과 함께할 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콘테의 전술에 이강인이 잘 어울리는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여도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콘테의 전술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필드 전 지역을 활용한다. 특히 미드필더에게 많은 활동량과 적극성을 요구한다. 미드필더가 열심히 뛰면서 최후방과 최전방의 간격을 메우는 형태로 경기를 운영한다.

이러한 전술적 특징은 이강인과 어울리지 않는다. 콘테의 전술에서 미드필더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 가담과 볼을 탈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강인의 약점 중 하나는 부족한 수비 가담이다. 여기에 이강인은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기보단 볼을 점유하며 템포를 조율하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따라서 나폴리의 미드필더진에서 이강인이 이점을 가져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른쪽 윙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폴리타노는 왕성한 활동량을 통해 나폴리의 우측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특히 1993년생인 오른쪽 풀백 조반니 디 로렌초의 나이를 고려하면 폴리타노의 수비 가담은 디 로렌초의 체력적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현재 전술에서 폴리타노의 자리에 이강인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오른쪽 수비에 대한 고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PSG에서 이강인이 점점 기회를 받지 못한 것도 결국 팀의 전술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콘테의 전술과 어울린다고 보기 힘든 이강인이 나폴리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이강인은 분명 눈부신 재능과 많은 장점을 보여주는 선수다. 이강인만의 유니크한 플레이스타일은 리그를 불문하고 통할 수 있다. 현재 나폴리의 선수단 뎁스와 주축 선수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나폴리에서도 로테이션 멤버로는 충분히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강인의 목표는 로테이션 멤버에 그치지 않는다. 팬들도 이강인이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애초에 PSG를 떠나려고 하는 이유도 주전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또다시 로테이션 멤버가 되려고 이적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나폴리는 이강인에게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세리에A 우승을 이끈 경쟁자들은 너무나 쟁쟁하고, 이강인이 감독의 전술에 어울릴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미 최고의 성공을 거둔 시스템을 뚫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씻고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강인 스스로가 본인의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현대 축구는 압박과 속도를 바탕으로 한 빠른 템포가 생명이다. 수비 가담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정적인 템포를 가져가는 이강인의 플레이스타일과는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이강인을 중심으로 전술을 설정할 빅 클럽은 없다. 빅클럽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가려면 이강인 본인이 팀의 전술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이강인은 나폴리뿐만 아니라 어느 구단을 가도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강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글=’IF 기자단’ 5기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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