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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우린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 더 많은 것을 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3-24시즌 맨체스터 시티에 승점 2점 차이로 아쉽게 우승을 내준 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팬들을 향해 했던 말이다. 반드시 우승을 쟁취하겠다는 다짐. 펩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를 상대로 두 시즌 동안 시즌 막바지까지 우승 경쟁을 벌이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기에, 다가오는 2024-25시즌을 앞둔 아르테타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아르테타의 당찬 포부 속 2024-25시즌도 아스널은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이었다. 이번 시즌 리그 4연패의 맨시티가 미끄러지며 우승에 대한 기대가 한층 더 높아졌다. 지난 시즌의 날카로운 득점력과 견고한 수비력만 유지한다면 20년 만의 우승을 향한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길었던 시즌이 끝난 지금, 이번엔 리버풀에게 우승을 내주며 또다시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리그 ‘2위’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에 만족하며 올 시즌을 마친 아르테타의 아스널이다. 사실 결코 못한 성적은 아니다. 선수들의 부상이 잦은 상황에서 리그 2위를 유지했고, 16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4강이라는 성과를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팬들의 비판을 듣는 이유는 이번 시즌 아르테타 감독의 아쉬운 행보와 이제 성적을 넘어 결과, 즉 ‘트로피’로 증명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아르테타의 아스널은 ‘부진한 시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전의 두 시즌과 비교했을 때 성적은 더욱 처참하다. 승점 84점을 기록하며 맨시티와 5점 차이로 우승을 놓친 2022-23시즌, 승점 89점으로 승점 2점 차로 코앞에서 우승을 놓쳤던 2023-24시즌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아스널은 승점 69점에 그치며 ‘우승’ 리버풀과 무려 10점 차이로 우승을 내주었다. 3월 중순에는 15점 차이까지 벌어졌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 역시 4강에 올랐지만, 파리 생제르맹(PSG)을 상대로 날카로움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며 허무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특정 나쁜 상황이 반복되어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Same old story’. 아르테타 감독과 아스널이 처한 상황이다. 우승에 다가가기는커녕 더욱 멀어진 시즌이다. 또다시 준우승에 그치며 ‘Same old Arsenal’이 되어버린 이번 시즌. 아르테타 감독의 아스널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 아르테타, 전술적 ‘고집’을 버려야 한다

 

아르테타는 전술적 철학이 명확한 감독이다.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공격 시에는 3-2-5 포메이션 형태의 포지션 플레이와 선수들의 유기적인 스위칭을 요구한다. 수비 시에는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높은 위치에서부터 상대에게 강한 압박을 거는 확실한 플랜A가 있다.

2023-24시즌부터는 팀에 ‘실리적인 색채’를 입히며 상대 팀과 상황에 따라 수비 라인을 로우블록까지 내린 후 라인 사이 간격을 콤팩트하게 구성했다. 때때로 5백, 6백 등의 극단적인 수비 방식을 선택하며 경기의 결과를 가져오는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술적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시즌 중반 외데고르와 사카와 같은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일 때, 아르테타 감독은 공격적인 측면에서 이들의 공백을 대체할 적합한 전술적 선택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부상으로 빠진 선수의 역할을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에게 그대로 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시즌 중반 사카가 부상으로 빠진 시기 ‘유망주’ 은와네리에게 사카의 역할을 그대로 맡겼다. 은와네리가 나름대로 선방했으나 당연히도 ‘사카 의존도’를 메꾸지 못하며 저조한 득점력으로 연결되었고, 자연스럽게 승점을 잃는 경우가 많아졌다.

임기응변의 부족은 밀집수비로 나서는 상대 팀을 뚫지 못했다. 특히 사카 부상 전 리버풀과의 격차를 3점 차이까지 좁혔던 아스널이지만, 사카의 부상 이후 15점 차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PSG에게 힘없이 패배한 UCL 4강 2차전이 끝난 후에는 아스널의 ‘레전드’인 아르센 벵거가 카타르 방송사 비인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아스널의 득점하지 못하는 패턴이 또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이번 시즌 유독 부상 선수가 많다는 것 역시 아르테타의 전술적인 영향이 있다. 확고한 선발 라인업을 고집하는 아르테타는 리그는 물론 리그컵과 같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경기마저 주전 선수들을 기용했다. 이 결과 시즌 중반 ‘에이스’ 사카를 비롯해 다수의 공격수가 줄부상을 당했고, 시즌 후반기에는 ‘수비의 핵’ 마갈량이스가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특히 PSG와의 UCL 4강 2차전을 앞두고 본머스와의 리그 35라운드에서 주전 선수들을 모두 내보낸 아르테타였다. 리그에서 UCL 본선 진출 확정을 짓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하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은 물론 팀의 사기까지 저하됐다. 결국 UCL 4강에서 탈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 지속된 골잡이의 부재, 6시즌 동안 스트라이커 영입은 단 ‘1명’

 

우승 경쟁을 하는 3시즌 동안 아스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9번 공격수의 부재’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선수들이 스트라이커의 공백을 메꾸며 리그 내 득점력은 높았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상대의 골문을 열지 못하며 늘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경험한 아르테타와 아스널이었다.

하지만 아르테타가 부임한 이후 스트라이커 영입은 가브리엘 제수스 한 명뿐이다. 영국 ‘미러’에 따르면 “아스널은 미켈 아르테타가 재임한 5년 반 동안 영입에 7억 파운드(한화 약 1조 2,894억 원)에 가까운 돈을 썼음에도 단 한 명의 스트라이커만 영입했다”고 밝혔다.

2022-23시즌 여름, 야심차게 데려온 제수스는 아스널 소속으로 3시즌 동안 96경기에 출전하여 26골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였다. 무엇보다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2024-25시즌을 앞두고 아스널은 스트라이커 영입이 절실했다. 하지만 아르테타 감독은 리카르도 칼라피오리(수비수)와 미켈 메리노(미드필더), 네토(골키퍼) 영입에 만족했다. 공격 자원은 이적시장 종료 직전 첼시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라힘 스털링을 임대 영입한 것이 전부였다.

‘스트라이커 부재’와 ‘얇은 공격층’을 안고 시즌에 돌입한 아스널은 부상 악재와 밀집 수비 전략에 고전했다. 공격진이 부족했기에 모든 경기에 핵심 멤버를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시즌 도중 사카와 하베르츠가 모두 장기 부상으로 이탈하고 말았다. 폼이 올라오던 제수스는 겨울 이적시장 도중 또 한 번 시즌아웃 부상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0입’에 그치며 선발로 내세울 공격 자원 마저 부족해지자 아르테타는 미드필더인 메리노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시즌보다 팀 득점이 22점이나 하락한 채 팀은 또 한 번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아스널의 왕’ 티에리 앙리는 “아스널은 9번 선수가 없는 것이 주요 문제다”라고 강조하면서 “아르테타는 9번 공격수를 영입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아르테타가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면서도 “모두가 비웃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5년 동안 5번이나 결승에 진출했다”며 일침을 가했다.

아스널이 ‘우승 경쟁’을 하는 팀으로 변모하는데 아르테타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그렇기에 아르테타가 쌓아온 노력은 인정받기 충분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아스널은 좋은 성적에 만족하는 팀을 넘어 ‘우승’을 위해 싸워야 하는 팀이 되었다. 어려운 시기에도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았고,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았던 만큼 ‘트로피’로써 결과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다음 시즌을 앞둔 아스널은 전례 없는 이적시장을 꾀하고 있다. 확실한 영입 보강을 위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실력을 입증받은 디렉터 안드레아 베르타를 데려왔다. 또한 다시 한번 아르테타를 위해 막대한 이적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만큼 다가오는 2025-26시즌, 아르테타는 이번 시즌의 부진을 털고 확실한 선수 보강과 자신의 전술적 문제를 개선하여 반드시 트로피를 획득해야 할 것이다.

글=’IF 기자단‘ 5기 노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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