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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강등의 굴욕과 4년간의 3부 리그 생활 끝에 선덜랜드는 다시 한 번 그들이 항상 노력해야 할 자리에 올랐습니다."
101분 55초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자의 코멘트와 함께 선덜랜드는 8년 만에 잉글랜드의 최상위 무대,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충격적인 백투백 강등, 4년간의 3부 리그(리그 원) 생활 등 끝이 보이지 않던 어두운 터널에서 선덜랜드는 마침내 광명을 찾았다.
하지만 ‘빛의 구장’에 되살아난 빛은 언제든지 다시 꺼질 수 있다. ‘강등’이라는 위험이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2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온 승격팀 6팀은 모두 다음 시즌 다시 챔피언쉽리그로 돌아갔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32시즌 동안 승격팀 97팀 중 43팀이 한 시즌 만에 다시 강등되었다. 즉, 승격 팀은 약 44% 확률로 다시 챔피언십으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후 2024-25시즌이 종료되고 3팀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이제 승격 팀의 다이렉트 강등 확률은 46%로 더 늘어났다.
선덜랜드도 이제는 잔혹해 보이는 ‘46%’라는 수치를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할 때가 왔다. ‘46%’가 아닌 ‘54%’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선덜랜드는 누구보다도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죽어도 선덜랜드’를 위해 이들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 땅을 깊이 파자

먼저, 선수단의 뎁스를 늘려야 한다. 2024-25시즌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선덜랜드는 선수단에 총 29명의 선수를 보유했다. 이들보다 스쿼드에 선수가 적었던 팀은 9팀밖에 되지 않았다. 즉, 선덜랜드는 한 시즌 동안 선수 활용을 폭넓게 하지 않았다.
실제로, 축구 통계 사이트 ‘옵타’에 따르면, 선덜랜드는 2024-25시즌 선수 교체를 143번 단행했는데, 이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기록이었다. 이는 물론 레지스 르 브리 감독이 ‘스몰 스쿼드’를 지향하고 확고한 베스트 일레븐을 최대한 활용하며 시즌을 운영하는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선덜랜드의 선수단 퀄리티를 고려해봤을 때, 지금의 선수단 운영 스타일을 계속 고집하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수단 전반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장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선덜랜드는 우선 선수단 규모를 늘리며 구단 가치를 늘려야 할 것이다. 당장 ‘폭풍 영입’을 통해 생존에 성공한 모범 사례가 있다. 바로 2022-23시즌의 노팅엄 포레스트이다.
당시 23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는 데 성공한 노팅엄 포레스트는 승격 첫 시즌에 무려 1억 9,835만 유로(트랜스퍼마크트 기준)를 이적료로 지출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노팅엄은 16위로 낮은 순위이지만 잔류에 성공했고, 이후 2024-25시즌에는 7위라는 대단한 성과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는 팀으로 발돋움했다.
물론, 당시 노팅엄 포레스트가 썼던 1억 9,835만 유로는 해당 시즌 전 세계 클럽을 기준으로 세 번째로 많았던 이적료 지출로, 승격 팀이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구단주의 의지와 역량이 있다면 선수단의 뎁스를 두텁게 할 만한 이적시장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지 모른다.
이제 이 과제를 달성하는 데에는 구단주 키릴 드레퓌스의 의지와 열정에 달려 있다. 다행히 ‘죽어도 선덜랜드’라는 다큐멘터리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축구에 관심 없고 돈만 빨아먹는 ‘악덕 구단주’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오히려 축구를 진심으로 즐기고 선수단에 자신의 재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조던 헨더슨의 복귀? 경험을 더해야 한다!

다음으로 선수단에 경험을 더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나이가 적은 선수들이 더 높은 무대에서도 지금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팀의 지속성을 유지하기에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균 24.1세로 챔피언쉽리그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렸던 선수단이 프리미어리그가 주는 중압감까지 이겨낼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스쿼드의 주축이 될 만한 실력을 갖추면서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들을 수급하는 일은 이번 여름 선덜랜드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라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조던 헨더슨과의 14년 만의 재결합 루머가 나오고 있다. 이는 팀에서도 어린 선수들의 멘탈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헨더슨이 누구인가? 그는 선덜랜드에서 태어나, 유스 시절도 선덜랜드에서 보냈고, 거기서 프리미어리그 데뷔까지 이뤄낸 선덜랜드 성골 출신이다. 이후 리버풀로 이적하여 팀의 주장 자리를 역임하며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FIFA 클럽 월드컵, 잉글랜드 FA컵 등 숱하게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83경기를 출전하며 3번의 월드컵을 뛰어 봤던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이다.
어느덧 34살의 노장이 되었지만, 헨더슨은 2024-25시즌에도 아약스에서 45경기 1골 6도움을 기록하며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렇게 뛰어난 경력과 여전한 경쟁력을 가진, 나이가 어느 정도 찬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들이 태반인 선덜랜드에게 헨더슨 같은 베트랑들의 합류는 더 절실히 필요하다.

# 중심을 단단하게 하자
세 번째로, 중앙 미드필더의 수와 퀄리티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후방에서 빌드업 시 중앙 미드필더들을 거치는 것을 선호하는 레지 르 브리 감독의 성격상 지금보다 수비수 앞에 위치하여 볼을 받고 전개할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
현재 선덜랜드의 스쿼드를 놓고 보면, 팀에서 믿고 맡길 만한 중앙 미드필더는 댄 닐과 조브 벨링엄 둘 뿐이다. 물론, 루크 오니엔이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를 볼 수는 있지만 최근 들어 센터백으로 더 많이 뛰고 있고, 살리스 압둘 사메드는 원 소속팀인 RC 랑스로 돌아갔다. 앨런 브라운은 부상이 잦고, 밀란 알렉시치는 2005년생으로, 2024-25시즌 딱 3경기만 선발 출전한 너무 어린 유망주이다.
냉정히 뎁스와 퀄리티 모두 부족하다. 여기에 조브 벨링엄은 최근 형인 주드의 전철을 그대로 이어받으려는 움직임을 계속 보이고 있다. 물론,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선덜랜드는 조브가 여전히 남아있기를 희망하고 있고 도르트문트와의 합의를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 ‘스카이스포츠’와 ‘빌트’에서 이미 조브는 도르트문트 이적을 결심했고, 도르트문트와 선덜랜드는 3,000만 유로(약 473억 원)에 이적료 합의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벨링엄이 다가오는 시즌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벨링엄이 나가는 이상, 중앙 미드필더 자리는 반드시 보강해야 하는 곳이다. 숫자도 늘려야 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할 만한 선수들을 영입해야 한다. 그래야 르 브리 감독의 축구적인 색깔이 좀 더 선명해질 것이다.
# 창끝을 날카롭게 하자

마지막으로, 공격력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2024-25시즌 선덜랜드는 60득점을 기록하면서 리그 전체 7위에 올랐다. 나쁘다고 평가할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재 이 팀의 공격진을 살펴봤을 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공격진들이 챔피언십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2024-25시즌 선덜랜드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윌슨 이시도르로, 13골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전까지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시즌은 2020-21시즌 프랑스 3부 리그에 속해 있던 FC 보르고 시절이 유일했다. (당시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16골) 이전 소속팀이었던 제니트에서는 2시즌 동안 26경기 4골에 그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시즌의 활약이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간의 커리어를 봤을 때 큰 무대 경험도 부족하고 빅 리그에서 썩 좋은 모습은 보이지 못했기에, 확실한 주포로 믿고 맡기기에는 불안한 면이 있다.
엘리제르 마옌다(10골), 로메인 먼들(5골), 크리스 리그(4골) 등 이번 시즌 챔피언십에서 주가를 끌어올린 젊은 선수들이 선덜랜드에 많다. 하지만, 아직 이들은 20, 22, 17살로 어려도 너무 어리다.
냉정히 이 어린 선수들에게 너무 크게 의존해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측면 윙어와 중앙 스트라이커 보강도 중앙 미드필더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선덜랜드가 우선적으로 노리는 영입 대상은 측면 공격수(+풀백)라고 한다. 폭을 넓게 벌려 측면 자원들의 개인 능력 발휘를 장려하는 르 브리 감독의 공격 전술상 파괴력을 갖춘 측면 공격수는 필수 자원이다. 팀 차원에서 영입 기조를 감독에게 맞추려 노력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 선덜랜드가 해야 할 일은 제2의 ‘잭 클라크, 아마드 디알로, 케빈 필립스, 나이얼 퀸’이 되 줄 선수를 찾는 것이다. 수비는 르 브리 감독의 안정적인 수비 컨셉, ‘제2의 픽포드’가 될 남자 앤서니 패터슨, 뛰어난 세트피스 대응(2024-25시즌 9실점으로 최소 실점 리그 2위), 적은 유효 슈팅 허용(141개, 리그에서 3번째로 적게 허용)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아 큰 걱정이 안 된다. 준수한 수준의 공격력만 갖춘다면 선덜랜드의 잔류 길은 넓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2017-18시즌 챔피언십에서 꼴찌로 백투백 강등을 당했을 때만 해도, 선덜랜드의 회생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4년 동안의 리그 원 생활은 선덜랜드 팬들에게는 4억 년처럼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도 팬들은 ‘죽어도 선덜랜드’ 정신으로 끝까지 팀을 버리지 않았다. 이러한 믿음이 있었기에, 선덜랜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마침내 8년 만에 극적으로 프리미어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이제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살아남는 ‘54%’의 팀이 되어야 할 선덜랜드다. 생존을 위해서는 이번 여름 누구보다 바쁘게, 처절한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죽지 않을 수 있다.

글=‘IF 기자단’ 5기 민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