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IF 기자단>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IF 기자단>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언제나 당찼던 광주 FC 이정효 감독은 세간의 걱정 어린 시선에도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우려를 기대로 만들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과연 ‘K-무리뉴’가 광주에 도래한 위기를 타파해 낼 수 있을까.
일단 2025시즌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광주는 ‘하나은행 K리그1 2025’ 1라운드 수원FC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데 이어,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후 치러진 ACLE 동아시아 지역 리그 스테이지 8차전에서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2-2로 비기며 흐름을 이어갔다. 우려에 비해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성과도 챙긴 광주다.
# 정효볼의 센세이션, 그리고 찾아온 위기
2022시즌, 이정효호가 본격적인 출항을 알렸다. 직전 시즌 K리그1 최하위를 거둬 강등된 광주는 제7대 사령탑으로 ‘초보 감독’ 이정효 감독을 선임하며 2022시즌에 나섰다. 이정효 감독은 신인이었음에도 강력한 리더십과 독보적인 전술 능력으로 팀의 상승가도를 이끌었고, 우승과 함께 승격이라는 결과까지 만들어 냈다.
K리그2를 제패하며 1부 무대에 복귀한 광주였지만, 강등 1순위라는 냉혹한 예상은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효볼’은 가히 어마어마했다. ‘골을 위한’ 공격 축구로 돌풍을 일으킨 광주는 16승 11무 11패(승점 59점)로 3위를 거두며 2024-25시즌 ACLE 플레이오프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광주와 이정효 감독의 신바람은 범위를 넓혔다. 광주는 2024년 치러진 ACLE 동아시아 지역 리그 스테이지에서 J리그 강호인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잡아냈고, 연이어 중국 슈퍼리그의 상하이 하이강과도 접전 끝 무승부를 거뒀다. 2024년 ACLE에서의 성적은 4승 1무 1패. 아시아 무대 호령에 성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호성적이었다.
그러나 2025시즌을 앞두고 광주에 위기가 도래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연이었던 것이 이유였다. 이희균과 허율이 울산 HD로 떠났으며 이정효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정호연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던 두현석 또한 대체복무를 위해 거제시민축구단에 합류했다. 스쿼드에 커다란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정효 감독은 우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광주에 찾아온 위기는 이정효 감독이 이끈 돌풍의 불씨까지 꺼트릴까. 이에 대한 답변은 'NO'다. 이정효 감독은 광주가 마주한 시련을 타파해 낼 충분한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말보다는 성적으로, 결과로 증명해 내겠다"는 이정효 감독의 힘준 한마디에는 타당한 이유가 내포돼 있었다.

# 위기를 기회로
데뷔 시즌부터 고난길을 마주했던 이정효 감독이다. K리그2로 강등된 여파로 엄원상과 윤평국 등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이탈한 탓, 2022시즌 광주의 스쿼드는 탄탄하지 못했다. 더불어 '초보 감독'의 첫 시즌이었기에 위기가 손쉽게 봉합되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팽배했고, 일간에서는 광주가 K리그2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거로 추측했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헤이스와 이순민, 엄지성을 중심으로 팀 개편에 나섰고, 정효볼로 대변되는 특유의 전술을 바탕으로 순항했다. 그 결과 25승 11무 4패(승점 86점)의 역대급 성적으로 K리그2 우승과 K리그1 승격까지 거머쥐었다.
두 번째 위기는 2024시즌에 찾아왔다. K리그의 신흥 강호의 자리로 올라선 광주였지만 주축의 이탈은 막지 못했다. 시즌 개막 직전 이순민이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떠난 데 이어 여름에는 엄지성까지 유럽 무대 도전을 택하며 스완지 시티로 이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광주는 비율형 샐러리캡 규정(재정 건전화 제도) 위반에 따른 징계로 여름 이적시장을 활용하지 못했다. 이렇게 정효볼이 무너지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정효 감독은 위기의 순간을 증명의 무대로 뒤바꿔 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그는 겨울에 합류했던 최경록과 가브리엘 등을 적극 기용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 선택은 적중했다. 광주는 리그 9위로 잔류를 조기에 확정 지었고, 나아가 ACLE에서는 파란을 일으키며 본선 토너먼트 진출의 청신호를 켰다.
이렇듯 이정효 감독의 광주는 매 시즌이 고난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은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심지어는 구단의 재정까지도 그에게 태클을 걸었다. 이에 더해 '잔디'는 언제나 광주의 편이 아니었다. 다양한 악재들이 이어졌지만, 이정효 감독은 매번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어찌 보면 2025시즌을 앞두고 찾아온 시련은 그에겐 익숙한 진통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 이탈에 따른 공백? ‘원석’ 다듬어 쓰면 그만!
미완의 선수를 정상급 선수로 성장시키는 건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수많은 ‘원석’을 다듬어 ‘보석’으로 성장시켰다. 나아가 더 큰 무대로 향한 보석들의 공백은 새로운 원석의 가공으로 메워 냈고, 광주는 이를 기반으로 연이어 상승가도를 달렸다. 오히려 그에겐 ‘셀링 클럽’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광주가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칠 기회의 땅이었던 셈이다.
'유망주'에 불과했던 엄지성은 이정효 감독에 의해 완벽히 포텐을 터트린 케이스다. 이정효 감독은 양발 활용에 능하고 활동 범위가 넓은 엄지성에게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과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심어줬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22시즌 9골 1도움으로 팀의 승격을 이끈 엄지성은 K리그1에서도 정효볼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한 시즌 반 동안 7골 7도움을 적립했다. 엄지성은 이를 발판 삼아 스완지 시티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또한, 가장 최근 사례인 정호연은 매우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광주는 2024시즌 중반에 악재를 연속해 맞닥트렸다. 앞서 저술했다시피 재정 규정 위반으로 인한 ‘여름 이적시장 영입 금지’ 홍역과 엄지성의 유럽 도전 시기가 맞물린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로컬 보이가 빛을 발했다. 정호연은 특유의 장점인 포지셔닝과 전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팀의 중원을 책임졌고, 이에 힘입어 광주는 K리그1 조기 잔류와 ACLE에서의 선전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정효 감독은 ‘스타 육성과 순항’이라는 명제를 2025시즌에도 이어가고자 한다. 기대감은 충분하다. 예비 ‘정효픽’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2년 차 미드필더인 문민서와 신입 공격수인 황재환은 각광받는 어린 자원이다. 또한, 재도약에 도전하는 ‘전 분데스리거’ 박인혁도 주목해 볼만하다. 그뿐만 아니라 광주는 최경록, 박정인 등 잠재력이 충분한 전성기 나이의 선수들도 보유하고 있다. 이정효 감독이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면, 광주는 위기의 극복을 넘어서 지난 시즌보다 높은 위치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

# 독보적 정체성이 일궈 낸 ‘원 팀’
이정효 감독의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는 ‘광주발 돌풍’의 원천일뿐더러, 그가 정상급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이다. 먼저, 이정효 감독은 유럽 선진축구에 기반한 밑그림으로 자신만의 축구를 완성했다. 이른바 ‘정효볼’은 필드에 나선 11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 기반의 축구로, 높은 라인에서 진행되는 전방 압박과 전방위적으로 이어지는 스위칭 플레이가 대표적인 특징이다.
또한, 정효볼의 핵심 기조는 강자와 약자를 가리지 않고 펼쳐내는 패스 기반의 공격 전개다. 광주는 지난 시즌 17,079개의 패스를 시도했는데, 이는 K리그1 12팀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범위를 쪼개어 보면 광주의 패스 기록은 더욱 돋보인다. 중앙 지역 패스는 1위(9,930개), 공격 지역 패스는 4위(2,905개)에 해당한다. 이는 3선과 1선에 걸쳐 많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득점 기회를 엿봤다는 증거다. 이정효 감독은 “당연히 올 시즌에도 공격에 힘을 줄 것”이라며 자신의 축구 철학을 이어가겠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흑백 리더십’도 이정효 감독의 주요한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다. 훈련장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선수들의 움직임에 대해 상세히 지시하는데, 이를 수행하지 못하면 강하게 질책한다. 실전에 나서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비전이 명확히 운영되지 않을 때 역시 불호령이 떨어진다.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그의 조련 방식이다.
하지만 녹색 잔디만 벗어나면 180도 달라진다. 고민이 있는 선수에겐 함께 머리를 맞대어 주며 경기에 뛰지 못해 불만이 있는 선수에게도 너그러이 이유를 설명한다. 또 선수들과 시즌의 목표를 공유하고, 목표 달성 시에는 자비로 선물을 전달한다. 2023시즌에는 5골을 터트린 이건희에게 신발을, 15회의 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골키퍼 김경민과 이준에게는 골프채를 선물했다. 이처럼 그라운드 바깥에서는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두루 살피는 이정효 감독이다.
“광주 축구는 어느 한 명이 빠진다고 해서 절대 흔들릴 팀이 아니에요. 우리는 감독님을 믿고 준비했습니다.” 2025시즌을 앞두고 ‘부주장’ 김진호가 밝힌 포부다. 이정효 감독의 독보적인 전술 능력과 라커룸을 망라하는 그의 반전 리더십은 광주를 원 팀으로 만들어냈고, 여기서 비롯된 자신감은 악전고투를 넘어 증명까지 도전할 커다란 원동력으로 작용할 테다.
글='IF 기자단‘ 4기 이주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