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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능동적이며 적극적이고, 득점을 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하는 팀이 되려고 한다. 그게 우리의 정체성의 일부다. 만약 우리가 맨시티전에서 실용적인 축구를 했다면, 4-0 승리라는 특별한 순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갖고 있지 않고, 새로운 성과도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 실용적인 축구를 한다면, 우리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2024-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3라운드 풀럼과의 경기전 기자회견에서 ‘토트넘의 실용적인 축구’에 관한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시즌에도 실용적인 전술 유연성 대신 자신의 전술을 고수하여 경기에 임할 것을 전했다.

위와 같은 질문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향한 이유는 토트넘이 이번 시즌 기복이 심하기 때문이다. 리그 개막 4경기에서 1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시즌 초반부터 주춤했다. 이후 풋볼리그컵(EFL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를 포함하여 5경기 연속 승리하면서 반등에 성공하였으나, 브라이튼에게 대역전패를 당하며 흐름이 끊겼다. 크리스탈 팰리스와 입스위치에게 리그 첫 승리를 안겨다 주었지만, 빌라와 맨시티 상대로는 4골씩 넣으면서 대승을 기록했다. 일관성 없는 경기력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자세히 보면 수치는 상위권이다. 오히려 전술 유연성 부족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문제점이다.

# ‘닥공’ 축구,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확실한 철학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 토트넘에 부임했다. 2015년 아시안컵 당시 호주 대표팀 감독을 이끌며 대한민국과 결승전을 치렀기에 한국 팬들에게는 어느 정도 낯익은 감독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서 리그 10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이끌며 ‘이달의 감독상’을 3회 연속 수상했다. 이후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하며 팀을 이탈하자 주춤거렸지만, 경기력을 되찾으면서 리그 5위로 마무리했다. 그전 시즌 8위였던 토트넘에서 UEL 출전권을 획득하며 준수한 시즌을 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철학을 각인시킨 건 지난 시즌 11라운드 첼시전이다.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한 토트넘은 리그 무패 행진을 이어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로메로와 우도기의 퇴장, 반 더 벤과 매디슨의 부상으로 주전 선수 이탈과 함께 수적 열세로 첼시를 상대해야 했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승점 확보를 위한 수비적인 전술 대신 수비라인을 하프라인까지 올리며 자신의 전술을 굽히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5명이 남아도 우리는 라인을 올릴 것이다”라며 자신의 전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기를 패배하긴 했으나, 토트넘에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입혔다.

이번 시즌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변화는 없다. 솔란케를 영입함으로써 손흥민이 중앙 공격수로서의 출전 빈도수가 줄었다는 점과 쿨루셉스키가 3미들의 일원으로 위치를 변경한 점이 전부다. 공격 상황 시 높은 수비라인과 함께 2-3-5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공격을 전개했고, 전방 압박 능력이 좋은 솔란케와 손흥민을 필두로 상대의 1차 빌드업을 방해했다. 공격 상황 시 3-2-5, 3-1-6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최후방의 숫자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려 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더욱 공격적인 전술을 이번 시즌에도 펼치고 있다.

# 6승 2무 5패...그러나 최다 득점 1위, 최소 실점 4위

 

토트넘은 이번 시즌 13라운드까지 6승 2무 5패를 기록하고 있다. 2021-22시즌 누누 산투 감독이 토트넘 지휘봉을 잡고 리그 10경기에서 5패를 기록하며 경질을 당했던 패배와 같다. 그렇기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전술의 변화가 요구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치는 상위권이다. 오히려 현재 전술을 중심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수치다.

13라운드 기준, 토트넘은 28골을 기록했다. PL 20팀 중 1등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 축구에 대한 결실이다. 수비 지표 또한 좋다. 14실점을 기록하며 리버풀, 맨유, 노팅엄에 이어 공동 4위다. 득실차는 +14로 2위이며, 클린시트도 3경기로 공동 6위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 기준, 평균 점유율 2위(59.4%), 빅찬스 2위(44회), 상대편 박스 내에서의 터치 3위(471회), 경기당 유효 슈팅 3위(6.1회), 패스 성공률 4위(86.3%) 등을 기록하며 각종 지표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이는 하고자 하는 전술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전술에서 유연성을 강화한다면 토트넘은 결과까지 이룰 수 있다.

# 필요한 건 전술 유연성

재미가 있더라도 응원하는 팀이 진다면, 재미는 반감된다. 공격 전술을 고집하며 재미를 추구하다 결과를 놓칠 수 있다. 이번 시즌 7라운드 브라이튼전이 한 사례다. 전반전을 0-2로 앞선 채 마치며 토트넘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중에는 UEL 원정 경기를 치르고, 전반전에 공격적인 전술로 인해 수비수들이 후반전에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를 나타냈다. 수비적인 변화를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공격 전술을 활용하며 내리 3골을 허용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플랜A는 성공했지만, 유연한 전술 대처 미흡으로 승점 3점을 잃은 경기였다.

똑같은 전술로 90분, 한 시즌 내내 경기를 치른다면 성공할 수 없다.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지난 시즌 22라운드 브렌트포드전이 성공 사례다. 전반전을 0-1로 뒤진 채 마친 토트넘은 후반 시작과 함께 미드필더 벤탄쿠르를 빼고 공격수 존슨을 투입했다. 공격 숫자를 하나 늘린 토트넘은 공격 진영에서 수적 우위를 갖게 됐다. 후반 시작 3분 만에 동점을 만들었으며, 1분 뒤 역전까지 성공했다. 그 후 한 골을 더 추가하면서 후반 11분 만에 3골을 기록했다. 후반 막판에는 미드필더 매디슨을 빼고 수비수 드라구신을 투입 시키며 수비를 강화했다. 상황에 따른 전술 변화로 승점 3점과 함께 재미까지 챙겼다.

브렌트포드전처럼 전술 유연성이 요구된다. 특히 이번 시즌 토트넘에게는 더욱 그렇다. 유럽대항전에 출전하지 않고, EFL컵, FA컵 모두 조기 탈락하면서 리그에만 전념하면 됐던 지난 시즌과 달리, 현재 토트넘은 UEL 출전과 함께 EFL컵 8강에 올라가 있다. 경기 수가 많아졌다. 또한, 로메로, 반 더 벤, 비카리오 등 주축 선수들이 현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벤탄쿠르는 징계로 인해 UEL 출전만 가능하다.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전술에 로테이션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서 기동성이 떨어지게 됐다. 풀럼전에도 후반 막판 상대 선수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세에도 제대로 된 공격조차 펼치지 못했다. 경기 일정과 부상 선수를 고려하여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실용적인 전술 유연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확고한 신념’ 포스테코글루, 운명의 2년차

이번 시즌 지표가 좋다는 것은 지난 시즌 토트넘과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13라운드까지 8승 2무 3패, 25득점 17실점을 기록했다. 10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달린 토트넘보다 득점(+3)은 더 많고, 실점(-3)은 더 적다. 즉, 패배 횟수만 최소화하면 된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모든 대회에서 패배한 6경기 모두 1점 차 패배다. 실점 하나만 줄인다면, 토트넘은 승점을 획득할 수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년 차에 우승한다는 루틴이 있다. 브리즈번 감독으로 호주 A 리그, 호주 대표팀 감독으로 아시안컵, 요코하마 감독으로 J1 리그를 우승했다. 셀틱에서는 두 번째 시즌에 도메스틱 트레블(리그, FA컵, 리그컵)을 달성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운명이 달린 토트넘에서의 두 번째 시즌이다.

포체티노 감독 경질 이후 토트넘에서 2년 이상 지휘한 감독은 없다. 지난 2020-21시즌 EFL컵 결승 직전 무리뉴를 경질하며 무리뉴의 2년 차 루틴을 그냥 저버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포스테코글루를 신임해야 한다. 최근 맨시티의 우승을 위협한 아스널의 아르테타 감독도 4년이 걸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실용적인 축구로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재미’를 우선시 하기에 실용적인 축구를 멀리하고 있지만, 한 걸음 양보해서 결과를 위한 축구도 지향해야 한다. 전술을 바꾸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플랜A만을 고집하는 것을 꺾고 상황에 따른 전술 변화를 가져간다면, 내용과 결과 모두 이룰 수 있다.

글='IF 기자단‘ 4기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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