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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26일. 카메룬과 콜롬비아의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카메룬의 마르크 비비앙 푀가 경기 중 쓰러졌다. 의료진이 모두 투입되었지만, 결국 비비앙 푀는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이 경기의 여파는 상당히 컸다. 비비앙 푀의 죽음 이후 과도한 경기 일정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유럽축구연맹(UEFA)은 유럽 챔피언스리그(UCL)의 2차 조별리그를 폐지했고, FIFA 역시 컨페더레이션스컵 개최를 2년 주기에서 4년 주기로 간격을 조정했다. 이후 20여 년이 흐르고, 축구계는 다시 이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FIFA와 UEFA가 경기 숫자를 늘리면서 선수들과 구단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 클럽과 국가 대항전의 ‘동반 확대’ 흐름
하나의 축구 경기에 붙는 광고 및 중계권 수익은 상당한 수준이다. 따라서 FIFA와 UEFA 입장에서는 경기 숫자를 늘릴수록 재정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클럽과 국가 대항전을 가리지 않고 경기 수의 ‘동반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클럽 레벨에서는 2021년 유럽 컨퍼런스리그(UECL)가 창설된 것이 대표적이다. UCL의 경우도 2024-25시즌부터 포맷 변경이 이뤄졌는데, 32개 팀이 참가해 팀 당 6경기를 치르는 조별리그 포맷이 폐지되고 36개 팀이 출전해 팀 당 8경기를 치르는 ‘리그 페이즈’가 창설되었다. 플레이오프까지 합치면 소화 경기는 10경기로 증가하는데, 영국 ‘스카이스포츠’에서는 이번 시즌 UCL이 기존 125경기에서 189경기로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매체에서는 국가 대표팀 A매치의 부담도 커졌다고 밝혔다. 해당 매체에서는 ‘유로와 월드컵이 확대됨에 따라 A매치는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 수를 기록하고 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은 연 평균 13.4경기를 치렀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라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시즌 중에도 2018년에 창설된 ‘네이션스리그’까지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변화로 인해 선수들의 건강 문제가 위험한 수위까지 도달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엘리트 선수들 역시 FIFA와 UEFA의 급진적인 경기 수 확대 흐름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건강 위기’를 느끼는 선수들

2024년 발롱도르 수상자인 맨체스터 시티의 로드리가 대표적이다. 로드리는 “선수들이 파업에 돌입할 상황이 가까워졌다”며 증가한 일정에 대한 불만을 밝혔다. 특히 이 발언이 나온지 일주일만에 로드리가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해당 발언에 대한 주목도는 더 높아졌다.
손흥민도 가세했다. 손흥민은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 경기 수를 줄여야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며 경기 일정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비니시우스 역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이후 SNS를 통해 ‘미친 일정이다. 이제 회복할 시간’이라는 글을 남겼다.
현재 선수들이 심각한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현재 십자인대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선수는 밀리탕, 카르바할, 알라바 3명이다. 10년 전인 2013-14 시즌에는 케디라 한 명만이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탈란타의 경우는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스칼비니와 스카마카가 모두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공수의 핵심 선수들을 잃고 시즌에 들어가야만 했다.
선수들이 90분을 뛰고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72시간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경기 숫자 확대로 인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의 템포가 빠르고, 활동량이 강조되는 전술이 주류를 차지하면서 선수들이 가지는 체력적인 부담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 숫자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이 다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팀들도 ‘스쿼드 뎁스’를 충분하게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들의 몸값이 비싸지면서, 구단들 중 ‘더블 스쿼드’ 수준으로 풍족하게 선수층을 구비해 놓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맨시티와 리버풀 역시 최근 이적시장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는 핵심 선수들이 경기 부하를 크게 가져가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드리는 2021-22 시즌에는 63경기를 소화했고, 2022-23시즌에는 66경기를 뛰었다. 훌리안 알바레스는 2023-24시즌 클럽과 국가대표 경기를 합쳐 71경기의 강행군을 견뎌야 했다.
# ‘누구도 웃지 못하는 대회’는 과감하게 줄이자
선수들과 팬들이 경기 숫자와 대회 확대에 반발하는 이유는 비슷한 포맷의 대회가 많기 때문이다. UECL의 경우에는 일정 순위를 기록한 유럽 팀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UCL과 유로파리그(UEL)와 흡사하다. 네이션스리그의 경우도 유럽 국가들이 모여서 대회를 치른다는 점에서 유로와 비슷한 경우다.
특히 네이션스리그는 국가 대항전으로서의 위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인 국가 대항전은 클럽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비시즌에, 짧은 시간 내에 마무리가 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네이션스리그는 시즌 중에도 대회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조별리그와 결선 토너먼트의 개최 간격도 크다.
네이션스리그의 창설로 인해서 타 대륙 국가도 피해를 보고 있다. 유럽 팀들이 A매치 기간에 네이션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타 대륙 팀들과 평가전을 진행할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경우도 2022년 월드컵에서 스위스, 세르비아와 한 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6월 A매치 기간에 유럽 팀과의 평가전은 하나도 가지지 못했다.
유럽 국가들 역시 타 대륙 팀과의 경기 경험을 쌓지 못해, 월드컵 본선에서 부진하는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독일이 일본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필자는 네이션스리그의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가하는 국가들도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고, 타 대륙 국가들의 경험 축적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즌이 진행되는 시기에 이뤄지는 대회라, 구단들 역시 해당 대회에 대한 의견은 좋지 못하다. 위르겐 클롭 감독도 2018년 인터뷰에서 “네이션스리그는 무의미한 대회”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이 대회에 대한 FIFA와 UEFA의 의견도 상반된다. UEFA는 네이션스리그 경기 수익을 독차지하지만, FIFA 입장에서는 대회 기간 동안 국제 A매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해 얻어가는 수익이 적어진다. 각 집단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선수들마저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대회를 유지하는 것은 실익이 없어 보인다.

# ‘안식년’이 축구의 ‘필수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안식년’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온 선수들의 폼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부상으로 인해서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야구는 매일 게임을 진행하다보니, 부상으로 인해서 한 시즌을 수술과 재활에 투자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 말이 축구계에 퍼지지 않은 이유는 축구가 야구 같이 매일 경기를 하는 스포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흐름은 축구를 ‘EVERY DAY GAME’으로 만들고 있다. 이 흐름이 유지되면 안식년‘이라는 단어가 축구에서도 통용되는 단어가 될지도 모른다.
팬들이 축구를 보는 이유는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오래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축구계가 상업적인 수입에 급급해 선수들의 혹사 문제를 등한시 한다면, 팬과 선수를 넘어 축구라는 종목 전체가 타격을 받는 상황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글=‘IF 기자단’ 4기 홍승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