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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저희 선수들의 변화된 모습을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 지난해는 수비적으로 많이 했는데 올해는 빌드업을 통해 공격적으로 해나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시즌이 끝났을 때 강원도민과 함께 기뻐할 수 있도록 첫 시작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출발하겠다.”

윤정환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기존의 수비적인 색채를 지우고,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보다 부정에 가까웠다. 의례적으로 말할 수 있는 ‘듣기 좋은’ 각오쯤으로 여겨지며 강원은 최하위권으로 분류되었다. 지난해 6월 팀을 맡은 윤정환 감독은 강원의 반등을 이끌지 못한 채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간신히 1부 무대에 잔류하였고, 이렇다 할 영입 없이 오히려 팀의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며 선수단의 무게감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시즌부터 온전히 팀을 이끈 윤정환 감독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강원은 1라운드 로빈을 4위(4승 3무 4패)로 마쳤고 이후 13라운드부터 25라운드까지 5연승과 2연승, 4연승을 반복하며 선두에 등극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반란’을 꿈꾸며 우승까지 도전했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강원의 도전을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 윤정환 감독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들을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시켰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강원 고유의 축구 색깔을 만들었다. 강원발 돌풍의 비결에는 윤정환 감독이 있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1. 공격적 축구로의 전환. 윤정환 감독의 축구 색채 변화

기존 윤정환 감독의 축구는 수비적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2016시즌 울산 현대를 맡았을 당시에는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고도 남은 시간을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작년 6월 강원의 소방수로 부임한 이후에도 수비가 우선이었다.

윤정환 감독은 변화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강원은 전보다 경기를 주도하며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올 시즌 강원의 평균 볼 점유율은 49.1%였다. 이는 지난 시즌 강원이 보여준 44.3%에 비해 약 5%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경기당 패스 성공횟수도 지난 시즌 310.8회에서 올 시즌 386.5회까지 상승하며 능동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단순히 공만 많이 소유했던 것도 아니다. 유효슈팅은 4.6개(리그 2위)를 기록했고 상대 박스 안에서의 볼 터치는 경기당 19.6회를 기록하였다. 지난 시즌 3.1개의 유효슈팅과 17.07회의 상대 박스 내 볼터치에 비해 상승했다. 그 결과, 리그 득점 30골로 최하위였던 강원은 62골로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2-1 선수기용 철학 : 유연한 선수기용

“지도자는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윤정환 감독의 성공을 이끈 두 번째 요인은 틀에 박히지 않은 유연했던 선수기용이다. 선수 개인이 가진 능력을 파악해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며 전술적 완성도를 높였고 그렇게 ‘포지션 변경’ 신드롬을 일으켰다.

풀백 황문기는 윤정환표 공격 축구의 핵심이었다. 공격 시에 오른쪽 깊숙한 곳까지 전진시켜 그의 공격적 능력을 활용했다. 윤감독은 황문기에 대해서 “황문기는 기본적으로 전진성이 있는 선수다. 마크를 당하는 것보다 뛰어나가 공간을 활용하며 공을 찾는 자리에서 뛰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판단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황문기가 가세한 강원의 우측은 이번 시즌 최고의 공격 옵션이었다. 황문기는 양민혁, 이상헌 등과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와 스위칭 플레이를 바탕으로 빠른 템포를 이끌어냈고 우측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경기당 1.11회 상대 박스 안에서 볼 터치를 가져갔고 7개의 도움으로 활약했다. 본업인 수비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경기당 1.8개의 태클성공과 5.31회의 경합성공, 5.78회의 리커버리를 기록했고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리그 베스트 11과 국가대표로 발탁되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이기혁에게는 중앙 수비수와 왼쪽 풀백을 맡겼다. 이기혁은 볼 경합 능력과 안정적 위치 선정이 돋보였다. 경기당 5.54회의 경합 성공과 4.03회의 리커버리, 1.37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윤정환 감독은 그의 빌드업 능력을 극대화했다. 하프라인 밑에서 시작되는 이기혁의 롱패스와 반대전환 패스는 상대를 흔들었다. 수비수로 경기를 뛰면서 본래 포지션인 미드필더보다 한 칸 아래 위치했고, 보다 자유롭게 공격을 조립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기혁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함과 동시에, 경기당 4.25회 롱패스를 성공하며 강원의 공격을 유연하게 이끌었다.

기존 수비를 담당하다가 미드필더로 올라간 이유현도 빼놓을 수 없다. 주전 미드필더들의 줄부상 속 코리아컵 16강전에서 그를 처음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했던 윤감독은 이유현의 왕성한 활동량과 투지를 주목. 이후 본격적으로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과 8월 이유현은 더욱 돋보였다. 21라운드부터 25라운드까지 63.48km를 뛰었고 26~29라운드까지는 48.49km를 뛰며 두 달 연속 리그 최다 활동량을 보여줬다. 강력한 압박과 왕성한 활동량, 끈질긴 대인방어를 토대로 강원의 새로운 엔진이 되었다.

2-2 선수기용 철학 : 믿음

윤정환 감독의 선수기용에는 믿음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1부리그에서 보여준 것이 없더라도 동등한 기회를 줬고 선수의 재능을 믿고 기용했다. 대표적인 선수는 이상헌이었다.

이상헌은 작년 2부리그 부산아이파크 소속으로 5경기만 소화하며 잊혀져 가던 유망주였다. 윤정환 감독은 2016년 울산현대(현 울산HD) 감독 당시, 고등학생이던 이상헌을 1군 훈련에 합류시키며 그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장본인이다. 8년 만에 다시 만난 스승 윤정환은 여전히 그를 믿었고, 용기를 심어주며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시켰다. 이상헌이 부침을 겪을 때에도 “이상헌은 가진 것이 많다. 해줄 것”이라며 그를 믿었고 리그 13골 6도움을 기록, 베스트 11에 선정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상헌은 윤정환 감독에 대해 “작년에 기록이 없는 선수였는데,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주셨다. 감독님은 내게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윤정환 감독의 믿음 아래, 기록이 없던 이상헌은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다.

양민혁에 대한 신뢰는 윤정환 감독의 축구 철학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줬다. 고교생 신인 양민혁은 동계 전지훈련부터 유럽 팀들과의 연습 경기에서 담대한 모습을 선보이며 윤정환 감독의 주목을 받았다. 1군 무대 경험이 없지만 윤감독은 그의 잠재력을 믿고 과감히 개막전 선발로 기용했다. 양민혁은 그 믿음에 보답했다. 개막전 도움을 시작으로 매 경기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팀의 핵심 공격수로 거듭났다.

양민혁은 시즌 내내 꾸준히 활약했고 최종전에서는 강원의 준우승을 확정 짓는 골까지 기록했다. 올 시즌 전경기에 출전하며 12골 6도움을 기록했으며 베스트 11과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양민혁은 “감독님은 항상 담대하게 하라고 말씀하시며 실수해도 꾸짖지 않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셨다”고 전했다. 윤 감독의 믿음은 양민혁을 세계적인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어 주었다.

 

3. 숨은 조력자, 수석코치 정경호

‘아무리 뛰어난 왕이라도 혼자서 나라를 이끌 수는 없다.’ 훌륭한 신하의 보좌가 있어야 한다. 윤정환 감독에게 정경호 수석코치는 바로 그런 존재였다.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와 성남FC를 거치며 ‘전술가’로서 역량을 입증한 정경호 코치는 올 시즌 강원 돌풍의 숨은 주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강원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증명했다. 윤정환 감독이 큰 그림을 그리며 팀을 이끌고 나간다면, 정경호 코치는 세밀한 전술과 전략 등을 구상하며 윤정환 감독의 구상을 뒷받침했다. 경기 중 기술지역에서 정경호 코치가 작전과 전술을 지시하는 모습은 매우 익숙한 장면이었고 황문기와 이기혁, 이유현의 포지션 변경 뒤에는 정경호 코치의 의견이 작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윤정환 감독은 “정경호 코치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숨은 조력자 정경호 코치의 세밀한 지원이 덕분에 윤정환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올 시즌 윤정환 감독은 강원의 색채를 만들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윤정환 감독의 지도력은 깊은 인상을 남겼고, 강원을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윤정환표 강원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강원과 재계약이 불투명한 가운데, 윤정환 감독과 강원이 다시 한 번 손을 맞잡고, 내년 시즌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IF 기자단’ 4기 김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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