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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의 흐름에 발맞춰 아시아 축구계는 최근 ‘춘추제’에서 ‘추춘제’로 시즌을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J리그는 봄(2~3월)에 시작해 가을(10월~11월)에 시즌을 종료하는 현재의 춘추제를 2026년부터 추춘제로 전환한다. 추춘제는 유럽의 5대 리그(프리미어리그, 리그1, 분데스리가, 라리가, 세리에 A)와 같이 가을(8월~9월)에 시작해 봄(4~5월)에 시즌을 종료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아시아만이 아니다. 미국의 스포츠 언론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미국 MLS(메이저리그사커)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일정에 맞춰 2026년에 서유럽식 겨울 리그를 도입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MLS 부사장 넬슨 로드리게스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겨울 전환은)너무 이르다. 아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우리는 1월 이후부터 조사하고 있고 광범위하고 철저하고 세심하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 세계 많은 프로축구리그는 ‘추춘제’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K리그1’도 추춘제 전환 논의를 위해 발걸음 뗐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13일에 다양한 축구계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추춘제 전환에 대한 ‘첫 공청회’를 열었다. 프로축구연맹이 공청회를 열면서 앞으로 ‘추춘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K리그만의 독자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추춘제로의 전환을 바라봐야 한다.
# 일본 ‘J리그’ 따라가다 ‘K리그’ 새우등 터진다
추춘제로의 전환은 겨울에 필수적인 ‘인프라 비용’이 따른다. 겨울에 휴식기를 보내며 경기를 치르지 않더라도 경기장 유지·보수, 잔디 관리, 난방 등 많은 지출이 발생한다. K리그 팀들이 인프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으며 프로축구연맹의 지원이 있을지 미지수다.
일본의 경제적 여건은 한국과 다르다. 일본 또한 겨울에 니가타, 야마가타, 홋카이도, 센다이와 같은 산악 지역은 폭설이 내리는 혹독한 겨울을 보낸다. J리그는 겨울에 시즌을 치르기 어려워하는 팀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일본 J리그의 이사장 ‘노노무라 요시카즈’는 “해당 지역의 클럽들이 경기장의 난방과 지붕 등 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보상금을 따로 마련할 계획이며 리그 사무국은 추운 날씨에 경기를 치르는 클럽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 엔(약 933억 원) 따로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J리그는 충분한 지원으로 추춘제 전환 시 위험성을 관리하려 한다.
또한 노노무라 요시카즈의 추춘제 전환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닌 계획의 일부였다. 노노무라의 두 가지 성장 전략은 ‘60개 클럽이 각자의 연고지에서 빛을 발하는 것’, ‘최상위 리그는 글로벌 콘텐츠로서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2024시즌부터 J리그1 1부 리그 팀을 20개로 확장했고, 2026년부터 추춘제를 도입한다. J리그는 독자적인 전략하에서 추춘제의 도입을 결정했다.
K리그도 J리그와 같이 능동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타 리그가 해서 따라하는 ‘수동적 선택’이 돼선 안 된다. 추춘제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K리그 발전의 도구’여야 한다. 또한 일본과 재정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추춘제를 했을 때 예상되는 지출을 보수적으로 고려하여 위험성을 최대한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 추춘제 전환 시 일정 혼란을 야기한다!
지난해 8월에 ‘니칸스포츠’에 따르면, J리그 내 클럽 대표이사들 중 70%가 추춘제 전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반대 이유는 일본의 현행 교육 제도 일정(4월~3월)과 추춘제가 불일치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 제도는 일본과 비슷한 3월에 시작해 다음 해 2월에 끝나 추춘제와 불일치하다.
유소년 축구 시스템도 교육 제도 일정인 ‘춘추제’에 맞춰져 있다. K리그 주니어 리그는 전반기(3월~5월)에 리그로 시작해 후반기(6월, 9~11월)에 상하위 스플릿 리그로 마무리되는 춘추제다. K리그가 추춘제로 전환하게 되면 유소년 리그 일정에 차질이 생겨, 현행 교육 제도와 마찰을 빚게 된다. 예를 들어, 유소년 선수들의 대학 진학 시기와 리그 일정이 겹치면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일정상 추춘제는 기업구단보다 시도민 구단에 피해를 주게 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북청주FC의 윤지현 사무국장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는 구단들은 회계상 문제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시도민 구단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사용한다. 이 예산은 연초에 시작해 연말에 끝나는 ‘춘추제’ 회계연도를 지켜야 한다. 이 회계연도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스포츠 중 겨울에 운영되는 ‘배구 V리그’, ‘농구 KBL’은 시도민구단이 아닌 모두 기업구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결과, 추춘제로 시즌을 운영할 수 있다. 이와 달리 K리그 총 25개 팀 중 시도민 구단이 15개 팀으로 60%를 차지한다. 추춘제 전환 시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K리그가 ‘추춘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교육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 K리그 흥행에 찬물 끼얹지 않을까?

K리그는 역대급 흥행몰이 중이다. K리그1의 평균 관중 수는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올 시즌 최대치인 11,003명을 달성했다. K리그1, 2 총관중 수는 지난 시즌 301만1천509명에서 올 시즌 341만244명으로 증가했다. FC 서울의 총관중 수는 50만1천91명으로 K리그 역대 최고치로 올라섰다. 현 상황에서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할까? 모르겠다.
추춘제로 전환할 경우, 한국의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관중수 저하가 우려된다. 이는 K리그 구단의 수익 감소로 이어져 재정적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또한 경기 수가 현행처럼 유지할 수 없다. 현재 K리그는 A매치 휴식기에 2주간 짧은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리그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다. 그러나 추춘제를 도입하게 되면 12월부터 2월까지 약 2개월간 긴 휴식기를 갖는다. 이에 따라 K리그 경기 수 감소로 이어져 수익 저하가 우려된다.
결국, 여러 제약이 있다. ‘재정, 교육 제도 일정, 회계연도, 관중 수 감소’ 등 문제가 많다. 그러나 언젠가 추춘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전 세계가 추춘제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한국만 춘추제를 고집한다면 외딴섬으로 표류한 채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도입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내실을 고려해야 한다.
잔디 문제로 광주 FC는 홈 경기장이 아닌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일정을 소화했었다. K리그 3연패를 하며 왕조를 구가하고 있는 ‘울산 HD’는 지난 10월에 빗셀 고베와의 경기에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의 그라운드 잔디 문제로 AFC(아시아 축구연맹) 판단에 따라 울산 종합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K리그는 점진적인 내실 갖추기에 힘을 쏟고 앞으로 발전하는 인프라와 제도적인 해법에 따라 추춘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K리그는 확실히 지난 몇 년간 발전해 왔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를 도입하여 K리그 팀들이 보다 건강한 재정 상황에서 활동하도록 안전망을 구축했고 ‘K리그 클럽 라이선싱 규정’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내실을 다졌다. 앞으로 이런 노력 끝에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건강한 환경에서 추춘제가 도입되었으면 한다.
글=‘IF 기자단’ 4기 제민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