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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공(닥치고 공격) 왕조’의 몰락은 예상치 못한 ‘사고’였을까. 그렇지 않다. 추락의 계기들은 곳곳에 복선처럼 깔려 있었기에, 예견된 수순이었다.
통산 리그 최다 우승(9회), 코리아컵 최다 우승(5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회를 기록한 전북 현대는 명실상부 K리그 최강의 구단이었다. 그러나 2022시즌을 기점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전북은 2022시즌 울산에 리그 우승을 헌납했으며, 이듬해에는 10년 만에 무관을 기록했다.
전북은 2024시즌 더욱 가파른 내리막길을 마주했다. 단 페트라세쿠 감독은 시즌 초반 부진의 책임을 지며 자진해 사퇴했고, 김두현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으나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불명예 기록들이 연이었다. 전북은 창단 처음으로 파이널 B에 합류한 데 이어, 리그를 10위로 마무리하며 강등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됐다. 아시아 최고 명문으로 군림했던 전북이 이제는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 조금씩 뜯겨나간 ‘전북 DNA’, 성급한 변화는 불필요했다

‘전북 천하’는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시작됐다. 최강희 감독은 ‘닥공’ 모토를 기반으로 2005시즌 FA컵(코리아컵의 전신)을 들어 올린 데 이어, 구단 역사상 최초의 ACL(2006시즌)과 K리그(2009시즌) 우승까지 견인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전북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이다.
신흥 강호로 자리매김한 전북은 기세를 이어 갔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 휘하 리그 우승 6회, ACL 우승 2회를 거머쥐었고, ‘리그 5연패 대업’의 발판을 마련해냈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19시즌부터였다. 최강희 감독은 중국으로 넘어가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무리뉴 사단’에 있었던 모라이스 감독과 김상식 감독이 연이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새로운 감독의 부임을 거치며 ‘전북다움’은 분명 감소했다. ‘닥공’의 색채가 옅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북 DNA’ 중 핵심인 ‘유관력’은 이어졌다. 모라이스 감독은 2년 동안의 재임 기간에 리그 2회와 코리아컵 1회를 들어 올렸다. 김상식 감독도 부임 2년 차까지는 매 시즌 트로피를 확보해냈다. 첫 번째 시즌에는 리그를, 두 번째 시즌에는 리그 우승에 실패하며 비판에 직면했으나 FA컵에서는 정상에 올랐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라는 속어처럼, 전주성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주축으로 역할 했기에 전북은 트로피 수집을 이어갈 수 있었다.
몰락의 그림자는 2023시즌부터 드리우기 시작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전북 DNA’를 갖춘 선수들의 대거 퇴단이었다. 전북은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최보경, 이용(완전 이적), 김보경, 이승기 등 왕조 형성의 주축이 됐던 선수들을 떠나보냈다. 구심점이 다수 사라진 가운데 팀은 조화롭게 융화되지 못했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김상식 감독은 10R까지 3승 1무 6패의 강등권 성적을 기록하며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전북의 ‘악수’는 계속됐다. 전북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김상식 감독의 뒤를 이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해당 시즌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2024시즌 초반 극한의 부진으로 ‘자진 사퇴 엔딩’을 마주하게 됐다. 뒤이어 부임한 김두현 감독은 감독 경험이 없었던 ‘초짜’였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고, 하위권을 전전하다 강등 플레이오프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 ‘잘해? 사와!’ 폭풍 영입보다 영입 기조 설정이 먼저다

‘전북 DNA’ 실종뿐만 아니라, 잘못된 영입 방침 역시 전북의 몰락을 야기했다. 전북은 ‘전북 왕조’의 시작점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스타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다. 2017시즌에는 ‘국가대표 풀백 조합’ 김진수와 이용를 영입하며 좌우 수비를 보강했다. 2018시즌에는 척추 라인에 변화를 꾀했는데, 국가대표 센터백인 홍정호와 직전 시즌 도움왕을 거머쥔 손준호가 영입됐다. 전북은 두 시즌 동안 9명의 선수 영입(자유 선발 및 우선 지명 제외), ‘양보다 질’을 택했다.
전북의 이러한 선택은 적중했다. 홍정호가 중심을 잡고, 김진수와 이용이 가세한 수비 라인은 안정감이 돋보였다. 꾸준한 활약을 펼친 손준호는 전북 소속으로 K리그 MVP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전북은 2017시즌과 2018시즌 리그 우승을 확보하며 ‘5연패 대업’의 발판을 다질 수 있었다.
영입 기조가 바뀐 건 2023시즌부터였다. 해당 시즌에 14명의 선수를 영입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외려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럽에서 복귀한 이동준이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고, 정태욱도 수비력에 불안함을 노출했다. 안드레와 아마노 준을 비롯한 외인도 기대 이하의 활약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급하게 영입한 박재용과 페트라섹의 활약상까지 미비했다.
이듬해에도 ‘폭풍 영입’은 계속됐다. 입단한 선수만 16명이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티아고, 이영재, 에르난데스 등을 영입한 데 이어, 이승우와 한국영이 여름을 통해 합류했다. 그러나 외인 전원이 팀에 녹아들지 못하거나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으며, 절치부심해 영입한 이승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강등’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모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러 선수를 영입하는 동안, ‘적재적소’라는 필수 요소를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몰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북은 지난 두 시즌에 걸쳐서는 필요성과 활용도의 파악은 후순위로 둔 채, 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상을 보여줬던 다수의 선수를 데려왔다.
그 결과 스쿼드만 비대해졌고, 대다수의 영입생이 활용 가치를 선보이지 못하며 낙제점을 받는 역효과까지 마주했다. 예로서 올 여름에 합류한 이승우는 2024시즌 전반기동안 수원FC에서 10득점을 터트렸다. 하지만 전북에 합류한 이후에는 2득점에 그치고 있다. 스쿼드 구성에 필요한 ‘국대급’ 선수를 영입해 팀에 녹아들게 하며 성과를 냈던 지난 시절과 확연히 대조된다.
아직 전북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강등 플레이오프’라는 가장 큰 산이 남았기 때문이다. 한때 K리그를 호령했던 왕조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강등 위기를 극복하고, 이후를 도모할 기회를 확보해야만 하는 전북이다.

글=‘IF 기자단’ 4기 이주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