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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레전드 손흥민과 독일 레전드 토마스 뮐러가 이번에는 MLS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오직 승자만이 MLS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한다.
LAFC는 23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BC 플레이스에서 열리는 2025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준결승에서 밴쿠버를 상대한다.
우승컵을 노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두 팀이다. 컨퍼런스 준결승과 결승, MLS컵 결승은 단판 승부로 진행된다. MLS 플레이오프는 서부 컨퍼런스와 동부 컨퍼런스가 나뉘어 진행되고, 각 컨퍼런스의 우승 팀이 전체 플레이오프 결승전인 MLS컵에서 만나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방식이다.
# '강력한 원투펀치' 흥부듀오 앞세운 LAFC

LAFC는 이번 시즌 순항 중이다. 2025 정규시즌 서부 컨퍼런스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직전 라운드였던 서부 컨퍼런스 8강에서는 오스틴을 상대로 1차전 2–1, 2차전 4–1을 기록했다. 합계 6–2로 시원한 공격력으로 압도하며 다음 라운드로 올라섰다.
이번 시즌 LAFC의 시원한 골 폭격은 최전방은 데니스 부앙가의 발끝에서 시작되었다. 부앙가는 시즌 합산 45경기 32골 13도움(정규시즌 24골 9도움)으로 팀 최다 득점, 리그 득점 2위를 기록했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2025 MLS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MLS 최초로 3시즌 연속 20골 이상 득점하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클럽 통산 득점에서는 카를로스 벨라를 넘어 LAFC 역대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
부앙가의 활약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3일 오스틴전에서도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다. 밴쿠버를 상대로도 통산 13경기 9골 7도움으로 '킬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우승을 위해서 부앙가에 손흥민을 더한다. 특히 손흥민의 LAFC 합류 이후 부앙가의 경기력은 더 날카로워졌다. 일명 ‘흥부듀오‘는 시즌 중 17골을 몰아넣은 최초의 듀오로 MLS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밴쿠버전에서도 날카로운 공격력이 기대되는 ‘흥부듀오‘다
LAFC의 동기부여도 분명하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이번 시즌 종료 후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체룬돌로 감독은 2022년 LAFC에 감독으로 선임된 첫 시즌에 MLS컵을 들어 올리며 팀의 창단 첫 리그 우승을 이끈 감독이다. ‘마지막 시즌에 트로피’라는 명확한 목표가 선수단 결속을 자극하고 있다.
# '공·수 황금 밸런스' 밴쿠버...핵심 선수 복귀가 변수
밴쿠버는 2011년 MLS 합류 이후 최고의 시즌으로 보내고 있다. 서부 컨퍼런스 정규시즌 승점 63점으로 1위 샌디에이고 FC와 동률이지만, 승수에서 밀리며 15개 팀 중 2위를 차지했다. 북중미의 챔피언스리그 격인 'CONCACAF 챔피언스컵'에서는 창단 최초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탁월한 공수 균형을 보여준 밴쿠버다. 밴쿠버는 정규시즌 34경기 66득점, 38실점을 기록하며 득실차 +28골을 만들었다. 이는 MLS 동·서부 30개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득점은 인터 마이애미에 이어 2위, 실점은 리그 최소다.
균형의 중심에는 중원의 '엔진' 세바스찬 버홀터가 있었다. 구단에 따르면 2001년생 미국인 미드필더인 버홀터는 이번 시즌 모든 대회 통틀어 8골 16도움으로 커리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2025 MLS 베스트 11에 선정됐고, 미국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지난 9월 대한민국과 미국의 A매치에서 2선 자원으로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에는 공격과 수비 주축 선수들의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규시즌 16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인 브라이언 화이트는 9월 경기 이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 중이다. 올 시즌 탄탄한 수비력으로 밴쿠버의 리그 최소 실점을 이끌며 '2025 MLS 올해의 수비수'와 베스트 11에 모두 선정된 센터백 트리스탄 블랙먼 역시 9월 이후 무릎 부상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복귀가 임박했다. 다만 이번 경기 스쿼드에 합류하더라도 복귀 직후 경기력은 여전히 미지수다.

# 레전드 매치, ‘손흥민vs뮐러’ 이번에는 미국에서!
이번 경기는 특히 손흥민과 토마스 뮐러의 재회를 빼놓을 수 없다. 각자 토트넘과 뮌헨의 명실상부한 레전드였던 두 선수는 이제 MLS로 무대로 옮겨 LAFC와 밴쿠버의 핵심 선수가 되어 다시 한번 정면승부를 펼친다.
손흥민은 뮐러와 통산 9차례 맞대결에서 1승 2무 6패를 기록했다. 유일한 승리는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고 뛴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2-0 승리였다. 클럽 무대에서는 뮐러가 뛰었던 바이에른 뮌헨에 고전했다.
그러나 이제 손흥민의 클럽 무대는 미국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팀에 합류 후 12경기에서 10골 4도움을 기록하며 LAFC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시즌 중 선정된 ‘올해의 골’ 수상으로 존재감을 더했고, 손흥민–부앙가 조합의 폭발력에 힘입어 LAFC는 플레이오프 16강에서 오스틴을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뮐러를 다시 맞이할 준비 역시 마쳤다. 11월 A매치 기간에는 체력 안배로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손흥민은 볼리비아전 76분, 가나전 62분만 소화했고,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이 돌아가게 되면 소속팀에서 중요한 경기가 있다. 출전 시간을 조절했다. 격렬한 경기가 있기 때문에 부상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뮐러 역시 뮌헨을 떠나 미국 무대로 향했다. 이번 시즌 밴쿠버에 합류하여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하며 영리한 패스와 공격 작업에 창의성을 더했다. 뮐러는 밴쿠버 합류 후 현재까지 10경기 9골 4도움으로 팀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다만 9골 중 5골이 페널티킥(PK) 득점으로, 필드골은 4골에 그친다. PK 득점이 없는 손흥민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물론 손흥민은 공격수로, 뮐러는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위치 차이가 있다.
이제는 미국 무대에서 정면승부를 펼칠 두 레전드다. 뮐러는 지난 19일 영국 ‘토크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시절에도 훌륭한 선수였지만, 두 팀은 당시 우리 바이에른과는 레벨이 달랐다. 그 시절의 기록만으로 지금을 비교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회상했다. MLS에서 재회할 두 레전드의 이번 맞대결이 더 주목되는 이유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손흥민은 현재 MLS 무대에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활약을 인정받고 있다. MLS의 조셉 로워리 기자는 뮐러와 손흥민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손흥민이 뮐러보다 더 변곡점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비슷한 출전 시간 동안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고, 부상으로 결장한 적도 없으며, 팀의 경기당 승점 상승도 더 끌어올렸다”고 평가하며 손흥민의 활약을 높이 샀다. 손흥민에게 이번이 뮐러와 밴쿠버에게 그 활약을 두 눈으로 보여줄 기회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리오넬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와 최종 결승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서부 컨퍼런스 4강에서 LAFC와 밴쿠버가 만났고, 동부 컨퍼런스 4강에 인터 마이애미가 진출해 있다.
레전드의 재회가 주목되는 컨퍼런스 우승 경쟁에서 과연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다시 한번 뮐러에게 ’카잔의 기적‘ 악몽을 선사할 수 있을지, ‘공간의 연주자’ 뮐러가 ‘우승 DNA’를 살려 트로피를 향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IF 기자단’ 6기 유호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