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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경은 놀라운 이적을 성사시켰다. 아스날의 핵심 공격수인 로빈 반 페르시를 영입한 것이다.

이 이적의 파장은 컸다. 한국에서는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맨유라고 속삭였다”는 의역으로 유명해진 반 페르시의 인터뷰도 한 몫 했지만, 당시 맨유에 공격수인 반 페르시가 영입 우선순위라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맨유의 1순위 영입 대상은 미드필더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폴 스콜스와 라이언 긱스가 노쇠한 상황이었고, 마이클 캐릭 역시 30대에 접어든 상황이었기 때문. 퍼거슨의 신뢰를 한 몸에 받던 대런 플레처 역시 바이러스성 장염으로 인해 선수 생활에 위기를 겪던 시기이기도 했다.

게다가 당시 맨유에는 웨인 루니라는 핵심 공격수가 건재했다. 2011-12 시즌 리그에서 27골을 기록하면서 득점 2위에 오른 자원을 두고, 아스날에서 반 페르시를 데려온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할 만 했다.

하지만 퍼거슨 경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당시 맨유는 압도적인 스쿼드를 보유했다고 하기는 어려웠으나,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에서 26골을 기록한 반 페르시는 2년 연속 득점왕에 오르며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퍼거슨 시절 맨유의 스쿼드에는 늘 ‘월드 클래스’라고 불릴 수 있는 공격수들이 늘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을 이끈 에릭 칸토나를 시작으로, 앤디 콜, 드와이트 요크, 루드 반 니스텔루이,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등이 맨유를 거친 주요 공격수들. 벤치 멤버로도 올레 군나르 솔샤르, 테디 셰링엄 등 장점이 뚜렷한 선수들이 대기했다.

퍼거슨은 적어도 ‘공격수’의 퀄리티만큼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했던 셈이다. 양 측면을 이용한 역습을 사용하던 시절에도, 전방에서 이뤄지는 빠른 스위칭이 핵심이던 시절에도 최전방에는 확실한 결정력을 지닌 공격수들을 반드시 배치했다. 퍼거슨의 맨유는 경기 내용이 어떻든, 골을 하나라도 많이 넣는 팀이 승리한다는 축구의 핵심을 잘 지켰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퍼거슨의 은퇴 이후, 맨유에서 공격수로서 제 몫을 꾸준히 해준 선수는 없었다. 루니는 포지션이 미드필더까지 내려갔고, 반 페르시도 부상에 시달리면서 꾸준하게 출전하지 못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역시 한 시즌은 잘 치렀으나, 장기 부상으로 맨유와의 짧은 인연을 끝냈다. 마커스 래시포드와 앙토니 마샬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 시즌, 맨유는 리그에서 가장 결정력이 떨어지는 팀이 되어버렸다.

 

‘Football Reference’ 기준으로, 올 시즌 맨유의 기대 득점은 총 33.8골이다. 하지만 실제 리그 득점은 27골. 기대 득점에서 실제 득점을 빼면 -6.8골인데, 이는 리그에서 가장 좋지 못한 수치다. 공격 효율이라는 점에서 맨유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라는 것은 명확한 상황이다.

올 시즌 맨유의 최전방은 라스무스 호일룬과 조슈아 지르크지가 주로 맡고 있다. 하지만 호일룬은 리그 2골, 지르크지는 3골로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모습. 지난 토트넘 훗스퍼 전에서도 두 선수는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팀의 0-1 패배를 막지 못했다.

물론 골을 넣지 못해도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에 가담하거나,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기회를 창출하는 것으로 경기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호일룬과 지르크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지난 경기에서 ‘FotMob’ 기준 호일룬은 11%, 지르크지는 23%의 경합 성공률을 기록했다. 상대 수비수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비단 지난 경기 뿐만 아니라, 시즌 전체로 봐도 호일룬의 경합 성공율은 상위 50%, 지르크지는 상위 55.5%에 머무르고 있다.

기대치에 걸맞는 공격수의 스탯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 실제로 아모림은 공격수 기용에는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며, 측면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 따라서 크로스를 골로 연결시켜줄 수 있고, 측면 자원들과 연계까지 되는 ‘완성형’ 스트라이커를 중요시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호흡을 맞춘 빅토르 요케레스가 맨유와의 이적설이 났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맨유의 겨울 이적시장에서 ‘칼바람’이 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아모림 체제에서 기회를 받지 못할 것 같은 선수들은 냉정하게 정리가 되고 있는 상황. 안토니는 레알 베티스로 임대되었고, 유스에서 성장한 래시포드 역시 아스톤 빌라로 임대되었다.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은 입지에 상관없이 맨유에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본보기’가 된 셈이다. 호일룬과 지르크지 역시 저조한 활약상이 이어진다면 이와 같은 처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스탯을 기록하고 있던 아마드 디알로가 발목 부상으로 인해 시즌 아웃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재 맨유 1군에서 가용할 수 있는 공격수는 가르나초, 지르크지, 호일룬이 전부다. 남은 공격진들의 폼이 살아나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팀이 반등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 상황. 아모림이 ‘퍼거슨 시대’ 재현의 적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공격수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글='IF 기자단' 4기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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