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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크 SV의 상징인 ‘분데스리가 시계’에 대해 알고 있는가? 과거 함부르크는 1962년 분데스리가 창설 이래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유일한 구단이었다. 이에 구단은 해당 역사를 기리고자 홈구장인 폴크스파르크슈다디온의 북서쪽에 시계를 설치했고, 함부르크가 분데스리가 1부 리그에서 첫 경기를 치른 1963년 8월 24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잔류 기간을 나타냈다. 이것이 바로 분데스리가 시계이다.

분데스리가 시계는 함부르크 팬들에게 6번의 리그 우승과 3번의 컵 우승을 차지한 과거의 영광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리그 역사와 함께 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줬다. 그러나 분데스리가 시계는, 2017-18시즌 함부르크가 리그 17위를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강등됨에 따라 54년 261일 0시 36분 2초를 끝으로 작동을 멈췄다.

2023년 12월 2일,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시계 또한 멈췄다. 4번의 K리그 우승과 5번의 FA컵(現 코리아컵) 우승 그리고 2번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호령하던 명가(名家)는 그렇게 몰락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수원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있다.

수원의 2024년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수원의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수원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번에 다를 거야’라는 희망을 심어준다. 수원의 시계가 다시금 태동을 준비한다. 창단 30주년을 맞이해 재도약을 꿈꾸는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수원, 다시금 비상할 수 있을까?

# 박경훈 단장과 변성환 감독, 처음으로 온전히 시즌을 맞이하다

 

강등 이후 ‘회초리를 맞겠다’던 수원의 구(舊) 프런트는 잠적했다. 그리고 그 사이 감독 대행이던 염기훈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 초보 감독에 대한 우려는 연일 터졌다. 그럼에도 구 프런트는 귀를 닫았다. 나아가 소극적인 이적시장을 보내며 불안감만 키웠다. 그 결과 수원은 5연패를 기록하며 누구보다 잔인한 5월을 보냈다.

최종적으로 수원은 승점 56점(15승 11무 10패)을 기록하며 6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다이렉트 승격을 목표로 했지만 승강 PO 진출조차 실패했다. 그러나 이것들을 토대로 작년을 완전히 실패한 시즌이라 부르기는 힘들다. 그간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박경훈 단장과 변성환 감독이 온전히 맞이하는 첫 시즌이다. 그들은 수원의 정상화를 이끌고 있다. 박 단장은 염 감독의 자진 사임 이후 실패로 끝난 ‘리얼 블루’ 정책을 과감히 타파했다. 대신에 감독 선임 기준으로 ▲확고한 축구 철학 및 비전 ▲최신 축구 트렌드에 대한 높은 이해도 ▲과학적 훈련 시스템 ▲명확한 분석을 토대로 한 코칭 ▲팀 플레이 개선 등을 내세웠고, 최종적으로 변 감독을 선임했다.

변 감독은 부임 직후 12경기 무패(無敗)를 기록했다. 새 전술과 함께 신예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줬다. ‘능동적인 축구’, 이것이 변 감독의 색깔이다. 3-2 빌드업을 통해 주도적인 축구를 펼치며 젊은 선수들을 바탕으로 에너제틱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2024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에 따르면 변 감독의 수원은 리그 1위의 점유율(54.8%)과 활동량(108.3km)을, 2위의 압박 강도(PDDA, 9.8)를, 3위의 패스 횟수(499회) 및 성공률(85.8%)을 기록했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무승부의 빈도가 잦았고 시즌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전술이 파훼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변 감독이 시즌 도중 부임했으며 그가 원하는 선수단이 아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작년은 변 감독에게 프로 사령탑으로서 데뷔 시즌이었다. 최종적으로 변 감독은 부임 이후 리그에서 단 3패(9승 10무)만을 기록했다.

올해 변 감독은 프로 2년 차를 맞이한다. 그만큼 그의 전술과 지도력 또한 농익을 예정이다. 비록 연습경기이긴 하나 수원은 동계훈련간 전북과 강원을 상대로 각각 3-1, 1-0 승리를 거두는 등 성과를 내며 기대감을 키웠다. 나아가 후술할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확실한 득점원을 포함한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변 감독의 축구가 비로소 시험대 위에 올랐다. “구단 창단 30주년을 맞이한 만큼 K리그1 다이렉트 승격을 이뤄내겠다”라는 그의 출사표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 성공적인 이적시장, 스쿼드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다

 

가히 역대급이다. 성공적인 이적시장을 보냈다. “선수단의 2/3 이상을 리빌딩하겠다”라고 밝힌 박 단장의 각오는 현실이 됐다. 임대 복귀를 포함해 28명의 선수가 방출됐다. 특히 지난 시즌 하반기 스쿼드 기준 46명 중 20명의 선수를 방출했다. 고액 연봉자의 처분을 신속히 이뤄냈다. 베테랑 김보경, 장호익부터 유스 출신 이종성, 전력 외 자원 김경중, 최성근, 기대 이하 외인 마일랏, 뮬리치, 피터 등을 과감히 처분하면서 주급 체계 정비와 함께 예산 확보에 성공했다.

이는 이적시장에서의 호성과로 돌아왔다. 작년 최대 약점으로 지목된 최전방에 무게를 실었다. 수원은 지난 시즌 36경기에서 46골만을 기록하며 리그 7위의 빈약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이에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 2위(14골) 일류첸코를 필두로 11골 6도움을 기록한 서울 이랜드 FC의 에이스 브루노 실바, 2019년 K리그1 영플레이어상 수상에 빛나는 김지현 등을 영입했다.

아울러 수비 안정화에도 힘썼다. 빈약한 득점력과는 반대로 작년 수원은 리그 최소 실점(36실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수원이 수비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첫째, 보다 높은 수비 조직력을 구축하기 위함과 둘째, 좌측 스토퍼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지난 시즌 수원은 좌측 스토퍼를 두고 백동규, 조윤성, 장석환, 고종현 등 여러 선수가 번갈아 출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우측 스토퍼로 활약한 한호강이 후방 빌드업의 시발점으로서 공격 가담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그를 뒷받침해 줄 안정감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이에 왼발의 장신(191cm) 센터백 레오 안드리지와 베테랑 수비수 권완규를 영입하면서 든든한 후방을 구축했다.

그밖에 3선과 우풀백에 대한 보강도 이뤄졌다. 먼저 지난 시즌 홀로 3선을 책임진 홍원진의 부담을 덜고자 활동량 많은 미드필더 이민혁과 베테랑 미드필더 최영준을 영입했다. 다음으로 이시영 영입이 실패로 돌아가자 발빠르게 인천으로부터 즉시 전력감 풀백 정동윤을 영입했다. 이처럼 스쿼드의 질적 향상을 이뤄낸 수원이다. 변 감독의 계획대로 취약점에 대한 보강이 확실히 이뤄졌고 그의 색깔을 담을 시간 또한 충분했다. 이제 결과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

# 프렌테 트리콜로, 그들을 위해 승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수원의 열두 번째 언제나 우리가 널 지킨다’. 프렌테 트리콜로. 삼색(청, 백, 적)의 전선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수원의 열두 번째 선수가 되어 응원을 통해 선수들과 함께 싸워 나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들의 지지는 팀의 강등이 무색할 정도로 변함이 없다. ‘K리그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수원의 작년 홈 경기 평균관중수는 10,362명으로 2위 안양(5,250명)과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이는 K리그1을 합쳐도 밀리지 않는다. 수원은 10,950명을 기록한 인천의 뒤를 이어 6위에 위치했다.

팬들의 지지에 걸맞게 구단에서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비로소 집으로 돌아온다. 수원은 지난해 8월 그라운드 전면 교체 공사로 인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떠나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남은 정규리그 7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해당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어서 구단은 경기 관람 환경 개선으로 눈을 돌렸다. 7억 7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 시즌 첫 홈경기 전까지 북측 관람석 3,747석을 새로이 교체한다. 나아가 오는 6월 중으로 관람석 난간대의 보수 공사 및 추락방지용 안전망 추가 설치를 예고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했고 현재를 수용했다. 과거의 잔재들은 청산했고 미래의 유산들을 영입했다. 이 과정을 기다려준 팬들 또한 존재한다. 이제 수원에게 승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과거 하얗게 눈 내리던 그 날처럼 다시금 ‘프렌테 트리콜로’의 마음속에 환희를 새겨 넣어야 한다. 그들의 사랑에 후회가 없도록.

멈춰있던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시계가 다시 흐른다.

글=’IF 기자단’ 4기 송청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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