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정지훈]

'누가 김기동의 아들이냐?'고 물으면 서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팔로세비치와 일류첸코다. 김기동 감독과의 '재회'로 그들은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팔로세비치와 일류첸코는 K리그 입단 동기다. 두 선수는 2019년 6월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하며 나란히 K리그에 발을 들였고, 김기동 감독의 지휘 하에 실력을 만개했다. 팔로세비치는 38경기 19골 10도움, 일류첸코는 44경기 28골 8도움을 올리며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였다. 두 선수의 활약에 포항은 2020시즌 리그 3위와 최다득점 팀에 이름을 올렸다.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두 선수는 포항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팔로세비치와 일류첸코는 각각 FC서울과 전북 현대 모터스로 떠나며 각자의 길을 걸었다.

이 선택이 독이었을까.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포항에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팔로세비치는 서울에서 107경기 19골 7도움, 일류첸코는 전북에서 34경기 15골 4도움을 기록했다. 이전에 비해 공격 포인트가 줄어든 모습이다. 일류첸코가 2022시즌 서울에 합류하면서 팬들은 두 선수의 재회로 과거 포항에서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두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바로 ‘은사’ 김기동 감독이 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포항 시절 두 선수를 굉장히 잘 활용했던 감독이고, 두 선수 역시 김기동 감독의 지시 사항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일각에서는 두 선수를 ‘김기동 감독의 아들’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서로 잘 맞는 사제지간이다. 포항을 떠나 4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만난 세 사람이 어떤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서울의 봄’을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FC서울 일류첸코+팔로세비치 인터뷰]

-팀 동료인 이태석이 ‘누가 김기동 감독의 진짜 아들이냐’라고 놀렸다던데 실제로 궁금하다

팔로세비치 : 일류첸코다.

일류첸코 : 아니다. 팔로세비치다. (FFT: 이유는?) 김기동 감독님이 팔로세비치를 항상 잘 챙긴다. 나는 항상 뜯긴다. 오늘도 경기 중에 팔로세비치를 정말 많이 불렀다. 자기 아들(팔로세비치)이 경기장에서 잘 못하고 있으니까 답답해서 고쳐주는 것이다.

-포항을 떠날 때 서울에서 김기동 감독을 다시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했나?

팔로세비치 : 사실 같이 일하게 될 줄 몰랐다, 축구의 세계에서는 이동이 잦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다.

일류첸코 : 나도 다시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나는 한 가족의 가장이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교육 환경에 대한 지리적 요소가 중요하다. 이런 요소들로 김기동 감독님이랑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전북 시절에도 팔로세비치와 연락하며 포항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작년에도 그랬다.

- 팬들은 두 선수가 포항 시절보단 공격 포인트가 떨어졌다고 한다. 김기동 감독이 사용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류첸코 : 사용법을 가지고 있기보단 김기동 감독의 스타일이 우리랑 맞는 것 같다. 감독님의 요구가 저랑 팔로세비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바로 이번 시즌이 최고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기대도 하고 매일 기도하고 있다. 또한, 팔로세비치랑 나뿐만이 아닌 감독님 밑에서는 예상치 못한 많은 선수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는 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전성기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팔로세비치 : 나도 일류첸코의 대답과 같다. 포항 때 잘했던 건 김기동 감독 영향도 있지만, 팀도 잘 뭉쳤고 목표도 있고 리더도 있고 ‘원 팀’이라 그런 퍼포먼스가 가능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특정 선수의 능력만 가지고 평가하기 힘들다. 선수의 요구되는 포지션, 전술, 움직임, 역할이 감독마다 다르다. 상황마다 감독님의 요구를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못했다 생각하진 않고 지난 3년간 감독님이 요구하던 부분을 하다 보니 이런 퍼포먼스가 나왔다. 포항과는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었다. 잘하고 못하고의 관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훈련 때 김기동 감독이 팔로세비치에게 계속 올라가라고 지시하는 것을 들었다.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와 본인이 생각하는 포지션과 맞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서울에 있던 시간동안의 뛰었던 포지션과 차이가 있는지?

팔로세비치 : 감독님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3년간 이전 감독들은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빌드업을 풀어주기를 요청했다. 김기동 감독은 위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포지션에 머물라고 한다. 이것이 김기동 감독의 스타일이다. 이전 감독님은 밑에서, 지금 김기동 감독은 위에서 플레이를 원한다.

-팔로세비치 본인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선호하는가? 아니면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가?

팔로세비치 : 4년 전 포항에서 김기동 감독과 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지금 4-2-3-1에서 스트라이커와 같이 움직이며 처진 공격수 위치가 잘 맞는다. 그 위치가 내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일류첸코는 지난해와는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는가?

일류첸코 : 전술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년은 솔직히 전술이 내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지만, 팀을 위해 희생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김기동 감독은 빌드업 시에는 밑에서 볼을 받고 지키고 연계하고 침투하는 플레이를 요구한다. 작년은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는 플레이를 요구했다. 나는 스피드도 뛰어나지 않고 라인 브레이킹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감독님의 볼을 지키고 연계를 해주는 요구가 나랑 더 잘 맞다.

-김기동 감독이 일류첸코가 정말 간절할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김기동 감독과 대화하거나 따로 이야기를 들은 게 있는지?

일류첸코 : 특별하게 감독님이 말씀해 주신 것은 없다. 작년에 경기를 뛰지 못하며 좋지 않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있는 상황이다. 지금 계속 생각하는 것은 올해는 잘해서 팀을 돕고, 구단을 돕고 나아가서 감독님도 도울 수 있는 시즌이 되었으면 좋겠다.

- ‘슈퍼스타’ 린가드가 서울에 합류했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일류첸코 : 당연한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력 부분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선수다. 워낙 유명한 선수였고 지금도 유명한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6개월 정도 팀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게임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이 워낙 출중한 선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몸만 만들어지고 체력만 만들어진다면 우리 팀에 공격적인 부분에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린가드'라는 이름만으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고, 린가드가 이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스스로 증명해내고 싶은 마음이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

팔로세비치 : 일류첸코의 말에 동의한다. 린가드의 실력,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멘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큰 구단들에서 10년 이상 활약을 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린가드가 와서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가 관건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의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따라가려고 하고 팀에 적응하려는 부분이 있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팀에 공격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큰 무게감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일류첸코가 언급했듯이 축구적인 부분보다는 한국에 조금이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일류첸코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왜냐하면 린가드의 입장에서는 인생이 바뀌는 결정이고 모든 게 다른 환경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우리가 한국에 왔을 때 어색하고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이런 시간이 최소화되도록 많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상징적인 선수인 기성용이 최근에 재계약을 했고, 또 주장으로 임명됐다. 다시 함께 하게 되면서 어떤 부분을 기대하나?

일류첸코 : 기성용이 팀에 있을 때는 언제나 리더고 우리를 이끌어줬다. 경험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선수이기 때문에 올해도 달라지는 건 단지 기성용이 완장을 찬 것뿐이다.

팔로세비치 : 일류첸코가 말했던 것처럼 기성용은 언제나 팀에서 리더였다. 기성용의 존재가 팀에 갓 들어온 어린 선수들에게는 중요하고 배울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완전히 팀을 바꿨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새롭게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기성용이 언급하진 않았지 만 몸 았던 4년 반 동안 FC서울이 성공적이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성용의 선수 생활이 막바지로 가는 상황에서 많은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기성용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새로이 하고자 하는 축구에 만족하고 있었고, 스스로에게도 기대가 된다는 말을 했었다.

 

- 서울이 매 시즌 동안 연속 파이널 B로 갔는데, 올해는 중요할 것 같다. 김기동 감독도 왔는데 이번 시즌은 어떤 상황을 기대하는가?

팔로세비치 : 이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답을 하고 싶지 않다. 지난 4년 동안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했고, 우승하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올해는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고 있고 훨씬 지난 4년보다 잘하는 시즌으로 만들고 싶다.

일류첸코 : 개인적으로는 시즌 시작 전 몇 골을 넣겠다는 숫자와 관련된 부분은 생각하지 않는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팀이 잘하면 선수 개인 역시도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인 바람은 FC서울에서 일 년 반 정도 뛰고 있고 작년에 파이널 B로 떨어진 경험을 했다. 한국에 있으면서 파이널 B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꼭 파이널 A로 진입하고 싶고 그 후 치르는 다섯 경기에서 어떤 것을 더 이룰 수 있을지는 그 때 또 생각할 것이다.

- 포항에서 두 선수가 뛸 때와 각각 서울과 전북으로 이적했을 때의 모습보다 오늘 표정이 두 선수 모두 진지하고 밝아 보인다. 본인들도 스스로 느끼는지?

일류첸코 : 김기동 감독의 선임으로 새로운 팀이 됐고, 새로운 동기부여와 새로운 희망이 있는 상황에서 서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목표가 생기다 보니 그런 표정이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고 반드시 증명해내야 하는 책임감과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다. 동계훈련 때만 열심히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시즌 내내 팀이 정말 열심히 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 시즌 동안 목표가 있는 팀, 규율이 있는 팀, 하나가 되는 팀이다.

팔로세비치 : 그렇게 보였다면 좋다. 헝그리 정신과 진지해 보인다는 건 축구선수에게 좋은 모습인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합류하고 베스트 11이 어느 정도 구성된다면 충분히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뷰=정지훈

글/정리=‘IF 기자단’ 2기 권은희, 김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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