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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를 비판하고 모욕하기 전에 알 건 알아야 한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이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의 일부분이다. 과연 그가 무슨 일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시계추를 뒤로 돌려보도록 하겠다.

# 20대 선수에게 벌어진 잔인한 인종차별, 비니시우스의 작심 폭로

5월 22일(한국시간) 에스타디오 메스타야에서 열린 라리가 35라운드 발렌시아전에서 벌어진 홈팬들의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차별 사건이 그 시작이었다. 그들은 경기 전부터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 소리를 내면서 “비니시우스, 넌 원숭이야!”라는 노래를 불렀다. 발렌시아 팬들의 무례한 언사를 참지 못한 비니시우스는 경기장에서 관중들과 설전을 벌였고, 계속된 조롱에 눈물을 흘렸다. 또 경기 막판에는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으로 퇴장 당했다.

경기 후 비니시우스는 본인의 SNS에 작심한 듯 이 사건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이번이 처음도, 두 번째,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일상이고 연맹도 그렇게 생각하며, 상대는 그걸 조장한다. 굉장히 유감이다. 그렇지 않은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 국가로 알려져 있다!”

비니시우스의 울분이 담긴 메시지는 라리가를 넘어 전 세계에 퍼졌다.

# 적반하장, 거꾸로 증명된 회장의 본심

그런데 비니시우스의 인종차별 저격 이후에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이 곧이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 역시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당신에게 라리가가 어떤 단체고 인종차별에 대항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려고 했으나 당신이 약속된 날짜에 두 차례나 나타나지 않았다. 리그를 비판하고 모욕하기 전에 알 건 알아야 한다”라고 오히려 역으로 비니시우스를 비판했다. 필자는 이 트윗을 보면서 정말 회장이 한 말이 맞나 싶어 눈을 비비고 봤다.

회장은 SNS 말미에 ‘알 건 알아야 한다’라고 마무리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알아야 하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 단순하게 회장의 말을 놓고 따져본다면 비니시우스가 라리가 측에 인종차별 문제를 언급하는 행위 자체가 무례하다는 뜻이었을까? 나는 오히려 회장의 말 때문에 아직도 인종차별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테바스 회장의 대처는 상당히 감정적이었다. 선수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물론 당황할 수는 있지만 성급하게 ‘SNS’로 문제 제기한 선수를 비난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는 마치 학교 내에서 폭력을 당해 신고한 학생에게 도리어 그 학생의 행실을 개인 SNS로 저격하는 선생님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선생님을 보며 과연 학생이 학교 내에서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이런 면에서 볼 때 테바스 회장은 SNS를 통해 본인도 끔찍한 인종차별주의자이자 권위주의자라는 사실을 반증한 것에 불과하다. 진심으로 라리가의 권위를 지키고 싶었다면 경기장 안팎에서 어떤 누구도 피부색이나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말아야 하며, 누구든지 인종차별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볼 때 테바스 회장의 대처는 완벽하게 틀렸다.

# 문제적 경영인이 빚어낸 라리가 침체기

테바스 회장은 비니시우스 저격 사건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적 경영으로 많은 라리가 팬들에게 비판받고 있다. 특히 샐러리 캡이야말로 라리가를 침체기에 빠뜨린 원흉이다. ‘샐러리 캡’은 프로 스포츠 팀들의 지출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 문어발식 선수 영입 방지, 구단의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즉, 팀 연봉 총액 상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폐해 역시 만만치 않다. 선수에게 불리한 제약, 뒷돈 거래 문제도 생기지만, 무엇보다 다른 리그와의 경쟁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지출에 제한적이니 돈을 많이 쓰는 리그로 좋은 선수가 몰리고, 팬들이 그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샐러리 캡은 궁극적으로는 라리가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처사이다!

또한 테바스 회장은 코로나19로 재정적 위기에 빠진 다수의 라리가 팀에게 영국의 사모펀드 기업인 CVC와의 계약을 반강제적으로 체결하게 만들어, 그 사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라리가 팀들의 재정 문제, 경기장 내외의 문제에는 귀를 닫고 있다.

진정으로 라리가를 위한다면 테바스 회장은 다른 리그와 동등하게 경쟁할 방법을 모색하고, 재정 문제, 경기장 내외의 사건 등 쌓여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그는 라리가 회장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글='IF 기자단‘ 1기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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