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993 프리미어리그
생존자: 올드햄 어슬레틱, 셰필드 유나이티드
탈락자: 크리스탈 팰리스

시즌 종료 1주일 남겨놓은 토요일. 입스위치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둔 팰리스는 올드햄과의 승점차를 8점으로 벌렸다. 불행히 올드햄은 마지막 경기에서 아스톤 빌라를 만나야 했다. 당시 빌라는 프리미어리그 우승권에 근접할 정도로 전력이 막강했다. 모두들 올드햄과 세필드 중 한 팀이 강등될 것으로 전망했다. 빌라와의 경기를 앞둔 올드햄은 잔류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반면 셰필드는 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팰리스를 승점 5점차로 뒤쫓고 있었다.
그러나 이변이 발생했다. 빌라가 전반 29분 올드햄의 닉 헨리에게 골을 내주고 패해 리그 타이틀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헌납했다. 동시에 셰필드도 에버튼 원정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상황이 꽤 복잡해졌다.
올드햄은 셰필드에게 골득실이 뒤져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기 위해서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승리한 뒤 팰리스가 남은 두 경기에서 2패나 1무 1패를 기록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즉, 올드햄은 우선 6점을 따낸 뒤 팰리스가 1점 이하의 승점만 추가해야 잔류할 수 있었다.
팰리스는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가까스로 무승부를 일궈냈다. 올드햄은 무려 71년 동안 이기지 못했던 리버풀을 상대로 3-2 승리를 건져 올렸다.
이제 다급해진 쪽은 팰리스였다.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과거 팰리스의 영웅이었던 이안 라이트가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와 전반 9분 팰리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반면 올드햄은 같은 시간 벌어진 홈 경기에서 닉 포인튼이 찬 코너킥이 사우스햄튼의 골대로 빨려 들어가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 후 사우스햄튼의 메튜 르 티시에가 동점골을 넣었지만, 군나르 할이 아인 올네이와 엔디 리치의 골을 어시스트 한 뒤, 자신도 리치의 스루패스를 받아 후반 18분 사우스햄튼의 골망을 흔들었다. 4-1 승리! 훗날 할은 “아마 내 축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골이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강등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아스날이 팰리스를 3-0으로 박살냈지만, 사우스햄튼의 메튜 리 티시에가 경기시간 5분을 남기고 2골을 퍼부어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올드햄을 추격했다. 이제 남은 건 4분의 추가 시간. 당시 올드햄 감독 조 로일은 “가장 걱정스러웠던 건 마지막에 경기를 망쳐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죠. 축구라는 게 선수들이 엉망으로 공을 차서 감독 모가지를 날릴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라고 회상한다.
하지만 올드햄은 결국 그 지옥 같은 4분을 버텨냈고 3승으로 얻은 승점에 골득실 차를 얹어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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