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김아인]
앤서니 테일러가 프리미어리그(PL) 심판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호소했다.
영국 'BBC'는 10일(한국시간) 테일러와 가진 인터뷰를 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랜 시간 심판으로 활동했던 그는 평소 심판으로서 받는 압박감과 정신적 고통, 비판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축구를 오래 본 팬들이라면 테일러 심판의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잉글랜드 출신인 그는 올해로 15년째 프리미어리그에서 심판으로 활동했다.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국제 심판으로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UEFA 슈퍼컵, UEFA 네이션스리그(UNL), UEFA 챔피언스리그(UCL),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대회 결승전도 맡곤 했다.
하지만 그의 유명세는 악명 높은 심판이라는 오명으로 시작됐다. 테일러 심판은 평소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을 자주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리미어리그(PL)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고 축구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표적인 심판 중 한 명이다.

지난 2023-24시즌엔 황희찬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봤다. 울버햄튼과 뉴캐슬 유나이티드 경기 전반 추가시간 도중 반칙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황희찬에게 파울을 선언해 페널티킥을 결정했다. 다행히 황희찬이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무승부로 끝났지만, 결국 오심이 인정되면서 테일러 심판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1경기를 맡는 징계를 받았다.
한국과도 악연을 갖고 있다.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빼놓을 수 없다. 가나전 당시 후반 추가시간 동안 우리나라가 코너킥 기회를 얻었는데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한국의 공격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경기를 끊어버린 탓에 손흥민과 이강인 등 한국 선수들이 항의했고, 대표팀 감독이었던 파울루 벤투가 거칠게 항의하자 테일러 심판은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자신의 판정 탓에 끔찍한 고통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지난 2023년 AS로마와 세비야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만났다. 테일러는 연장전을 포함해 총 25분의 추가 시간을 부여하며 13장의 옐로카드를 꺼냈다. 이전까지 유럽대항전 결승전 승률 100%를 자랑하던 조세 무리뉴 감독이 분노하면서 그에게 항의했다가 UEFA로부터 4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가족들과 공항에 가던 길에 AS로마 팬들에게 폭행에 가까운 폭언과 위협을 받았던 테일러는 “그건 내가 겪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가족이 함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컸다. 사람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 경기에는 심각한 오심이 없었는데도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런 태도는 큰 실망과 분노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이후 가족들은 더 이상 내 경기를 보러 오지 않는다. 그들이 겪은 공포가 너무 컸다”고 덧붙였다.
심판들이 평소에 받는 과도한 비난과 SNS 폭력에 대해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도 토로했다. 테일러 심판은 “축구의 결과는 단 한 명의 판정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수의 실수, 감독의 전술, 수많은 변수들이 누적돼 결과가 만들어진다. 비판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비판은 균형이 없다. 좋은 판정, 훌륭한 경기 운영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2019년 도입된 비디오 판독(VAR) 제도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VAR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하루는 ‘너무 세세하게 개입한다’고 불평하고, 다음 날은 ‘왜 VAR이 개입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한다.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심판의 판단력이 떨어진다. 심판이 발전하려면 실수를 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제 곧 47살이다. 훨씬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뛰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심판은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직업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리그 한가운데 서 있다. 비판은 따르지만,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자부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자신의 직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