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이동우]
어쩌면 스티븐 제라드의 감독 커리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 찾아올 지도 모른다.
선수 시절 리버풀과 함께 오랜 역사를 함께 한 ‘레전드’ 제라드. 국내에선 동시대에 전성기를 같이 보냈던 잉글랜드 미드필더 폴 스콜스, 프랭크 램파드와 함께 일명 '스램제'라고 불렸다. 빛났던 순간들을 뒤로한 채 2016년, 현역 은퇴를 선언한 제라드는 1년 뒤 리버풀 유스팀 감독으로 부임하며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엔 '스코틀랜드 명문' 레인저스의 지휘봉을 잡은 뒤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부임 이후 첫 두 시즌은 '라이벌' 셀틱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2020-21시즌 마침내 셀틱을 꺾고, 리그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특히 32승 6무 승점 102점을 기록,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무패우승'을 달성했기에 더욱 뜻깊은 우승이었다.
하지만 제라드 감독의 커리어는 꺾이기 시작했다. 2021-22시즌 도중 아스톤 빌라의 감독으로 부임해 프리미어리그(PL)에 도전장을 내민 제라드 감독.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첫 시즌, 다소 아쉬운 11위로 마무리했지만 다음 시즌엔 개막 이후 4경기 무승(1무 3패)에 허덕이며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결국 리그 12라운드에서 풀럼에 0-3으로 완패한 뒤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에티파크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아시아 무대에 진출한 제라드 감독. 그는 옛 리버풀 선수들인 조던 헨더슨과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등을 영입해 호기롭게 아시아 무대 제패를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하락세는 계속됐다. 첫 시즌 6위를 기록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이번 시즌엔 리그 17경기 5승 4무 8패(승점 19)을 기록하며 12위까지 추락했다. 결국 시즌 도중 구단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이렇게 제라드의 감독 커리어가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 기회가 찾아왔다. 예전에 몸 담았던 레인저스의 경질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레인저스는 필리프 클레망 감독과 작별을 고했다. 원인은 성적 부진으로 추측된다. 현재 레인저스는 리그에선 선두 셀틱에 승점 13점 뒤쳐진 상황이기에 사실상 우승은 물건너 간 상태고, 자국 컵 대회에선 2부 리그 퀸스 파크에게 0-1로 패하며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현재 클레망 감독의 뒤를 이어 배리 퍼거슨이 임시 감독으로 부임했다.
클레망 감독의 뒤를 이을 후보로 제라드 감독이 급부상했다. 영국 ‘미러’는 24일 “제라드는 클레망 감독이 경질된 직후 베팅 업체들이 선정한 후임 감독 1순위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또한 레인저스 출신 앨리 맥코이스트는 “제라드가 레인저스로 돌아온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그는 여전히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의 다음 행보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제라드는 최근 연이어 감독직을 고사한 상태다. 이어서 매체는 “알 에티파크에서 물러난 제라드는 무직인 상태다. 그는 최근 블랙번 로버스와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리그 투(4부) 최하위의 칼라일 유나이티드 등 여러 구단과 연결됐지만 아무런 협상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