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한유철]
에버턴은 1951년 이후 강등된 적이 없는 전통의 강호다. 그런 에버턴이 무려 71년 만에 강등을 눈앞에 두고 있고,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에버턴은 25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일명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리버풀에 0-2 완패했다. 승점 획득에 실패한 에버턴은 승점 29점에 그쳤고, 직전 경기에서 승리한 번리에 밀려 리그 18위로 추락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강등된 적이 없던 에버턴은 불명예스러운 경험을 목전에 두고 있다.
# ‘못 넣고 못 막고’ 강등권 전술 지표

에버턴의 이번 시즌 평균 점유율은 40%이다. 이는 20개의 팀 중 17위에 해당한다. 낮은 점유율은 그만큼 경기 내내 상대에게 끌려 다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전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도 이번 시즌 가장 낮은 수치인 17.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공을 잡을 시간조차 적었던 에버턴은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무너졌다.
공격과 수비 지표도 최하위다. 에버턴의 경기 당 평균 태클 시도수는 29.6회이고, 클리어 횟수는 20.1회에 육박한다. 반면, 유효슈팅 대비 득점 전환율은 30%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수비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으며, 공격 기회를 효율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직전 시즌까지 에버턴의 공격과 수비를 이끌었던 히샬리송과 마이클 킨의 부진이 체감되는 부분이다.
에버턴은 이번 시즌 34득점 55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 부문에서 모두 강등권에 위치한 지표이다. 득실차 -21은 전체 17위에 해당한다. 에버턴의 빈곤한 공격력과 불안한 수비력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척도이다.
# 리그 원정 14경기 무승, 최악의 원정 성적

원정 성적도 좋지 않다. 에버턴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총 16번의 원정 경기를 치렀고, 1승 3무 12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승점으로 환산하면 6점에 불과하다. 왓포드, 노리치보다 좋지 않은 성적이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원정 순위에서 압도적으로 꼴찌이다. 12위인 홈 순위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하다.
최근 원정 7경기 연속 패배이다. 올해 들어선 무승부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이긴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선 지난해 8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에버턴은 1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위닝 멘탈리티는 사라진지 오래다.
원정 경기에서의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에버턴은 남은 6경기 중에서 3번의 원정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상대는 왓포드, 레스터, 아스널이다. 아스널을 제외하곤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담할 순 없다. 에버턴은 홈에서조차 이들에게 이기지 못했다. 왓포드를 상대론 5골이나 허용했다.
# 램파드 감독의 확실한 '플랜A 부재'

확실한 플랜A가 없다는 점도 부진의 이유이다. 에버턴은 프랭크 램파드 부임 이후, 15경기에서 승점 16점을 획득하고 있다. 램파드 부임 전, 17경기에서 승점 13점을 획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나름의 성과이다.
그럼에도 램파드의 지도력에 의문이 붙는 이유는 확실한 플랜A가 없기 때문이다. 램파드는 부임 이후 15경기 동안 무려 5개의 전술을 사용했다. 포백과 쓰리백 등 구성도 다양하다. 실험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경기에서 승리한 전술을 진득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었지만, 램파드는 다음 경기에서 곧바로 전술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결국 주축 전술이 없으니 뚜렷한 강점이 없었고, 선수들 간 호흡은 제대로 맞지 않았다. 전술 별로 다른 지시를 받은 선수들에게도 치명적이게 작용했다. 선수들은 일관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고, 전술적인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에디 하우 감독은 4-3-3을 주축 전술로 삼아 뉴캐슬을 강등권에서 구해냈다. 램파드도 이를 참고해 확실한 전술A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