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 그냥 묻히기에 아까운 기사만 모았다. 포포투 한국판이 재발간 될 때까지 영국 최고의 풋볼매거진 '포포투'의 독점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전달한다. '별'들의 단독 인터뷰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442.exclusive'를 통해 함께 한다. 기대하시라. [편집자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에릭 칸토나가 베스트11을 선정했다. 넘치는 악동 기질로 경기장 안팎에서 각종 소란을 피워 엇갈린 평가를 받는 칸토나는 의외로 근본 넘치는 클래식을 강조했다.
-골키퍼: 레네 이기타
"이기타는 괴짜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훌륭한 골키퍼이기도 했다. 나는 그의 에너지와 열기, 위험을 감수하고도 몸을 던지는 과감함을 사랑했다. 물론 실수가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프로 정신 하나는 매우 투철했다. 특히 잉글랜드를 상대로 나왔던 스콜피온 킥을 떠올려 봐라. 당시 이기타는 제이미 레드냅의 슛을 뒷발로 막아냈고 골키퍼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런 선방이다. 나는 우리 팀에 엔터테이너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이트백: 주니오르
"주니오르는 강한 사나이였다. 그는 1982 스페인 월드컵부터 브라질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했다. 당시의 브라질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팀 중 가장 위대한 팀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특히 주니오르는 탄탄한 수비력에 공격력까지 탑재했다. 나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좋다. 그는 축구를 항상 즐기는 듯했다."
-센터백: 프란츠 베켄바우어
"베켄바우어는 진정한 리더이자 지배자였다. 그는 늘 우아하고 능수능란하게 공을 빼냈다. 여담으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적도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내가 8살이었던 1974년. 나는 네덜란드를 응원하면서 서독과 네덜란드의 월드컵 결승전을 보고 있었다. 결국, 네덜란드가 서독에 패배했을 때 펑펑 울고 말았다. 당시에는 매우 속상했지만, 이제는 '카이저'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십분 이해한다.
-레프트백: 지아친토 파케티
"이탈리아 수비수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하는데 파케티보다 나은 선수는 없다. 그의 플레이를 라이브로 보기엔 너무 어렸지만, 1960년대 후반의 활약을 담은 하이라이트를 보자마자 그에게 푹 빠졌다. 파케티는 기품 있고 성실하며 노련했다. 심지어 풀백 포지션이었음에도 많은 득점을 터뜨렸다."
-중앙 미드필더: 로이 킨
"이유가 필요한가? 킨은 최고의 미드필더였으며 중원 어느 위치에서도 뛸 수 있었다. 훌륭한 수비력을 갖춘 탓에 주로 홀딩 미드필더를 맡았지만, 공격에 가담해 득점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4시즌 동안 킨이 내 뒤에 있어 든든했다. 그때는 그가 공을 뺏어내서 내게 패스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다 떠나서 킨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우리 팀에 영감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리더감이다."
-우측 미드필더: 카를로스 발데라마
"발데라마와 나는 몽펠리에에서 함께 뛰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금사자' 헤어 스타일만 기억하지만, 선수로서도 훌륭했다. 그는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사람이었지만 분명 강한 면모도 있었다. 또한, 피지컬적으로 압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지 공을 잡을 수 있었다. 발데라마는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매우 관대한 선수였다."

-좌측 미드필더: 디에고 마라도나
"역대 최고의 선수는 펠레라는 평가가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에게 최고는 항상 마라도나다.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결승까지 올랐으나 서독에 아슬아슬하게 패배했다. 그리고 1994 미국 월드컵에서 그가 출전 정지 징계만 받지 않았더라면 아르헨티나가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지도 모른다.
마라도나와 펠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마라도나는 초호화 선수단 없이 직접 팀을 이끌어야 했다는 것이다. 만약 아르헨티나에 마라도나가 없었다면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브라질은 펠레 없이도 우승했을 것이다."
-우측 윙어: 가린샤
"워낙 오래된 선수라 안타깝게도 가린샤의 활약상이 담긴 하이라이트를 몇 개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내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다. 가린샤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만으로도 나는 그에게 끌렸다. 지금은 많이 잊혔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오늘날 그가 다시 뛴다면 분명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그는 아주 기상천외한 테크닉을 지닌 선수였다."
-좌측 윙어: 요한 크루이프
"나는 1970년대 네덜란드를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크루이프는 단연 최고였다. 그런 크루이프는 내 어릴 적 영웅이었다. 내 침실 벽에 그의 포스터를 붙여 놓기도 했다. 그는 위대한 창시자로 축구 혁명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아약스는 크루이프를 필두로 축구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는 어떤 포지션에서든 최고가 될 수 있다."
-스트라이커: 마리오 켐페스
"켐페스는 주로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에 기여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일원으로 기억되지만, 발렌시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는 득점력이 매우 뛰어났으며 특히 중요한 것은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우아했다는 점이다. 켐페스는 키가 크고, 공중볼 장악에 매우 능했으며 골문 앞에서는 빠르고 간결했다."
-스트라이커: 조지 베스트
"베스트는 자유분방하고 카리스마가 있었다. 우리 팀에 베스트가 있다면 팀 버스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인생을 즐겼지만, 축구에 있어서는 항상 진중했다.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바치기도 했다. 물론 올드 트래포드를 일찍 떠나긴 했지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선수 생활을 시작해 좋은 기억을 숱하게 남겼다."
-감독: 에릭 칸토나
"처음에는 크루이프의 전술적 색채가 마음에 들어 그를 선수 겸 감독으로 선정하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항상 선수들을 발전시키고 싶어 했다. 특히 나는 1994-95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크루이프가 이끄는 바르셀로나가 맨유를 4-0으로 박살 내는 것을 지켜봤다. 그때 그의 위력을 몸소 깨달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팀을 꾸렸으니 내가 감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 팀은 내가 책임지고 싶다."
번역=유다현 에디터
사진=게티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