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 그냥 묻히기에 아까운 기사만 모았다. 포포투 한국판이 재발간 될 때까지 영국 최고의 풋볼매거진 '포포투'의 독점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전달한다. '별'들의 단독 인터뷰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442.exclusive'를 통해 함께 한다. 기대하시라. [편집자주]

오래 기다렸다. 밤잠을 설치게 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이 돌아왔다. 이번 시즌엔 또 얼마나 재미있을 작정인 걸까. 16강 대진 추첨만 두 번을 진행했으니 두 배의 재미는 이미 보장된 셈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할 수 있는 건 단 두 팀. 빅이어를 향한 16팀의 새로운 여정에는 흥미롭고 다양한 스토리가 숨어 있다. 이제 시작 휘슬이 불리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 살펴보자.

1. 잘츠부르크 vs 바이에른 뮌헨

1차전 2월 1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레드불 아레나

상대 전적 바이에른 뮌헨 우세, 2전 1승 1무

# '우승 후보 1순위' 나겔스만, 이제 시작이다

자비는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바르셀로나를 3-0으로 대파했다. 최근 4번의 맞대결에서 4패 17실점이라는 엄청난 굴욕을 안기기도 했다. 뮌헨은 이날 승리로 조별리그 6전 전승에 22득점 3실점이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우승 후보 1순위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별리그에서 보인 무자비한 모습을 고려할 때 허무맹랑한 방송용 멘트는아니었다.

2019-20시즌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 DFB 포칼, UCL을 모두 석권하며 트레블이라는 대업을 세웠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며 무려 리그 9연패를 달성했다. 그렇지만 나겔스만 감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과거 나겔스만 감독은 호펜하임과 라이프치히를 이끌며 일찍이 '전술 변태'로 이름을 날렸다. 주 전술인 3백 기반의 3-4-3 포메이션으로 큰 재미를 본 그는 얼마 안 가 뮌헨 보드진의 눈에 들었다. 당시 뮌헨은 6관왕 신화를 쓴 한지 플릭 감독의 후임을 찾기 위해 분주했다. 확실한 전술 색채를 갖고 있고 장기적으로 팀을 이끌 수 있는 나겔스만 감독은 뮌헨에 안성맞춤이었다.

결국, 이번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는 조직력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전술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활동량과 스프린트, 공수 전환만 보완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뮌헨의 칼 하인츠 루메니게 전 회장은 "나겔스만 감독의 축구에는 그만의 시그니처가 있다"며 "아주 아주 훌륭한 축구"라고 극찬을 남겼다.

전반기 뮌헨의 엄청난 행보에 빅이어를 노리는 라이벌들이 바짝 긴장하는 건 당연지사. 실제로 뮌헨은 나겔스만 감독 체제에서 리그 전반전에만 평균 2.53득점을 몰아쳤다. 경기당 평균이 아니라 무려 전반전 평균이다. 클럽 레코드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이 가운데 토마스 뮐러는 전반기에만 13도움를 기록하며 또 다른 분데스리가 기록을 경신했다. '득점 기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전반기 모든 대회를 통틀어 30골을 터뜨렸다. 여기에는 UCL 조별리그 6경기에서 넣은 9골도 포함돼 있다. 역시 믿고 보는 '뮐란도프스키' 듀오다운 페이스다.

뮌헨은 승점 52점으로 1위를 공고히 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리그 우승은 기정사실인 상황. 뮌헨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UCL 우승으로 향했다. 34세의 젊은 감독에게는 가혹하지만, 이제 그가 심판받을 곳은 독일이 아닌 유럽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는 이미 두 시즌 전 '언더독' 라이프치히를 4강에 올려놓으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라이프치히는 파리 생제르맹(PSG)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못하고 0-3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겔스만 감독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뮌헨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 뮌헨은 16강 상대인 잘츠부르크는 물론 맨체스터 시티,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등의 우승 후보들과 맞설 준비를 마쳤다.

나겔스만 감독과 뮌헨은 결국 이겨 낼 것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 믿고 쓰는 잘츠산, '마네-우파메카노-홀란드' 다음은 누구?

이번 시즌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클럽 최초로 16강 무대를 밟았다. 한 마디로 베일에 싸인 언더독인 셈이다. 게다가 어리기까지 하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23세로 16강 진출팀 중 가장 어리다. 평균 연령 29세의 최고령 팀인 인터밀란과는 연령대가 6세 이상 차이가 난다. 심지어 사령탑인 마티아스 야이슬레 감독마저 33세에 불과하다.

그러나 잘츠부르크의 경쟁력은 바로 그 잠재성에 있다. 실제로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드는 잘츠부르크 시절 2019-20시즌 UCL 조별리그 5경기에서 8골을 퍼부으며 유럽 무대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사디오 마네, 나비 케이타, 도미니크 소보슬라이, 다욧 우파메카노도 잘츠부르크에서 맹활약한 바 있다. 팻슨 다카, 에녹 음웨푸는 지난해 여름 총액 5,300만 유로(약 720억 원)에 각각 레스터 시티, 브라이튼으로 이적해 잉글랜드로 무대를 옮겼다.

현재는 카림 아데예미가 빅클럽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20세가 된 아데예미는 빠른 스피드와 공간 침투에 두각을 드러냈다. 어린 시절부터 독일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으며 이미 A대표팀에도 세 차례나 출전한 원더키드다. 믿고 쓰는 잘츠산의 다음 샛별은 과연 누가 될까?

2. 인터밀란 vs 리버풀

1차전 2월 1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산 시로

상대 전적 리버풀 우세, 4전 3승 1패

# 2007년 '복수혈전' 꿈꾸는 리버풀, 인자기 나와!

'형' 인자기는 이미 한 차례 리버풀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주인공은 바로 AC밀란의 레전드 필리포 인자기. 그는 지난 2007년 UCL 결승에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렸다. 2년 전 이스탄불에서 치욕을 겪었던 AC밀란은 리버풀을 2-1로 꺾고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동생' 인자기를 상대하는 리버풀이다. 현재 필리포 인자기가 이탈리아 세리에B의 브레시아를 지휘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친동생인 시모네 인자기는 세리에A 디펜딩 챔피언 인터밀란을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난 인터밀란을 이끄는 것은 어마어마한 중책이었다.

우려와 달리 시모네 인자기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그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와 에딘 제코의 맹활약에 힘입어 12월 중순까지 전반기 리그 1위를 수성했다. 현재는 AC밀란에 승점 1점 차로 뒤져 2위로 밀려났지만, 인터밀란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다. 이제 남은 것은 리그 후반기와 유럽 대항전.

그중에서도 16강 리버풀전은 차세대 명장의 반열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초 리버풀은 AC밀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포르투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됐지만,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6전 전승을 기록하며 토너먼트에 올랐다. 이제 리버풀은 100%의 승률로 유럽 무대 제패를 노리고 있다. 현대에는 뮌헨만이 UCL 전승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겼다.

번역=유다현 에디터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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