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 그냥 묻히기에 아까운 기사만 모았다. 포포투 한국판이 재발간 될 때까지 영국 최고의 풋볼매거진 '포포투'의 독점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전달한다. ‘별’들의 단독 인터뷰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442.exclusive'를 통해 함께 한다. 기대하시라. [편집자주]
오래 기다렸다. 밤잠을 설치게 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이 돌아왔다. 이번 시즌엔 또 얼마나 재미있을 작정인 걸까. 16강 대진 추첨만 두 번을 진행했으니 두 배의 재미는 이미 보장된 셈이다.
가즈프롬 아레나에 입성할 수 있는 건 단 두 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한 16팀의 새로운 여정에는 흥미롭고 다양한 스토리가 숨어 있다. 이제 시작 휘슬이 불리기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서둘러 살펴보자.
1. 파리 생제르맹 vs 레알 마드리드
1차전 2월 16일 오전 5시(한국시간) 파르크 데 프랭스
상대 전적 레알 마드리드 우세, 6전 3승 2무 1패
# '레알 바라기' 음바페, 쇼케이스 준비됐지?

파리 생제르맹(PSG)은 아직도 음바페가 여름에 레알 마드리드로, 그것도 자유계약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음바페가 어린 시절 벽에 갈락티코 2기 포스터를 붙여 놓고 자랐고 심지어 화장실에도 레알 사진을 붙여 놓았으며 결정적으로 PSG의 재계약 제안을 거절하는 3연타를 날렸음에도 말이다.
음바페는 이미 레알에 푹 빠졌다. 조만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환상적인 자책골을 넣고 팔뚝에 새긴 '할라 마드리드(Hala Madrid)' 문신을 공개하는 세리머니를 하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할 정도다. 그게 아니라면 지네딘 지단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와 세리머니를 펼칠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음바페는 초긴장 상태일 게 분명하다. 머지않아 자신의 새 보금자리가 될 베르나베우에 발을 내딛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떨리기 마련이다.
원조 갈락티코와 뉴 갈락티코의 맞대결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선수는 비단 음바페뿐만이 아니다. 앙헬 디 마리아와 세르히오 라모스 모두 전 소속팀을 상대해야 한다. 특히 라모스는 16년 동안 몸담았던 친정팀에 자신의 공백을 상기시키고자 할 것이다.
게다가 PSG에는 무려 리오넬 메시가 있다. 올 시즌 프랑스 리그앙에서는 부진했지만, UCL에서는 귀신같이 살아났다. 실제로 2골에 그친 리그 득점기록보다 5골의 UCL 득점기록이 훨씬 인상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기대해도 좋다. 메시는 야유가 쏟아지는 베르나베우에서 전쟁을 방불케 했던 엘 클라시코의 열기를 떠올릴 예정이다. 혹시 아는가? 향수에 젖은 메시가 해트트릭을 기록할지.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 레알이 아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소문난 잔치를 계획하는 동안,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그 잔치를 망칠 궁리를 하고 있다. 현재 절정의 폼을 자랑하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34세의 나이가 무색한 카림 벤제마가 출격을 대기 중이다.
2. 스포르팅 vs 맨체스터 시티
1차전 2월 16일 오전 5시(한국시간) 이스타디우 조세 알발라드
상대 전적 동률, 2전 1승 1패
# 안 하던 거 할 거면 제발 지금!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해 첼시와의 UCL 결승에서 무리수를 던졌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일카이 귄도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 결국, 맨시티는 첼시에 0-1로 패배하며 오랜 숙원이었던 UCL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자타공인 '전술 혁명가'는 다시 한번 증명해야 한다. 만약 존 스톤스에게 펄스 나인 즉, 가짜 9번 역할을 맡겨 보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파격적인 전술 실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게다가 이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 2016년 맨시티 부임 이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여러 번 경험했으나 UCL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3년까지로 UCL 우승이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남아있다. 다행히 이번 시즌 잭 그릴리쉬의 적응 기간이 끝났고 케빈 더 브라위너와 필 포든이 눈부신 기량을 보인 데다가 베르나르두 실바와 주앙 칸셀루가 꾸준히 출전하며 선전하고 있다.
다만 득점을 책임질 확실한 공격수가 없다. 실제로 맨시티는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떠난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아직도 마땅한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이다. 제로톱 등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며 버티고는 있지만, 스트라이커의 부재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맨시티에 좋은 먹잇감이 나타났다. 스포르팅을 눈앞에 둔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전술 실험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콜 팔머를 오른쪽 스토퍼로 기용한다든가 에데르송을 페널티킥(PK) 키커로 지목한다든가 카일 워커를 발 빠른 골키퍼로 기용한다든가. 아니면 인버티드 미드필더 같은 아예 새로운 포지션을 발명한다든가... 예측 불허한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 '넥스트 무리뉴'의 등장, 그래서 누군데?
지난 시즌 19년 만의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우승을 차지한 스포르팅은 그전까지 오랜 암흑기를 겪었다. 특히 브루노 드카르발류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파산 직전의 팀을 구제한 뒤 5년간 끊임없는 불화를 양산했다. 결국, 2018년 선수단이 단체로 계약 해지를 요청하며 공중분해의 위기까지 맞았다.
당시 이 불통의 브루노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군 선수들을 "망할 놈들"이라고 표현하며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주기적으로 비난했다. 심지어 복면을 쓴 괴한들을 사주해 훈련장에 있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를 폭행하는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이때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후이 파트리시우를 비롯한 9명의 주축 선수들이 계약을 해지하고 팀을 떠났다. 이후 브루노 회장은 테러, 납치, 폭행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때는 바야흐로 2020년. 마침내 위기를 잠재울 구세주가 등장했다. 37세의 젊은 감독인 후벵 아모링의 부임과 함께 스포르팅의 혼란스러운 시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전성기가 다시 찾아왔다. 아모링 감독은 브라가를 떠나 스포르팅에 합류할 당시 1,000만 유로(약 135억 원)의 비용을 발생시키며 프리메이라리가 역대 세 번째로 비싼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선수 시절 포르투갈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그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단 1패밖에 기록하지 않으며 맨유 감독직과도 연결됐다.
대담하고 지능적이며, 집중적인 수비 전술 이른바 짠물 수비에 강점이 있는 아모링 감독이 과연 차기 '스페셜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번역=유다현 에디터
사진=포포투 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