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Mark White]
아스널이 결국 겨울 이적시장에서 '0입'에 그쳤다. 온 사방이 영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아스널은 이적시장 마감일까지 침묵을 지켰다. 분명 보강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영입설만 무성할 뿐이었다.
당초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스트라이커 보강에 나섰지만 유력했던 영입 후보를 모두 놓쳤다. 그럼에도 아스널은 마감 직전까지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의 방출에만 몰두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이적시장이 종료되자 아스널 팬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아스널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빅6 중 선수층이 가장 얇다. 장전해 놓은 이적 자금으로 다가오는 여름 '빅딜'을 준비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은 스트라이커 2명으로 이번 시즌 후반기를 버텨야 한다. 아스널은 가뜩이나 얇은 스쿼드에 방출 작업만 이어가며 충격적인 1월을 보낸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최악의 결과는 아니다. 지금쯤 근심이 가득할 아스널 팬들을 위해 포포투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아스널의 '0입'이 오히려 좋은 5가지 이유를 빠르게 짚어 봤다.
1. 잉여 자원 처분
올겨울 아스널은 대대적인 방출 작업에 나섰다. 전력 외 자원을 매각하거나 임대를 보내 주급 지출이라도 줄이려는 심산이었다.
주장직 박탈과 최악의 공격력으로 설 자리를 잃은 오바메양은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이적료수익은 챙기지 못했지만 남은 기간 주급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둘 것으로 보인다. 아르테타 감독 체제에서 완전히 입지를 잃은 레프트백 시야드 콜라시냐츠는 계약을 해지하고 마르세유로 향했다.
아스널의 방출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4, 5순위로 밀려난 두 센터백 파블로 마리와 칼럼 체임버스를 내보낸 데 이어 어린 스트라이커인 트리스 존 줄스와 플로리안 발로군, 에인슬리 메이틀랜드 나일스까지 모두 임대를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중 그 누구도 이번 시즌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심지어 대부분은 시즌 초반 3연패의 원흉이 되기도 했다. 이들이 출전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은 동일 포지션에서 뛰는 주전 선수의 부상뿐이었다.
2. 잔여 시즌 17경기
아스널은 이미 올 시즌 리그 21경기를 치렀다.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준결승에서는 리버풀을 만나 탈락했고,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에서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 노팅엄 포레스트에 덜미를 잡혔다. 이는 이번 시즌 잔여 경기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4월 1일 만우절까지 예정된 일정은 단 5경기. 빡빡한 일정은 더 이상 핑계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시즌 종료까지 일주일에 한 경기만 치르는 상황에서 나일스, 체임버스 같은 선수를 벤치에만 앉혀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올겨울 처분된 잉여 자원들은 잔여 시즌 동안 벤치만 달궜을 것이다.
3. 장기적인 미래
축소된 규모의 선수단은 선수 간 화합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에도 훨씬 유리하다. 특히 아스널은 이번 겨울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를 대거 방출했다. 이들 중 일부는 경기장 밖에서 프로다운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젊은 선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것이다. 이제 아스널의 새로운 주장은 젊은 선수단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고액 연봉자를 정리하고도 단단한 코어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스널이 비교적 수월하게 올여름 빅 사이닝을 준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4. 전무한 '패닉 바이'
아스널은 유구한 패닉 바이의 역사를 지녔다. 특히 지난 2017년 이적시장 마감일에 토마스 르마에게 무려 9,200만 파운드(약 1,500억 원)를 제안했으나 선수 본인에게 퇴짜를 맞은 이력이 있다.
2014년 1월 급하게 데려온 킴 셸스트룀은 합류하자마자 부상을 당하며 아직도 대표적인 임대 실패작으로 회자된다. 2018년 1월에는 알렉시스 산체스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나보낼 위기에 처하자 급기야 헨리크 미키타리안과 스왑딜을 진행했다.
만약 지난 1월에도 섣부르게 영입을 추진했다면 자칫 다음 여름 이적시장까지 그르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예를 들어 아스널이 유벤투스와 아르투르 멜루의 18개월 임대 이적에 합의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게 된다면 아스널은 그다지 간절하게 원하지 않았던 선수와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야 했다. 더 나아가 다가오는 여름에 정상급 미드필더를 영입하는 데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미키타리안과 아론 램지가 그렇다. 과거 아스널이 미키타리안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프랜차이즈 스타 램지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잘못된 영입을 하는 것보다 아예 영입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보면 말이다.
5. 진정한 시험대
벌써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아르테타 감독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이적시장 '0입'은 아르테타 감독과 에두 가스파르 기술이사가 합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 파격적인 도박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이들이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다. 특히 아르테타 감독은 더 이상 자신이 물려받은 선수단이 충분치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영입이 없었다는 불평은 더더욱 할 수 없다. 스트라이커를 영입할 이적 자금은 분명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아르테타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이제 아르테타 감독과 반대파의 진검승부만 남았다. 이미 반대파들은 축소된 스쿼드로 시즌 후반기에 돌입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게 뻔하다며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만약 아스널이 4위권에 진입한다면 그들의 말이 틀린 셈이다. 하지만 아스널이 4위 안에 들지 못한다면 결국 그들의 말이 맞은 셈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남은 선택지는 두 개다. 과감하고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거나 아르테타 감독이 팀을 떠나거나.
보드진과 감독의 생사를 가르는 건 결국 성적이다. 이번 겨울 아르테타 감독과 에두 기술이사는 대담한 승부수를 띄웠다.
번역=유다현 에디터
사진=게티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