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김아인(대전)]
손흥민은 2분 동안 쉬지 않고 동료에게 박수를 보냈다. 센추리 클럽 가입(A매치 100경기 달성)으로 기념식을 치른 '동갑내기 절친' 이재성을 위해서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볼리비아(FIFA 랭킹 76위)에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10월 파라과이전에 이어 A매치 2연승을 달성했고, 포트2 수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손흥민의 '한 방'으로 거머쥔 볼리비아전 승리였다. 한국은 전반 동안 볼리비아의 압박 속에 고전하며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후반 12분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선제골 후 분위기를 가져왔다. 후반 42분 조규성의 복귀골까지 터지며 2-0 승리를 챙길 수 있었고, 볼리비아를 이끄는 오스카르 비예가스 감독 역시 경기 후 “경기가 프리킥 하나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고 말하면서 손흥민의 결승골에 당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유는 바로 '절친' 이재성 때문이었다. 이날 볼리비아전은 이재성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2015년 3월 27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뛴 그는 지난 10월 브라질전 출전으로 A매치 통산 100경기를 달성하며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이를 기념하는 특별 굿즈가 현장에서 판매됐고, 이재성의 100경기 기념식이 볼리비아전 킥오프 전 열렸다.
손흥민은 경기 전부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100경기 축하를 받는다. 재성이가 평생 잊지 못할 하루 만들어 달다”고 축구 팬들에게 부탁했다. 이재성의 기념식을 지켜보던 손흥민은 진행자가 이재성의 이름을 호명한 순간부터 종료될 때까지 약 2분 가량의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손흥민은 득점 후 이재성과 포옹 후 이재성을 가리키며 그를 축하해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고, 이재성이 후반 15분 배준호와 교체돼 들어가는 순간엔 그가 라인 밖으로 나갈 때까지 한참 동안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손흥민은 공식 중계 인터뷰에서 “팀을 위해 골을 넣으면 어떤 골이라도 좋다. 친구 이재성이 축하를 받는 날에 골을 넣어 좋다. 찰 때 골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믹스드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이재성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선수다. 항상 건강하게, 동료로서 항상 나를 위해 희생해줘서 정말 너무 고맙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성이와 나는 16살 중등 연맹 때부터 항상 발을 맞추며 성장했다. 재성이가 고려대에서 전북으로 가고, 나는 어릴 때 유럽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항상 재성이의 커리어를 팔로우했다. 대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경기할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재성이랑 공을 주고 받았던 플레이가 머릿 속에 생생하다. 그 부분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 이 친구가 더 많은 찬사, 칭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절친을 끝까지 응원했다.
이재성 역시 특유의 헌신적인 면모로 이날 60분 동안 한국의 승리를 도왔다. 사전 기자회견에서 “개인의 영광보다 팀의 영광을 생각해야 할 거 같다. 늘 그랬던 것처럼 팀 위해 헌신하고 그런 모습으로 팬들에게 감동 주고 싶다”고 말했던 그는 2선에서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과 호흡을 맞췄고 전반 11분에는 손흥민의 크로스를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헤더로 밀어넣을 뻔하는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이재성은 골대에 머리를 부딪혀 크게 다칠 뻔했음에도 득점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으며 한국 축구 레전드다운 활약을 이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