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Mark White]

그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여러 번 일어났다. 이 가운데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명경기는 무엇일까?

UCL 무대는 선수들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곤 한다. 물론 리그 38경기를 통해서도 평가를 내릴 수는 있지만, 유럽 최고의 팀들과 힘을 겨뤄 보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에 곧 있을 UCL 16강을 442배 즐기기 위해 포포투가 나섰다. 여기 최고의 활약으로 '별들의 전쟁'을 수놓은 스타들을 모아 봤다.

10. 가레스 베일(토트넘 훗스퍼)

- 2010-11시즌 조별리그 A3차전, 인터밀란 4-3 토트넘 훗스퍼

이날 토트넘은 전반에만 무려 4골을 허용하며 이른 시간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베일은 홀로 빛났다. 인터밀란 수비를 휘젓고 다니던 베일은 후반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3-4까지 따라붙었다. 비록 승패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이 경기는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퍼포먼스로 회자되고 있다.

9.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 2018-19시즌 162차전, 유벤투스 3-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일반적으로 축구에서 2-0 리드는 가장 불안한 점수 차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리고 이는 아틀레티코가 호날두를 상대할 때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유벤투스는 1차전 0-2 패배를 안고 뛰어야 했다. 2점 차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벤투스를 위해 호날두가 해결사로 나섰다. 레알 시절부터 아틀레티코에 유독 강했던 그는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도 해트트릭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경기 이후 호날두가 빅게임 플레이어라는 사실에는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8. 두산 타디치(아약스)

- 2018-19시즌 162차전, 레알 마드리드 1-4 아약스

아약스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1차전에서 1-2로 패하며 패색이 짙었다. 심지어 옐로 트러블에 걸려 있던 라모스는 고의로 경고를 받아 카드를 세탁할 정도로 8강행을 확신했다. 그러나 타디치가 일생일대의 활약을 펼치며 레알은 4년 만에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과거 사우샘프턴에서 뛰었던 타디치는 루카 모드리치, 토니 크로스라는 두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를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 그는 전반 7분과 18분 각각 하킴 지예흐와 다비드 네레스의 골을 도운 데 이어 후반 17분 엄청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이날 타디치는 90분 동안 혼자 12도움을 기록하며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7.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

- 2002-03시즌 82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3 레알 마드리드

마커스 래쉬포드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생방송으로 처음 봤던 경기가 2002-03시즌 맨유와 레알의 82차전이었다"라며 "당시 호나우두가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지만, 형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호나우두였기 때문에 나도 자연스럽게 호나우두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랐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호나우두는 이 경기에서 맨유의 수비진을 여러 차례 초토화했다. 비록 팀은 패배를 면치 못했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33'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다.

6.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 2014-15시즌 41차전, 바르셀로나 3-0 바이에른 뮌헨

뮌헨 감독 시절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4강에서 스페인 라리가 팀을 3번 만나 3전 전패를 당했다. 자신이 직접 황금기를 이끌었던 라리가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모습이었다. 특히 라리가 팀과의 여섯 차례 맞대결 중 가장 처참한 패배를 선물한 선수는 다름 아닌 '애제자' 메시였다.

메시는 은사와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후반에만 2골을 뽑아내고 후반 추가시간 네이마르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며 뮌헨의 포백을 무력화했다. 메시의 드리블에 벗겨진 제롬 보아텡이 균형을 잃으면서 넘어지는 명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축구의 신' 메시의 이날 활약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5. 루카스 모우라(토트넘 훗스퍼)

- 2018-19시즌 42차전, 아약스 2-3 토트넘 훗스퍼

1차전에서 0-1로 패배한 토트넘은 이 경기 전반전에서도 2실점을 내주며 벼랑 끝까지 몰렸다. 그러나 기적을 쓰는 데는 단 45분이면 충분했다. 모우라는 후반 10, 후반 14,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차례로 3골을 퍼부으며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UCL 역사상 가장 환상적인 원맨쇼로 토트넘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토트넘은 숨 막히는 접전 끝에 합산 스코어 3-3으로 원정 다득점에 앞서 결승에 진출했다. 단언컨대 이 경기는 UCL 토너먼트 역사상 최고의 경기 중 하나다.

4.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 2009-10시즌 82차전, 바르셀로나 4-1 아스널

이날 메시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포트트릭'을 성공시켰다. 이후 2012162차전에서도 레버쿠젠을 상대로 무려 5골을 몰아쳤지만, 1차전 3-1로 일찌감치 승기가 기운 채 치른 경기였기 때문에 이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메시는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패스, 타고난 축구 지능으로 아스널을 완전히 제압했다. 이에 아스널 선수들은 메시가 공을 잡을 때마다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위를 점한 메시는 손쉽게 4골을 챙겼다. 그간 유럽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지만 이렇게 완벽한 90분 풀타임은 드물었다.

3. 로이 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1998-99시즌 42차전, 유벤투스 2-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야말로 주장의 품격이었다. 킨은 경고 누적으로 1999UCL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으나 불굴의 투지로 맨유를 결승 무대에 올려놓았다.

4강에서 유벤투스를 만난 킨은 에드가 다비즈, 안토니오 콘테, 디디에 데샹의 맹공을 홀로 막아냈다. 게다가 이른 시간 0-2로 끌려가던 전반 24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 슈팅으로 한 골을 만회하며 반전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킨의 맹활약에 힘입은 맨유는 2차전을 3-2로 뒤집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2.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

- 2012-13시즌 41차전, 도르트문트 4-1 레알 마드리드

해당 시즌 4강에서는 뮌헨과 바르셀로나, 도르트문트와 레알이 만났다. 이에 결승에서 엘 클라시코가 성사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날 도르트문트는 레알보다 훨씬 강렬하고 빠른 경기력을 보였다. 왕성한 활동량과 강한 압박에 패스 플레이, 빠른 역습까지 가미해 세련된 축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된 레반도프스키는 침착하고 정확하며 자비 없는 공격을 퍼부으며 레알을 괴롭혔다. 레반도프스키는 이 경기에서 혼자 4골을 몰아치며 결승 진출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1.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 2004-05시즌 결승, 리버풀 3-3 AC밀란

'캡틴' 제라드가 기적을 일으켰다.

제라드는 2005년 결승전에서 당대 최강이었던 AC밀란을 만났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리버풀을 승리로 이끈 것은 그들의 '심장'이 보인 끈질긴 집념과 엄청난 온 더 볼, 오프 더 볼 움직임이었다.

제라드는 AC밀란에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만회골을 터뜨린 데 이어 2-3까지 따라붙은 상황에서 PK를 얻어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리버풀은 혼자서 전세를 뒤집어낸 제라드의 맹활약을 앞세워 승부차기 접전 끝에 5번째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 경기는 아직도 역대급 결승전으로 회자되고 있다.

번역=유다현 에디터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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