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Mark White]

그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여러 번 일어났다. 이 가운데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명경기는 무엇일까?

UCL 무대는 선수들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곤 한다. 물론 리그 38경기를 통해서도 평가를 내릴 수는 있지만, 유럽 최고의 팀들과 힘을 겨뤄 보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에 곧 있을 UCL 16강을 442배 즐기기 위해 포포투가 나섰다. 여기 최고의 활약으로 '별들의 전쟁'을 수놓은 스타들을 모아 봤다.

20.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

- 2013-14시즌 42차전, 바이에른 뮌헨 0-4 레알 마드리드

라모스는 한동안 불안한 수비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로 하루아침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수비수에 올랐다.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 '캡틴' 라모스는 뮌헨을 상대로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완승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전반 20분 만에 헤딩으로 2골을 터뜨려 레알을 결승에 올려놓았다. 이날 라모스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현대 축구에서 수비진의 리더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됐다.

19.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 2020-21시즌 161차전, 바르셀로나 1-4 파리 생제르맹

음바페가 캄프누를 무너뜨리던 날, 음바페에게 완전히 제쳐지는 헤라르드 피케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음바페의 유니폼 옷자락을 겨우 잡은 채 미끄러지는 베테랑 수비수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해당 장면은 음바페의 눈부신 활약상을 요약하는 장면이었다.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바르셀로나 수비진은 혼비백산했다. 그 누구도 음바페의 해트트릭을 저지할 수 없었다.

한편 음바페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바르셀로나를 이겨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 이에 음바페는 "그럼 오늘 밤 처음으로 이기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18. 잭 윌셔(아스널)

- 2010-11시즌 161차전, 아스널 2-1 바르셀로나

윌셔는 19세의 어린 나이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포진한 바르셀로나의 중원을 상대했다. 당시 바르셀로나에는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무려 7명에 달했다. 가히 지구상 최고의 팀이라 불릴 만했다.

그러나 윌셔는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를 집어삼켰다. 직접 공을 몰고 수비진을 돌파하는가 하면 전방으로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보내며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윌셔의 활약에 힘입은 아스널은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으나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아스널은 2차전에서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침묵했다. 결국, 1-3으로 패배해 합산 스코어 3-48강 진출에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질적인 부상이 윌셔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 경기에서만큼은 윌셔가 세계 최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 폴 램버트(도르트문트)

- 1996-97시즌 결승, 도르트문트 3-1 유벤투스

폴 램퍼트는 스코틀랜드 마더웰을 자유계약(FA)으로 떠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합류했다. 결승전에서 유벤투스를 만난 그는 지네딘 지단을 틀어막으며 팀에 창단 첫 빅이어를 안겼다.

무려 이적 첫 시즌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지단은 유벤투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램버트는 그런 지단을 철저한 일대일 대인 방어로 완벽히 지워냈다. 결국, 공간을 찾지 못한 지단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여기에 램버트는 카를 하인츠 리들레에게 크로스를 연결하며 선제골을 도왔다.

이날부터 복수의 칼날을 간 것일까. 지단은 5년 뒤 램버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2001-02시즌 UCL 결승전에서 독일팀 바이어 레버쿠젠을 상대로 환상적인 발리 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16. 세르주 그나브리(바이에른 뮌헨)

- 2019-20시즌 조별리그 B2차전, 토트넘 훗스퍼 2-7 바이에른 뮌헨

그 추웠던 가을밤, 토트넘은 단풍처럼 붉게 물들고 말았다. 선봉장으로 나선 선수는 다름 아닌 그나브리. 그나브리는 아스널 유스에서 성장해 1군 무대에 데뷔한 바 있다. '북런던 라이벌' 출신의 빠른 돌파에 토트넘 수비진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이날 그나브리는 레반도프스키의 첫 골을 도운 데 이어 4골을 몰아쳤다. 이 경기에서만 41도움을 올린 그의 활약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이에 뮌헨은 조별리그 2경기 만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15. 은골로 캉테(첼시)

- 2020-21시즌 결승, 첼시 1-0 맨체스터 시티

2015년 잉글랜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캉테는 중원을 지배했다. 특히 미드필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마침내 이는 2020-21시즌 맨체스터 시티와의 결승전에서 정점을 찍었다.

캉테는 이날 전후반 내내 전방위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맨시티의 공격을 계속해서 차단하는가 하면 적절하게 공격에도 가담하며 공수 연결고리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결국, 맨시티는 전반 42분 카이 하베르츠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필사적으로 동점골을 노렸으나 번번이 가로막히며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14. 네이마르(바르셀로나)

- 2016-17시즌 162차전, 바르셀로나 6-1 파리 생제르맹

1차전에서 파리 생제르맹(PSG)0-4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바르셀로나가 2차전에서 6-1로 승부를 뒤집었다. 놀랍게도 이 짜릿한 대역전극의 주인공은 리오넬 메시가 아니었다. 천하의 메시마저 조연에 불과했다.

이날 주연을 자처한 선수는 바로 네이마르. 네이마르는 경기 종료 6분 전에 무려 21도움을 몰아치며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시쳇말로 바르셀로나의 '멱살'을 잡고 8강으로 이끈 것. 그러나 네이마르와 바르셀로나의 동행은 길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는 지난 20172억 파운드(3,250억 원) 상당의 이적료를 지불한 PSG 품에 안겼다. 이는 현대 축구의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13. 프랭크 램파드(첼시)

- 2007-08시즌 42차전, 첼시 3-2 리버풀

당시 첼시는 리버풀과 지독한 악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2004-05시즌, 2006-07시즌 모두 4강에서 리버풀을 만나 결승행이 좌절된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연장 전반 8분 램파드가 페널티킥(PK) 득점에 성공하며 첼시가 드디어 결승에 올랐다. 며칠 전 모친상을 당한 그는 PK를 성공시킨 뒤 무릎을 꿇고 하늘로 떠난 어머니를 추모했다. 램파드는 이날 경기로 스탬포드 브릿지의 전설이자 21세기 유럽 최고의 선수로 입지를 굳혔다.

12. 티에리 앙리(아스널)

- 2003-04시즌 조별리그 B5차전, 인터밀란 1-5 아스널

2003-04시즌 앙리는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인터밀란 원정길에 오른 그는 상대 수비진을 농락하며 산시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두 달 전 안방인 하이버리 스타디움에서 당한 0-3 패배를 되갚은 것이다.

앙리는 지난 2006년 포포투와의 인터뷰에서 유독 이탈리아 세리에A 팀들을 상대로 보인 강한 모습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잉글랜드 팀의 수비진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쉽다더라. 웃기지 않은가?"라며 여유 넘치는 답변을 내놓았다.

1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 2016-17시즌 41차전, 레알 마드리드 3-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당시 아틀레티코는 레알이라면 아주 지긋지긋했을 것이다. 실제로 레알은 2013-14시즌 결승, 2014-15시즌 8, 2015-16시즌 결승에서 아틀레티코를 꺾으며 3시즌 연속 천적의 면모를 보였다.

그렇게 맞이한 2016-17시즌. 호날두는 직전 82차전에서 뮌헨을 상대로 완벽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어 이 경기에서도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몰아쳤다. 이날 호날두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단단한 수비진을 파괴하며 레알을 결승으로 견인했다.

번역=유다현 에디터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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