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정지훈]

“포항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이 잘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감독님이 다 잘 아는 선수들이고 선수들의 스타일을 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준비를 더 잘하고 열심히 해야겠다.”

저돌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트레이닝복에 적힌 깜찍한 이름 ‘권완뀨’. FC서울의 든든한 벽 권완규가 그 애칭의 주인공이다. 올 시즌 스승과 재회한 그는 적응기를 끝으로 ‘김기동표’ 서울에 제대로 녹아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 마법의 비법은 무엇일까.

경남 FC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쳐 포항으로 입성했다. 팀의 레전드 ‘김원일’의 13번을 물려받은 그는 포항의 수비벽을 도맡으며 기량을 펼쳤다. 현 소속팀 서울의 감독 ‘김기동’과의 포항에서 첫 만남은 권완규가 상주의 군복을 벗고 팀에 복귀한 직후였다. 이때부터 권완규의 과감한 플레이와 탄탄한 빌드업 능력은 김기동의 색을 입기 시작했다.

2021 K리그1 베스트 11와 2021 ACL 베스트 11수비수 부문 후보에 오른 권완규는 스승 김기동과의 합작이 성공적이었음을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했다. 2021시즌 한 경기를 제외하고 포항의 여정을 책임진 권완규는 김기동의 지도 아래 물오른 기량을 제대로 뽐냈다. 그 결과 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이후 자유계약 신분이 된 권완규는 상주 상무 시절 정경호 수석코치와의 인연으로 이어진 성남FC의 옷을 입게 되었다. 현 FC서울의 주장 기성용과의 ‘강렬한’ 만남은 이때 성사되었다. 성남과 서울의 리그 경기 도중 몸싸움이 신경전으로 이어졌고, 권완규가 팀원들에게 한 말이 기성용에게 직접적으로 향하는 듯한 오해가 발생하였다. 두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충돌이었다며 화해로 해프닝을 마무리하였다.

성남의 승리를 위해 거칠게 싸우던 권완규는 어느새 서울의 일원이 되었다. 그러나 포항에서 반짝이는 플레이를 선보였던 권완규는 서울의 옷이 낯설었던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포항 시절, 김기동표 한솥밥을 먹었던 팔로세비치, 일류첸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기동의 포항은 리그 준우승과 FA컵 우승을 이뤄내며 쾌속 질주를 하는 동안 제자들은 적응의 시간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이다. 돌고 돌아 서울에서 다시 한번 김기동과 포항의 제자들 조합이 성사되었다. 김기동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FC서울의 사령관으로 합류하며 권완규, 팔로세비치, 일류첸코, 임상협 이승모와의 재회가 이루어졌다. 그중 김기동과 권완규는 포항 시절 탄탄한 중앙 수비수로서의 성장을 이뤄낸 바 있기에 팬들은 서울에서 권완규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포항에서 한차례 증명된 믿음직한 ‘사제지간’이 이번에는 서울의 붉은 물결 속에서 재가동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FC서울 수비수 권완규 인터뷰]

-인터뷰 시작 전에 너무 강렬해서 물어보겠다. 훈련복에 ‘권완뀨’라고 써져있는데...설마 본인이 쓴 것인가? 이미지랑 너무 안 어울린다...

아니다(웃음). 절대 아니다. 오해하지 말라. 트레이닝복이 다 똑같기 때문에 분실하기도 하고, 많이 헷갈린다. 후배가 이름을 쓰는 것을 봤는데, 잘 쓰길래...써달라고 요청을 했는데...이렇게 썼다. 절대 내가 쓴 게 아니다.(웃음)

-알겠다. 믿음을 가지고 인터뷰를 시작하겠다. 지난 시즌 서울에 합류하여 한 시즌을 보냈고, 올해는 포항에서 함께 했던 김기동 감독이 왔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작년에는 적응도 해야 하기도 했고 많이 부족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감독님을 다시 만나 뵙게 돼서 좋은 추억이 있던 시간이 많이 생각이 났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다 잘 알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더 보여 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어떤 힘든 일이었는지

일단 선수로서 경기를 못 나간 것도 힘든 부분이었지만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해서 왔는데 그런 부분들을 하지 못해 마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큰 부분들이 많이 있다.

-김기동 감독을 훈련 전에 만났는데 권완규에 대해서 기대감이 상당이 높더라. 자신의 축구를 아는 센터백이기도 하니 기대가 크다고 했는데 선수 본인은 어떤지?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 주시는 것에 대해서 일단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대감이 큰 만큼 나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올 한 해를 위한 준비를 잘해야 될 것 같다.

-기존에 서울의 축구 스타일은 빌드업도 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많았다면 김기동 감독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많이 뛰고 압박하는 축구를 구사하는데 선수가 볼 때는 어떤가?

많이 뛰어야 하는 것도 기본이고 포지션 같은 것도 많이 정해져 있고 조직력에서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부분들이 있다. 선수의 장점을 많이 살려줄 수 있는 감독님이고 그런 부분들이 나한테 좋은 것 같다.

-우리가 볼 때는 김기동 감독이 워낙 능력이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듣고 있지만 사실 기자들이 봤을 때는 참 친절하더라. 몇 번 뵙지 못했는데 먼저 와서 말도 걸어 주고 이름을 기억해 주는 세심한 점들이 많이 느껴진다. 선수들한테는 어떤 감독인가?

선수들한테도 그러신다. 감독님께서 세밀한 부분들이 있으시고 (감독님의 소통은) 나한테 제일 좋은 소통의 방식이다. 처음 시작할 때도 선수단과 일단 소통을 해서 신뢰와 믿음이 쌓여야 선수들이 나를 믿지 않겠냐는 말씀들을 항상 했었다. 내가 포항에서 있을 때부터 선수들과 사소한 일에서도 운동장이나 밖에서의 생활이나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신경을 써 주시고 소통을 통해서 서로 맞춰갔다. 그런 점들 때문에 관계가 더 좋아지고 신뢰가 쌓여서 경기장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 같다.

-이미 화해를 했고, 해프닝으로 끝났기 때문에 하는 질문이다. 성남에서 활약할 때 서울의 레전드 기성용과 충돌이 있었다. 그 뒤 영상으로 접했을 때 화해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모습을 봤는데 서울에서 재회했을 때 솔직한 심정은 어땠는가?

그때의 일을 설명하자면 성용이 형한테 화를 낸 게 아니다. 내가 성남 팀에 있을 때 우리 선수들이 아쉬운 플레이를 하고 있으니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성용이 형한테 직접적으로 한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포괄적으로 얘기를 한 것이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형한테 한 것처럼 내비쳐졌다. 서울에 와서는 그런 거 없이 형이 잘 챙겨 주고 서로 도움도 많이 주고 팀의 최고참으로서 역할을 잘해 준다. 이 때문에 지금은 경기 끝나고 나서도 불편한 게 전혀 없다. 지금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기성용이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을 체결했다. 고심이 길어져서 재계약까지 시간이 꽤 걸린 것 같은데 다시 합류해서 호흡을 맞추며 팀에 이러한 선수가 있다는 게 확실히 많이 힘이 되지 않는가?

그렇다. 성용이 형이 너무 잘 챙겨 주고 적응할 수 있게 잘 도와준다. 확실히 팀에 형이 있고 없고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팀에 중재자 역할을 항상 해주며 앞으로도 팀이 잘 될 수 있게 해줄 거라 믿는다. 밑에 있는 선수들이 잘 따라서 팀이 또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될 것 같다.

-올해 서울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시즌이다. 어떤 모습 보여 주고 싶은지

작년에 경기를 많이 뛰고 안 뛰고를 떠나서 팀 성적이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경기를 조금이라도 뛰었지만 팀에 많이 보탬이 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나의 실수로 경기를 진적도 있어 많은 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올해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면 지난 시즌에 미흡했던 부분들을 보완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일단 준비 잘하겠다. 우선 팀이 원하는 목표로 갈 수 있게끔 서포터를 하는 게 나의 제일 큰 바람이다.

-서울 팬들이 응원 열기가 엄청나다. 그런 팬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강한 건가?

맞다. 팬들에게 우선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야 되기도 하고 나를 선택해준 구단 관계자들이나 새로 오신 김기동 감독님과 선수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여 줘야 될 것 같다.

-본인을 포함한 포항의 제자들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임상협, 이승모 등 선수들 얘기를 다 들어보면 감독에 대한 믿음이 진짜 많은 것 같다

팀이 잘했기 때문에 선수들 개인 커리어나 성적이 좋았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올해는 김기동 감독이 또 잘 아는 선수들이니까 뭔가 반전을 만들어야 하는 시즌이 될 것 같은데

포항에서 했던 선수들이 잘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감독님이 다 잘 아는 선수들이고 스타일을 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 있어서 더 준비 잘하고 열심히 해야겠다.

인터뷰=정지훈 기자

글=‘IF 기자단’ 2기 도혜진, 서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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