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김환]

스위스가 실리를 챙기는 축구를 앞세워 12년만에 스페인을 잡았다.

스위스는 2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사라고사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데 라 로마레다에서 열린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 리그 A 2조 5차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스위스는 체코를 제치고 2조 3위로 올라섰다.

12년만에 거둔 승리다. 스위스는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같은 조에 편성됐었는데,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스페인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이변을 만들어냈었다. 당시 스페인에는 사비 에르난데스, 사비 알론소,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 카를레스 푸욜, 카시야스 등 ‘황금 세대’로 불리는 선수들이 즐비해 있었기 때문에 스위스의 승리는 더욱 화제가 됐다.

이번 맞대결도 스페인의 우세가 예상됐다. 두 팀의 상대 전적에서 스페인이 앞서고 있음은 물론 상대 전력에서도 스페인이 우위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승리는 스위스가 챙겨갔다. 이는 스위스가 볼 점유율과 경기 주도권을 과감하게 포기한 채 실리를 챙기는 축구를 펼친 결과였다.

스페인은 전반 초반부터 높은 점유율과 함께 스위스를 압박했다. 스위스는 3선 미드필더들까지 수비에 가담해 뒷문을 걸어 잠그며 확실한 한 방을 노렸다. 경기 주도권은 스페인에 있었지만, 선제골은 기회를 살린 스위스가 만들어냈다. 전반 21분 루벤 바르가스가 올린 코너킥을 마누엘 아칸지가 헤더로 연결해 스페인의 골망을 흔들었다.

실점 이후 스페인은 라인을 더욱 높게 끌어 올리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스위스는 역시나 집중력을 발휘해 스페인의 공세를 막아냈다. 계속해서 두드리던 스페인은 후반전 초반 마침내 스위스의 골문을 열어 젖히며 동점골을 득점했다. 그러나 스위스는 4분 뒤 또다시 코너킥에서 나온 브릴 엠볼로의 골로 리드를 잡았다.

스페인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득점이 터지지 않자, 짧은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 스위스를 뚫으려고 하는 대신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얀 조머 골키퍼가 나섰다. 조머는 스페인의 슈팅이 날아오는 족족 쳐내며 스위스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결국 스위스는 스페인을 상대로 12년만에 승리를 거뒀고, 원정에서 거둔 승리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컸다.

이 경기에서 스페인이 기록한 볼 점유율은 무려 75%. 스위스가 아예 점유율을 포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위스는 스페인보다 더 많은 유효슈팅을 시도했고, 가로채기 16회, 차단 4회, 클리어링 20회 등 수비 면에서도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의 스타일에 맞춘 확실한 컨셉을 갖고 온 스위스는 실리적인 축구를 펼치며 소중한 승리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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