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이규학]

레알 마드리드가 핵심 미드필더였던 카세미루를 왜 쉽게 내줬을까. 세계 최고의 클럽인 이유가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번 여름을 계기로 에릭 텐 하흐 감독을 사령탑에 앉혀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첫 번째는 선수층 강화였다. 텐 하흐 감독은 제시 린가드, 폴 포그바, 네마냐 마티치 등 잉여 자원들을 처분하고 젊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현재까지 타이럴 말라시아, 크리스티안 에릭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까지 영입을 마쳤다.

이제 초대형 선수까지 합류한다. 맨유는 오랜 기간 프렌키 더 용을 원했으나 선수의 확고한 잔류 의지로 영입에 실패했다. 결국 노선을 바꿔 레알의 카세미루에게 접근했다. 협상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맨유는 카세미루에게 2배에 가까운 연봉을 제시했고, 레알에서 이미 모든 것을 이룬 카세미루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유럽 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가 19(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카세미루가 맨유로 이적했다. 레알은 입찰의 모든 세부 사항을 수락했으며 클럽은 현재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6,000만 유로(806억 원)에 보너스 1,000만 유로(134억 원)의 이적료가 발생했다라고 전하며 구단의 공식 발표만 남은 상태로 알려졌다.

카세미루의 합류로 맨유는 3선 미드필더 조합에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 현재 맨유는 스콧 맥토미니, 프레드를 기용하고 있으나 리그 2라운드 만에 2연패에 빠졌다. 세계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불리는 카세미루의 합류로 맨유 중원에 안정감이 눈에 띄게 더해졌다.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레알은 카세미루의 이적을 막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적설 내내 레알은 카세미루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소식만 전해졌다. 30세에 접어들었지만 팀 내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로 여전히 중요한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레알은 전혀 아쉬울 것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그의 이적을 허락했다.

레알 보드진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팬들은 불만을 가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3연패 주역으로 레알의 역사를 만들었던 카세미루를 쉽게 내보낸 이유가 뭘까.

레알은 스스로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UCL 우승 14회의 업적을 자랑하며 여전히 세계 축구의 정상에 올라있는 클럽이다. 레알은 클럽 위상을 위해서 선수 한 명한테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이적 사가를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이래로 레알을 떠났던 슈퍼스타인 메수트 외질, 앙헬 디 마리아, 이케르 카시야스, 사비 알론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파엘 바란, 세르히오 라모스 등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두 레알에서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던 선수들이었지만 나갈 때는 찬밥 신세로 여겨지며 팀을 떠났다.

슈퍼스타가 떠났지만 레알은 흔들리지 않았다. 외질은 가레스 베일, 디 마리아는 하메스 로드리게스, 라모스, 바란은 다비드 알라바 등이 대체했다. 호날두의 빈자리는 기존 멤버였던 카림 벤제마가 메웠다. 심지어 에당 아자르가 부진할 때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잠재력을 터트렸다.

이처럼 레알은 항상 훌륭한 대체 자원이 존재했다. 이번 카세미루 이적도 마찬가지다. 카세미루만큼 팀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던 선수가 떠나도 분명히 다른 선수가 나타난다.

현재 레알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브루노 기마랑이스를 최우선 타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에 떠오르는 수비형 미드필더 기마랑이스는 지난 1월 뉴캐슬 유나티드로 이적해 EPL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 훗스퍼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호이비에르는 잘 부상을 당하지 않는 철강왕 기질을 갖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레알이 새로운 영입 없이 기존 자원만 활용한다면 총 3가지 옵션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이번 여름 데려온 추아메니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점이다. 추아메니는 이미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선발될 만큼 기량이 뛰어난 선수다.

카마빙가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 있다. 중앙 포지션 어느 위치에서도 훌륭하게 경기를 소화하는 카마빙가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마지막은 알라바를 올려 쓰는 방법이다. 알라바 역시 센터백, 풀백, 중앙 미드필더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형 자원이다. 알라바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센터백 조합을 안토니오 뤼디거와 에데르 밀리탕으로 맞추는 방법도 존재한다.

난세 속 영웅이 나타나는 법이다. 늘 그래왔듯 레알은 카세미루를 잃은 위기를 넘길 것이다. 이번 카세미루 이적 사가로 레알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클럽의 여유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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