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장승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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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환]

측면 공격수들의 포지션을 윙백으로 변경하는 데에 도가 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다. 이번에는 콘테 감독의 눈에 루카스 모우라가 들어왔다.

토트넘 훗스퍼는 10일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고, 10일 팀 K리그와의 1차전에 이어 16일 세비야 FC와 2차전을 치르며 성공적인 프리시즌 투어를 마쳤다. 토트넘은 오늘(17일) 또다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영국으로 떠났다.

프리시즌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토트넘도 한국에서 머무르는 동안 치른 두 경기에서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고, 새로운 전술을 보이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모우라. 모우라는 15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됐던 토트넘 오픈 트레이닝에서 자신의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 자리 대신 오른쪽 윙백 자리에서 뛰는 모습이었다.

오픈 트레이닝만이 아니었다. 모우라는 세비야전에서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역시나 측면 공격수가 아닌 윙백으로 출전했다. 전반전 45분을 소화했지만 해당 포지션에 익숙하지 않은 듯한 모우라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에메르송 로얄과 교체됐다.

대중 앞에서 선보인 ‘윙백’ 모우라는 잠시였다. 그러나 트레이닝은 물론 전술 실험대로 여겨졌던 세비야와의 경기에서도 모우라를 윙백으로 배치한만큼, 다음 시즌에도 오른쪽 윙백으로 뛰는 모우라를 볼 가능성은 꽤나 높다.

# 모우라, 윙백도 괜찮을까?

이제 단 한 경기, 그것도 45분만을 뛰었다. 모우라가 윙백 포지션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모우라의 키는 172cm. 덩치가 큰 편도 아니다. 수비할 상황이 많은 이윙백 입장에서 모우라의 신체적 조건은 경합에 강점이 있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편이다. 또한 상대 공격수를 상대하는 수비 상황을 맞닥뜨린 경험도 적기 때문에 판단 및 대처 능력을 키우려면 시간이 꽤나 필요할 것이다.

당연히 장점도 있다. 모우라의 장기는 낮은 무게중심과 빠른 발, 그리고 브라질 선수 특유의 유연함을 활용한 드리블 돌파다. 또한 측면 공격수 출신이기 때문에 윙백으로 출전하더라도 공격 상황 시에는 상당히 위협적인 돌파와 크로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세비야전에서는 이 모습들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윙백으로 출전한 모우라는 공격 시에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측면으로 넓게 벌리며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히샬리송이 상대의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실상 공격을 할 때에는 자신이 그동안 뛰었던 위치, 역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 상황이었다. 모우라는 오버래핑 이후 복귀하는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비 시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일대일 수비를 연습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았다. 때문에 세비야의 왼쪽 풀백인 마르코스 아쿠냐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뒷공간을 많이 노출하며 상대에게 위협적인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사진=장승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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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포지션 변경 장인’ 콘테 감독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우라의 포지션 변경이 기대되는 이유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존재 때문이다. 콘테 감독은 첼시 감독직을 수행하던 시절 빅터 모제스를 윙백으로 기용했고, 인터밀란에서는 안토니오 칸드레바와 이반 페리시치를 윙백 자리에 배치했다. 이 중 모제스는 포지션 변경 이후 대성공을 거뒀고,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선보이며 한동안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측면 자원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칸드레바도 비슷하다. 물론 칸드레바는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도 윙백으로 종종 뛰었지만, 클럽 팀에서는 엄연히 윙어였다. 그러나 콘테 감독은 인터밀란에서 칸드레바를 윙백으로 활용했고, 기복이 조금 있기는 했으나 준수한 활약을 남겼다.

페리시치도 성공적인 사례였다. 이미 윙어로서 성공했던 페리시치는 인터밀란 시절 콘테 감독 아래에서 왼쪽 윙백을 소화했다. 높은 활동량이 장점이었던 페리시치는 위아래를 오가며 공격과 수비 모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지난 시즌에는 윙백 포지션에 완벽하게 녹아 들어 이탈리아 세리에A 내에서 윙백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미 여러 선수들을 윙백 포지션으로 변경시키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는 콘테 감독이다. 콘테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이 있어 보였다.

콘테 감독은 세비야전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우라와 해당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우라는 좋은 수비 옵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리시치와 칸드레바도 마찬가지로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하기도 했고, 모우라도 윙백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모우라도 콘테 감독의 새로운 요청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세비야전 이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모우라는 “난 윙백 포지션을 꽤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새로운 자리이기는 하지만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겠다고 했다.

물론 회의적인 시선은 있다. 토트넘은 오른쪽 윙백 자리에 이미 에메르송 로얄과 맷 도허티를 보유했고, 여기에 최근 제드 스펜스까지 합류했다. 도허티가 왼쪽 윙백으로 출전하더라도 여전히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리는 과포화인 상황.

사진=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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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만난 영국 ‘풋볼 런던’의 토트넘 전담 기자 알레스디어 골드도 모우라의 윙백 기용에 대해 “토트넘에는 스펜스, 에메르송, 도허티가 있기 때문에 굳이 모우라를 윙백으로 기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 중 긴급한 상황이 생긴다면 모우라는 물론 데얀 쿨루셉스키까지 우측 윙백으로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골드 기자가 말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는 모우라가 선발로 나설 필요가 전혀 없다. 게다가 모우라가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선수들은 윙어 출신이 아닌 전문 측면 수비수들이다. 윙백 자리에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모우라는 다른 선수들은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 시즌 어떤 무기를 갖고 있는 ‘윙백’ 모우라를 만날 지 기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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