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old] 유효슈팅 1 경고 0, 벤투는 뭘 말하려 했나
기사작성 : 2021-03-26 12:22
-기록이 말하는 한일전 졸전
-유효슈팅 1, 경고 0
-모든 부분에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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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류청]
축구는 기록 경기가 아니지만, 가끔 기록이 모든 걸 말할 때도 있다.
한국은 25일 일본 요코하마시 닛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한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 끝난 후 인터뷰에서 말한대로 “완패”였다. 한국 축구가 지닌, 선수들이 가진 능력을 무엇도 보여주지 못했다.
기록은 한국이 벌인 졸전을 증명한다. 한국은 일본이 슈팅 19개(유효슈팅 8개)를 날리는 동안 슈팅 6개를 때렸는데 이중 유효 슈팅은 1개에 불과했다. 곤다 슈이치 일본 골키퍼를 위협할 수 있는 슈팅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강인을 제로톱으로 하는 전술은 실패했다. 그런데 이 실패 뒤에는 더 근본적인 원인에서 온다. 한국은 일본이 경기 내내 펼친 압박을 전혀 돌파하지 못했다. 일본은 한국이 공을 잡을 때마다 어디서든 강하게 압박했고, 한국은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후반전에 전반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공을 탈취하고도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선수들은 공을 잡은 뒤 탈압박하기 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했다. 탈압박하기도 쉽지 않았고, 저돌적인 모습도 보이지 못했다.

경고가 1장도 나오지 않은 걸 주목해야 한다. 축구는 몸을 부딪히는 운동이다.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대응도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경기 주도권을 잡고 계속해서 밀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기술과 힘을 모두 동원해야 했다.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어떤 팀도 이길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 일본을 맞아 점유율을 극대화하며 승리한 기억이 많지 않다. 일본이 점유율을 높이고 강하게 압박하면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더 큰 압박으로 응수했다. ‘경기는 일본이 잘하고 승리는 한국이 가져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날 경기엔 거친 몸짓은 있었으나 강한 몸싸움은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한국이 일본 압박에 강하게 대응하거나, 반대로 일본을 압박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경고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점유율을 내주고 밀리는 팀이 이를 극복하려면 경고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이 밀리면서도 너무 곱게 모든 걸 내줬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한일전은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까지 모두 일본이 가져갔다. 조금 과장하면 일본은 한국이 일본을 몰아치는 방식으로 한국을 다루며 승리까지 가져갔다. 경기가 끝난 후 주장 요시다 마야가 크게 환호하는 장면이 일본이 지닌 심리 상태를 잘 말해준다.
스포츠 심리학에는 Win Ugly 전략이 있다. ‘Win’의 승리와 ‘Ugly’의 못 된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바탕으로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는 규칙을 지키는 선에서 모든 작전과 정신력을 동원하라는 뜻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한일전에서 Win Ugly를 잘 보여줬으나, 이번에는 일본이 이를 실천했다.
벤투 감독은 다년 계약을 하고 ‘2020 카타르 월드컵’을 목표로 걷고 있다. 이번 경기도 과정이다. 어떤 철학으로 어떤 선수를 선발해 다음 경기에 나서더라도 이번 경기와 같은 내용과 결과라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by 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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