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서귀포] 강등 1년 뒤, 같은 자리서 회장과 제주는 웃음을 찾았다

기사작성 : 2020-10-25 00:09

-제주vs수원FC의 사실상 K2 결승전!
-최태원 회장도 있었다
-1년 사이 달라진 제주, 그 의미

본문


[포포투=이종현(서귀포)]

2019년 11월 24일 제주유나이티드는 수원삼성에 2-4로 졌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 37라운드였고 최종전(38라운드)에 강등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제주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운명의 최종전을 남겨두고 허망하게 지며 다이렉트 강등됐다. 기업구단으로 세 번째 사례였다는 사실이 당시에는 화제였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 최하위는 제주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 구단주인 최태원 SK회장도 있었다.

자신의 경기장 방문을 대중에게 알리지 않은 최 회장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혈전이 끝났을 때는 수원삼성 선수단과 원정 팬을 제외하곤 아무도 소리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최윤겸 당시 제주 감독은 강등을 자신의 잘못인양 읍소하듯 했고, 평소 활기 찼던 제주 구단 관계자도 말수가 적었다. 당시 경기에 대해 무엇인가 이야기 해줄 수 있을 법한 수원삼성 선수들은 일찍 라커룸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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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당시의 어색함을 현장에서 경험한 <포포투>는 제주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는 길 여전히 그때처럼 감귤 나무에 주황색 귤이 넘치도록 달린 것을 보고 1년이 지난 것을 느꼈다. 2020년 10월 24일에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으쓱한 바람을 예상하며 두텁고 무거운 외투를 고민하다가 가져온 자신을 셀프 칭찬하면서.

최 회장이 역시 약 1년 만이다. 그는 이번에도 남기일 제주 감독 및 선수단에 자신의 방문을 알리지 않았다. ‘선수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제주 한중길 대표이사와 김현희 제주 단장 및 구단 내부인들만 최 회장의 현장 관전을 알았다.

2020년 10월 24일은 2019년 11월 24일과 달랐다. 제주는 2-0으로 이기며 2020시즌 K리그2 챔피언이 유력한 신분이 됐다. 이제 제주는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쌓으면 우승이 확정된다. 최근 14경기에서 10승 4무를 기록 중인 제주가 2경기에서 승점 1점도 못 얻을 시나리오를 예상하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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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선두 제주는 2위와 경기 양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몰아쳤다. 2-0이란 스코어로 이날 두 팀의 경기력 차를 수치로 표현하기는 부족할 정도였다. 선제골을 넣고도, 쐐기골을 기록하고도 더 압박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 건 제주다. 김도균 수원 감독은 경기 후 “모든 면에서 제주가 수원을 압도했다”고 인정했다.

그런 까닭인지 최 회장은 이동률의 선제골, 진성욱의 쐐기골,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할 때 기립박수했다. VIP석 중 사실상 일반 관중이 앉는 야외 자리에서 90분을 앉아서 보고 손벽 치고 응원한 장면 자체가 생경했다. 제주 선수들은 이날 상대 팬이 감탄할 정도로 뛰었다.

제주는 팀으로 싸웠다. 제주 내부자 이동률이 경기 후 말했다. “다른 경기보다 수비부터 힘들었다. 그걸 이겨내다 보니까 팀적으로 단단해졌고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투지 있게 뛰었던 강윤성은 후반 41분 근육 경련으로 넘어졌지만 뛰었다. 결국 2분 후에 타의로 교체됐다. 진성욱, 이동률, 김영욱 등은 외부인이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그라운드를 내달렸다. 이날 제주 관중 사이에서 플레이가 실수에도 상관없이 대다수 플레이에 박수가 나온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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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경기인 까닭에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많은 관중이 찾았다. 평소 외부에 자신에 대한 자랑이나 좋은 평가, 선수단에 감정적으로 칭찬하는 것에 인색한 남기일 제주 감독은 이날 모처럼 기뻐했다. 결과와 내용까지 잡았기 때문이다.

“팬분들이 찾아주시고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와 함성을 주셨다. 선수들이 잘한 부분, 선수들이 열심히 한 것들에 대해 팬들이 즐거워하시고 돌아가신 것 같다. 감독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기라고 생각한다. 항상 팬과 선수들과 호흡하는 시간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팬분들이 행복을 안고 돌아가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1,690명이 찾았다. 올 시즌 K리그2 최다 관중이다. 2019년 11월 24일 악몽은 되풀이되지 않았다. 1년 뒤 2020년 10월 24일, 같은 공간에서 최 회장도 제주 구단 그리고 팬은 웃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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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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