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n&now] 은퇴 후 비로소 행복해진 ‘황카카’ 황진성

기사작성 : 2020-03-26 17:47

- 은퇴 후 이야기: <황진성>편
- 그는 축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 지금이 “아주 즐겁다!” 말한다. 왜냐면…

본문


축구화를 벗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그때 그 스타’를 만납니다. <편집자 주>

[포포투=조형애]

역대 포항스틸러스 최다 도움, 최다 공격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 누군가는 ‘황카카’로, 누군가는 ‘명품 왼발’로 부른다. 하지만 진짜 황진성은 승부의 세계가 버거웠던, 하지만 재능은 남달랐던 심성 여린 한 사람이다.

은퇴 후 1년여. 프로의 세계에서 벗어나 한 축구교실 코치가 된 그는 지금 비로소 행복하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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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축구교실 분점을 맡아 홀로 운영하고 있다. 원장 겸 코치 겸 운전기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는 학생들 하교 시간에 맞춰 오후 4-5시에 일과를 시작했다. 그전에 준비하고, 애들 데리고 와서 코칭하고 데려다주는 패턴이다. 고등학생 레슨까지 하고 퇴근하면 거의 오후 10-11시?! 주말에도 거의 못 쉬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오는 4월 5일까지 축구교실을 휴강했다. 2월 24일부터 휴강 중이다. 엘리트 선수들 레슨만 하고 있다. 나머지는 쉰다. 계속 쉰다.

와, 상당히 오래됐다.

특별한 지침이 있었다기 보다 학교 개학에 맞춰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부모님들 걱정이 크실 것 같아서다.

은퇴 1년여다. 16년 선수 생활을 과감하게 정리한 것 같다고 생각지는 않나?

짧은 시간에 고민을 깊게 했다. 상황이 놀고만 있을 수 없었다. 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좋은 기회가 생겼다. 처음엔 왔다 갔다 하면서 배우고, 내 이름을 건 축구교실을 차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직접 운영해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르다. 모르는 상태에서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은퇴 후 직업 선택이 다양해지긴 했지만, 황진성이 사업이라니… 의외다.

내가 생각해도 의외다! 자연스럽게 학원팀 지도자를 할 줄 알았다. 실제 제의가 많이 오기도 했고… 지금은 사업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FFT: 돈을 많이 버는 건가?) 많이 못 번다. 완전 바닥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웃음)

엘리트 축구팀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있나?

지금이 좋은 이유는 결과에 책임져야 하고, 승부를 봐야 하는 시합이 없어서다. 팀에 들어가면 지도자로서 선수를 경쟁시키고, 그중에서 골라야 한다. 선택 못 받는 선수들도 있을 거고, 그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입장을 내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모든 게 스트레스다. 선수 생활 내내 했다. 지금은 못할 것 같다.

축구교실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

정상 수업할 땐 5세반 코칭이 일주일의 고비였다.(웃음) 잔디 뽑아 먹고, 서로 때리고, 싸움 말려 놓으면 다른 애들이 투닥거린다. 미친다. 어느 골대에 넣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1시간 수업하고 나면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그런데 또 가만히 보면 애들이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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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활약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지는 않나?

난 만족하는데?! 커리어나 기록 모두. 할 수 있는 우승은 다 해봤다. 2경기뿐이긴 했지만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다.

그래도 안타까워하는 팬들이 많다. 부상이 잦아서일까…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쉽긴 하지만 받아 들여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더 몸 관리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졌을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그라운드위에서 늘 즐기면서 뛰는 것 처럼 보인 선수이기도 했다!

성격이 축구 선수와 안 맞는 사람이었다. 경쟁하고 누굴 밟고 올라설 때 그 마음이 너무 힘들다. 한 번은 아내가 “태어났는데 재능이 축구라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해서 둘이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엄청난 승부욕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부모님이 안타까워했던 게 그 점이다. “독하게 좀 하라”고...! 대개 선수들이 “후회 없이 했다”고 말하는데, 나도 노력은 했다. 그런데 죽을 만큼 한 건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가지고 태어난 재능으로 한 것 같다.

프리킥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것도 타고난 재능인가, 연습의 결과인가?

연습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반반 같다. 연습 많이 안 했을 때도 ‘잘 되는데? 연습 좀 만 하면 더 잘 되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웃음)


성격이 축구 선수와 안 맞았다.
태어났는데 가진 재능이 축구라 어쩔 수 없었다…!


경쟁 자체가 즐겁지 않았다면 그라운드에 어떤 가치를 두고 뛴 건가?

어렸을 때는 막연히 더 잘하고 싶어서,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서 했던 것 같다. 2011년, 2012년에는 아내를 웃게 하기 위해서 뛰었다. 아내가 힘들어했는데, 내가 골을 넣고 이기면 그날은 굉장히 좋아했다. 강원에서는 재밌어서, 즐거워서 축구를 했다. 최윤겸 감독님을 만나 신임도 받고, 또래 친구들과 다시 만나 뛰는 게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무엇인가?

다 기억에 남는다. 그보다 60-60을 달성하지 못한 게 아쉽다. 6득점 모자랐다. 선수 생활에 미련이 정말 없는데 그건 아쉽다. 60골을 채우기 위해 더 뛰고 싶었다는 건 전혀 아니다. 그동안 놓친 게 아쉬울 뿐이다.

2016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넣은 골도 인상적이었다.

후반기부터 불안했다. 팀이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느끼는데, 수습이 안 되더라. 이런 방법, 저런 방법 다 써봐도 반전이 안돼서 ‘진짜 강등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축구는 분위기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포항에 있을 때, 특히 2012년, 2013년에는 ‘당연히 안 져. 우리는 이겨’ 이런 분위기였다.

2013년 포항 우승 당시엔 못 뛰었는데…

병원에 있었다. 기분이 묘하더라. 되게 좋으면서 되게 슬펐다. 2019시즌에 옛날 생각을 했다. 울산이 이겨야 할 경기를 못 이기고 마지막 경기를 포항과 하는 게… 2013년과 똑같았다. 그런 생각은 들었다. ‘울산, 우승 못할 것 같은데?’. 축구엔 기운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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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관리는 따로 하나?

운동하기 싫다!(웃음) 조기축구 한 번씩 가는 게 다다. 가면 엄청 재밌다. 승부에 쫓기지 않고, 자유롭게 하니까. (FFT: 요즘 가장 재밌는 게 조기축구?) 축구교실 운영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고민하고, 아이들과 볼 차고, 차 타고 다니는 것도 다 재밌다. “코치님, 황카카가 뭐예요?”, “인터넷에서 봤어요”라고 하는데, 귀엽다. 너무 귀여워!

그 아이들을 한 달 이상 못 보고 있는데…

꼬맹이들… 보고 싶기도 하다.(웃음) 코로나가 빨리 없어져서 수업하고 싶다. 실은 구상하던 것도 하나 있었다. 취미반 초등학교 1, 2학년 중 잘하는 아이들, 그리고 수업을 더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모아서 야외에서 축구를 하려고 했다. 실내 구상에서만 하니까, ‘야외에서 하면 어떨까?’ 궁금하더라.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원생들에게 연락 오기도 하나?

안 온다!(웃음) 대신 부모님들 연락을 많이 받는다. 힘들어하시더라. 학교도 못 가고 축구교실 못 가니까 집에서 게임만 한다고…

은퇴식도 없이 홀연히 떠났다. 끝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 저는 은퇴해서 아주 재밌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근처에 사신다면 자녀분과 함께 방문해 주세요.(웃음) 성심성의껏 상담해드리겠습니다! (*황진성은 서울 강서구에서 ‘K리거 강용 축구교실’ 3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FACT FILE

포항스틸러스
AFC투비즈
교토상가FC
파지아노오카야마
성남FC
강원FC
대한민국 대표팀

* 본 인터뷰는 <포포투> 1월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3월, 추가 인터뷰로 내용을 더하였습니다.

사진=곽동혁, FAphotos
writer

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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