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인천] 선례 바랐던 기성용, ‘다른 선례’로 남다
기사작성 : 2020-02-22 02:05
- K리그 복귀는 은퇴 직전에?!
- ‘지금’을 원한 기성용, 그가 만들려던 선례
- 다른 선례가 된 건 아닐까…
본문
[포포투=조형애(인천공항)]
“K리그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질문을 받은 기성용이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그 후 반응은 말을 아낄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조목조목 K리그 복귀가 무산되기까지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그렇게 20여 분. 스탠딩 인터뷰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가 출국장을 떠난 뒤, 녹음된 말을 되돌려 보니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 K리그에 오고 싶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고쳐 말하면, 그가 강조하고 싶었던 지점이라는 뜻. 그는 은퇴를 앞두고 K리그에 온다는 일반적 인식을 깨는 선례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선례가 됐을지 모르겠다.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이 국내 리턴을 한 번 더 고민하는 데 그가 떠오르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의 반문처럼 말이다. “선수들이 과연 K리그로 복귀하려 하겠는가.”

기성용의 K리그 복귀 무산이 공식화된 지난 11일.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함께 있었다. 그의 입을 통해 기성용이 오래전부터 K리그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길 전해 들었다.
“당연히 서울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서울에 있을 때도 선수 영입 때문에 통화를 했다. 이청용도 그때 데려오려고 노력했다. 당시 기성용에게도 복귀(의사)를 물어봤고, 당연히 서울에 온다고 했는데…”
2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타기 전 취재진과 만난 기성용도 ”K리그에 돌아간다면 FC서울에 돌아가는 게 첫 조건이었다”면서 “그곳에서 데뷔했기 때문이다. 응원해주시고, 여전히 격려 보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가 이날 보다 강조 한 건 복귀 시점이었다. 행간을 읽어보면 같은 다른 질문에, 맥락을 같이하는 대답이 이어졌다는 점을 볼 수 있다.
“K리그에 나이가 많이 먹고 와서, 은퇴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젊었을 때, 퍼포먼스 자신 있을 때 와서 보여주고 싶었다. 대표팀 은퇴했기 때문에 한국 팬들에겐 내 플레이를 보여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스무 살 때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다르다. 충분히 좋은 선물 될 거라 생각했다.”
“은퇴 직전에 올 수 있었지만, 왜 지금 오고 싶었냐…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와서 은퇴하는 것보다 젊었을 때, 뭔가 보여줄 수 있을 때, 팀과 함께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4일 밤, 기성용 복귀를 처음으로 전한 기사를 기억하고 있다. 주요 A매치 아니고서야 단일 기사 댓글이 1,000개 넘기 어려운 게 국내 축구란의 현실이다. 그런데 대형 포털사이트 1곳에서만 2,500여 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최근 일주일 동안 가장 댓글이 많았던 기사 하나씩, 7개를 더해보니 댓글 2,398개(350, 214, 602, 297, 327, 430, 178). 기성용 복귀 소식이 주는 국민적 관심도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댓글 수만큼, 내용도 눈에 선하다. 당시 유력 행선지로 점쳐진 전북의 전력에 놀라는 가하면 “아직 창창하다”, “오기야 하면 좋지만 조금 아쉽다”, “좋은 선례다” 등등 여전히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을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기억이 생상하던 차에 기성용이 직접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서 놀란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아쉽다”는 말을 연거푸하면서 다시 스페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본의아니게, 그가 남긴 건 K리그 무대 경험이 있는 해외파 선수들에게 ‘다른’ 선례가 되어 있었다.
“한국에 들어오는 게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기대치 크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나오지 않을 때 비교 당하기 쉽다. 당연히 금전적인 문제도 있다. 선수들도 모든걸 보고 있고, 알고 있다. 지금 유럽 나가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언제까지고 유럽에서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성기에서) 내려올 텐데, 그때 K리그에 복귀하려 하겠는가. 이청용, 구자철… 또 K리그에서 데뷔한 다른 해외파 선수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썩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아쉽다. 안타깝다.”
기성용의 괜한 걱정만은 아닌 것 같다. 유독 많은 선수들이 기성용 심경을 전한 SNS 포스트에 슬며시 공감을 표한 건 이와 완전히 무관하진 않을 테다.
사진=이연수

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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