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의 경계를 줄타기하는 수아레스

기사작성 : 2013-01-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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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심지어 공자 선생도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렇기에 세상살이가 더 재미있어진다.
 
1990년대는 NBA(미국프로농구)의 전성시대였다. 수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있었는데, 그중 데니스 로드맨은 유별난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펑키한 패션과 어지러운 문신 등으로 ‘악당’ 이미지가 강했던 로드맨은 학부모 팬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그가 마이클 조던과 같은 팀이 되자 갑자기 더 많은 팬들이 그의 ‘탤런트’를 존경해 마지않았다.
 
7일 새벽 열린 잉글랜드 FA컵 64강전에서 리버풀이 만스필드타운을 2-1로 꺾었다. 1부리그 정상급 팀과 5부리그 팀의 대결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리버풀의 원투 펀치인 루이스 수아레스와 다니엘 스투릿지가 골을 넣었다는 내용도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경기 중 발생한 ‘부자연스러운’ 해프닝에 대해 사람들은 격론을 펼쳤다. 수아레스의 ‘신의 손’ 결승골 때문이다.
 
수아레스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대단히 유니크한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 본인은 기분 좋지 않겠지만, 그와 관련된 검색어로는 ‘속임수’ ‘사기꾼’ 등이 주를 이룬다. 상대팀 관중은 수아레스가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와 함께 “Cheat(사기꾼)!”이라고 소리친다. 리버풀의 TV중계를 보고 있으면 관중석에서 “칫! 칫! 칫!”이란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데, 이는 수아레스를 향한 야유 구호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수아레스는 유별나게 다양한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2010남아공월드컵 8강전에서 수아레스는 경기 막판 상대의 슛을 손으로 막아냈다. 2011년말에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파트리스 에브라를 상대로 인종차별 논란을 만들어냈다. 리그 경기 중에도 수아레스는 종종 시뮬레이션 액션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 에버턴전에서 골을 넣은 수아레스는 자신을 ‘다이버’라고 폄하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코앞에서 ‘다이빙’ 세리머니를 펼쳐 또다시 논란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루과이 국민과 리버풀 팬들에게 수아레스는 ‘천사’ 그 이상이다. 우루과이는 수아레스의 핸드볼 반칙 덕분에 월드컵 준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리버풀에서 수아레스는 천사이자 구세주다. 올 시즌 리그 20경기에서 그는 벌써 15골을 터트리고 있다. 에버턴, 맨체스터시티, 첼시 등 강팀을 상대로 귀중한 득점을 도맡았다. 페르난도 토레스가 떠난 이후, 리버풀 팬들에겐 사실 수아레스의 폭발적인 플레이가 유일한 낙이라고 할 수 있다.
 
수아레스와 로드맨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기량으로 대답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야유를 보내는 팬들도 수아레스의 기량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축복받은 스트라이커다. 순간 스피드, 좁은 공간에서의 볼 컨트롤, 골 결정력 등에서 수아레스는 군계일학이다. 로드맨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모 팬들은 “우리 아이들이 뭘 배우겠어?”라고 욕했지만, 그의 리바운드와 대인 마크 능력은 그야말로 초인적이었다.
 
물론 만스필드의 팬들에겐 수아레스의 그런 장점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수아레스는 ‘비양심’의 표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프랑스와 아스널이 추앙하는 티에리 앙리에 대한 아일랜드 국민의 분노와 똑같다. 2006년 한반도의 억장을 무너트렸던 오라시오 엘리손도 주심은 고국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는 FIFA월드컵 결승전 주심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처럼 입장에 따라 천사가 악마로, 악마가 천사로 뒤바뀌는 일은 적잖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도 수아레스는 도덕과 비도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멈추지 않는다. 놀라운 골잡이와 치졸한 사기꾼. 너무나 대조적인 두 얼굴이지만, 한 몸 안에서 공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수아레스는 입증하고 있다. 로드맨이 그랬던 것처럼. 
 
글 = 홍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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