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wiki] 세리에A 황금기 ② 만치니와 삼프도리아 전성기

기사작성 : 2019-08-06 15:31

- 세리에A가 천하를 주름잡던 1990년대
- 삼프도리아의 최전성기가 언제냐면...
- 삼프도리아는 곧 로베르토 만치니였다

본문


[포포투=Chris Flanagan]

축구 세상의 주류는 늘 바뀐다. 1990년대에는 이탈리아가 챔피언이었다. 13개의 유럽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세계 이적료 신기록을 여섯 번이나 갈아치웠다. 발롱도르 수상자도 6명 배출했다. 무엇보다 아스프리야부터 지단까지 슈퍼스타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누군가에겐 태어나기도 전의 역사지만 누군가에겐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살아있는 무대. 90년대 축구 세상을 지배했던 세리에A 그 시절을 추억한다.


# 세리에A가 축구를 지배하던 시절 연재 순서
①그들이 축구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② 만치니와 삼프도리아의 전성기
③ ‘슈퍼스타’ 바조와 위대한 밀란
④ 호나우두 등장과 전설의 파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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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플랫과 로베르토 만치니

개스코인은 잉글랜드 시청자에게 처음으로 인사한 잉글랜드 선수는 아니었다. 이적 작업이 늦어진 까닭에 그 자리를 데이비드 플랫이 꿰찼다. 그는 1991년 개스코인이 라치오 이적에 합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550만 파운드의 이적료에 바리로 이적했다.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바리는 직전 시즌 가까스로 강등을 면한 팀이었다.

플랫은 “나는 바리가 어디에 있는 도시인 줄도 모르고 이적에 사인했다!”라고 고백했다. 플랫은 첫 시즌 11골을 터뜨리는 인상적인 활약을 통해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바리의 강등까진 막지 못했다. 그는 “유벤투스 라커룸 안을 둘러보고는 ‘여기에선 뭐라도 이룰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가 유벤투스에 머물던 시절 팀은 1200만 파운드를 들여 지안루카 비알리를 삼프도리아에서 영입했고, 800만 파운드에 로베르토 바조를 데려왔다. 팀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무찌르고 UEFA컵에서 우승했다. 플랫은 스타들 틈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다. 공격수 면면이 비현실적이었다. 안토니오 콘테가 미드필더진을 진두지휘하고 바조가 공격진을 이끌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뛸 수 있는 틈이 크지 않았을 거다. 훗날 내가 속한 삼프도리아에 로베르토 만치니가 있었다면 유벤투스에는 바조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와 관계는 좋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의사소통이 되질 않았으니까.”

만치니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삼프도리아로 이적하기 전, 거슬러 올라가 유벤투스에 입단하기 전부터 둘은 알고 지냈다. 이탈리아에 처음 발을 내딛기 몇 달 전 플랫은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만치니였다. 만치니는 스타디오 루이지 페라리스(삼프도리아 홈구장)에서 함께 뛰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삼프도리아가 창단 이래 최전성기를 맞았던 때다. 삼프도리아는 1990년 컵위너스컵에서 우승했고, 1년 뒤에는 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선수단 전원은 금발로 염색했다. 머리카락이 부족했던 아틸리오 롬바르도는 일주일간 가발을 쓰고 다녔다. 선수단은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한 채로 교황 바오로 2세를 만났다. 교황이 그들의 모습을 보며 다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삼프도리아는 1992년 유러피언컵 결승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웸블리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나 추가시간에 로날드 쿠만에 프리킥 골을 허용하면서 우승을 아쉽게 놓쳤다.

만치니는 유러피언컵이 한창 진행중이던 그 시기에 처음 플랫과 접촉했다. 러브콜은 멈추지 않았다. 고집스럽게 플랫에게 삼프도리아행을 권유했다.

“당시에는 뿌듯했고, 또 흥분했다. ‘왜 직접 전화하느냐’고 물어보면 만치니는 항상 구단이 자신과 (이적에 관한)상의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말이 더 이상하게 들리긴 했는데, 그만큼 만치니가 구단을 끔찍이 아낀다는 것이 느껴졌다.”

“유벤투스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끝판 클럽'처럼 여겨지지 않나? 그런데도 로비(만치니 애칭)는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장 위에서도 끊임없이 제안했다! 끝내 내가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무대를 누벼보자는 생각으로 이적을 결심한 거다.”

# 황금기 맞은 삼프도리아

삼프도리아 이적은 플랫에게 신의 한 수였다. 성공가도를 달렸다. 무엇보다 만치니와 파트너십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처음부터 죽이 잘 맞았다. 로비는 15년간 삼프도리아에 머물면서 그만의 특정한 방식으로 팀을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실현됐다. 팀 스타일은 로비의 주관에 좌우됐는데, 내게 있어 만치니는 완벽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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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프도리아는 곧 그의 인생이었다. 모두가 그를 사랑했고, 만치니도 그 사실을 알았다. 뭇 여성들의 관심 속에서도 어떠한 사고도 일으키지 않았던 그를 팬들은 맹목적으로 따랐다. 바, 카페에서 그가 돈을 낸 적이 없었다. 로마의 토티와 비슷한 존재였다면 이해가 쉬우려나? 팬들은 만치니가 늘 팀을 올바르게 이끌 것이라고 믿었다.”

1995년 5월 브레시아와 홈경기를 앞두고 팬과 관계에 실금이 가는 일이 일어났다. 직전 제노아 더비에서 패했던 삼프도리아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을 돌며 성난 팬심을 달래고자 했고, 만치니도 이에 동의했다. 팬들이 자기 선수들에게 격려 대신 욕설을 퍼부었다. 스벤-고란 에릭손 당시 삼프도리아 감독에게도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 분위기가 좋을 리 만무했다.

“늦은 시간에 터진 내 결승골로 팀이 2-1로 승리했다. 이후로는 굉음이 울려 퍼졌고,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를 마치고 로비가 나를 서포터즈 앞으로 데려갔다. 어떻게 해서든 내 공적이라는 걸 알리려고 애쓴 거다. 하지만 결국 팬들의 마지막 박수를 받은 건 만치니였다!”

플랫은 만치니뿐 아니라 롬바르도, 루드 굴리트(1993년 밀란에서 이적했다. 1년 뒤 밀란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삼프도리아 유니폼을 입었다)와 함께 뛰면서 코파이탈리아에서 우승했다. 컵위너스컵에선 준결승에 올라 아스널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플랫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삼프도리아 시절을 축구 인생의 황금기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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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는 최고의 선수들이 뛰던 리그였다. 과거에도 잉글랜드 선수들이 뛴 적이 있다. 인터넷, 유튜브, 위성생중계가 등장하기 전이다. 우리는 이탈리아 리그가 수비적인 성향을 지녔는지, 얼마나 많은 클럽이 유러피언컵을 들어 올렸는지조차 전해 듣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이탈리아 클럽이 유럽을 제패할 수 있었던 건 잉글랜드 팀들의 출전정지 징계 때문이라고들 했다.”

“직접 가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제노아에서 이탈리아 축구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잉글랜드 내에서도 세리에A 경기를 시청할 수 있어서 친구와 가족들이 꾸준히 얘기해줬다. 세리에A 인기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이탈리아를 떠나 아스널에 입단했던 플랫은 1998년 감독 직함을 달고 삼프도리아로 금의환향했다. 만치니가 에릭손 감독을 따라 라치오로 이적해 다시 뭉치진 못했다. 플랫은 감독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논란 속에 단 6경기 만에 물러났고 팀은 강등됐다.

플랫의 실패는 리 샤프에게도 좋은 뉴스가 아니었다. 그는 1년 전 QPR 소속으로 삼프도리아로 임대 온 대니 디키오의 뒤를 이어 리즈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삼프도리아 이적을 결심한 터였다. 새 팀에 도착하자마자 팀의 1군에 포함되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노팅엄 포레스트와 뉴캐슬 출신 윙어 프란츠 카도 레지아나에서 실패를 맛봤다.

-> 3편에 계속

사진=포포투DB,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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