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탄천] 박원재를 보며 생각한 것들

기사작성 : 2019-07-31 04:43

- 성남FC 1-0 상주상무
- ‘재미없다’ 말하기에 주저함이 생겼다
- ‘극장골’ 박원재에게 배운 것은…

본문


[포포투=조형애(성남)]

반성으로 시작한다. 편히 앉아 본 마당에 ‘경기 지루하다’고 투덜댔다. 주위 사람들의 무표정을 보며 더욱 확신에 차 ‘노잼’이라 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으로 박원재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봤고, 계속 보다 미안해졌다.

샤워도 못하고 나왔다는 데 어디서 물 한 바가지 맞고 온 것 마냥 푹 젖어가지고 연신 물을, 아니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찬스 한 번은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끝까지 포기 않고 뛰었다면서 진짜 땀으로 세수를 하던 그. 인터뷰 영상을 돌려보며 생각을 고쳐먹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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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후텁지근한 날씨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며칠 전엔 우천 취소 노래를 부르다가, 이날엔 폭염 취소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물론 늘 그렇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는 한다. 정신 차려보니 성남FC와 상주상무 경기가 열리는 탄천종합운동장에 도착해 있었다.

홀리듯 에어컨을 찾아가고, 조금 벗어나니 안경에 김이 서리는 지경. 남기일 감독 입에서 “여름엔 더운 거고, 겨울엔 추운 거다”란 말을 듣고 그제서야 날씨를 받아들이며 킥오프를 맞았다.

경기전 성남 라인업을 살펴보며 취재진들은 상당히 공격적이라 분석했다. 남기일 감독도 “홈에선 결과도, 경기력도 좋아야 해서 공격적으로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잘하는 부분 집중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가지고 나왔다”고 일부분 인정했다. 상주 김태완 감독 생각은 조금 달랐다. ‘공격적’이란 말에 갸우뚱해 하면서 “생존 전략 들고 나올 것이다. 상당히 (공략하기) 힘든 팀”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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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시작하고 보니 김태완 감독 표현이 맞다 싶었다.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중하위권의 7-8월. 이기는 것만큼이나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승점 1점이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양 팀의 키워드는 ‘무리하기 않기’로 보였다. 자연스럽게 탐색전이라 부를만한 시간이 길어졌고, 볼은 전진하지 않고 연신 돌았다.

다른 경기장에선 득점 소식이 다 들리는 데도 탄천은 오랜 시간 조용했다. 장내 아나운서 목소리가 유난히 쩌렁쩌렁, 귀가 아플 정도였다. 양 팀 통틀어 한두 번? 사실상 결정적 기회조차 서로 내주지 않으며 정규 시간이 넘어간 그 순간. 불꽃이 번쩍였다. 지난 수원전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던 최병찬의 악착같은 플레이에 이어, 박원재의 슈팅. 골이었다. 그것도 박원재 프로 데뷔골, 이날 성남의 결승골.

이때까지만 해도 고백 건데 <포포투> ‘진실의 광대’가 한 번도 실룩댄 적이 없었다. 경기 전반적으로 더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남기일 감독도 극적으로 이긴 뒤에 “경기력이 더 올라왔어야 하는데 미치지 못해 아쉽다”고 했으니 아쉽다고 느낀 게 혼자만의 감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감히 ‘재미’를 가벼이 논하진 않기로 했다. 박원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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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일찍 믹스트존에 나와 준 박원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미소를 잊지 않았다. 사실상 국가대표급을 이루어진 전북현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마음고생 좀 했던 지난날까지 덤덤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내공이 쌓인 박원재. 그만큼 임대생 신분으로 얻은 풀타임 기회와 대학 졸업 이후 3년 만에 맛본다는 프로 첫 골맛을 소중히 이야기했다.

“주전으로 2경기 연속 뛴 경험이 없다. 대학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믿어주시고 기회 주신 거라 기대에 보답하려고 노력했다. … 뒤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팀에, 어떤 상황에서 가든 기회 받았을 때는 100%, 200% 간절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팀원들이나 코칭스태프 신뢰 깨는 행동하지 않고 간절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머릿속에 항상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비가 올락 말락, 습도가 점점 올라가는 상황 속에서 박원재는 그렇게 10분 이상 스탠딩 인터뷰를 했다. 가장 귓가에 꽂힌 말은 “아무리 밀리고 있는 팀에도 찬스 한 번은 온다는 것이다. 무조건 온다고 생각한다”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나는 그 날씨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걸 그는 그렇게 표현했다.

이날 종료 휘슬이 울리고 성남 선수들 대부분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었다. 수장께서 ‘여름은 원래 더운 거’라 시니 날씨 핑계도 못 대고 말이다. 본의 아니게 4km 뛸 약속을 잡아놓은 <포포투>의 현재. 어쭙잖은 재미를 논하기 전에 온몸으로 반성을 더 해야 할 것만 같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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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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